익숙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 곁의 세계는 언제나 가시적 층위를 넘어선 이야기와 흔적들로 두텁게 겹쳐져 있습니다. 수림큐브에서 열리는 다감각 국제 교류전 《보이지 않는 속삭임》은 그런 ‘보이지 않던 것들’을 들추어냅니다. 유아트랩서울이 주최·주관하고 수림문화재단, 플로웍스, 앨리스온이 협력한 이 전시는 8월 14일부터 9월 7일까지 수림큐브에서 진행됩니다. 한국, 퀘벡(캐나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네 지역 18팀의 작가들이 참여해 빛과 소리, 움직임, 데이터, 관객의 참여를 매개로 현실의 감각적 틈과 정보의 여백을 탐구하는 자리입니다.
전시 제목 ‘Whispers of the Invisible’가 암시하듯, 이번 전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놓친 감춰진 현실의 다른 층위를 찾아 나섭니다. 작가들은 잊혀진 기억과 사라지는 감각, 도시와 자연을 잇는 비가시적 연결들을 다감각적 경험으로 펼쳐 보입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현장 리서치를 포함해 지역 맥락에 대한 탐구를 토대로 제작된 작품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공간과 주변화된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감각을 확장하는 체험을 통해, 익숙한 일상 아래 숨겨진 세계를 다시 보고 느끼는 ‘감각적 여정’을 제안합니다.

전시에 초대된 작업들에게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호출하는 요소가 돋보입니다. 퀘벡의 듀오 Pierre & Marie는 건물 외벽에 설치한 여섯 쌍의 ‘눈’으로 플랫폼 시대의 감시 메커니즘을 유머러스하게 비트는 공공 설치 〈Big Other〉를 선보입니다. Jean‑François Côté의 〈Invisible Stories〉는 반복과 루프 구조의 영상·사운드를 통해 시간의 리듬과 인간 존재의 속도를 재구성합니다. 이예승은 20세기 대중서인 딱지본을 AR/3D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한 〈증강 딱지본: 오래된 미래〉를 통해 관객의 몸짓으로 고전 서사를 다시 읽게 하고, 이재형의 〈이미지 걷기〉는 독서 중 시선을 트래킹해 인공지능 이미지가 실시간 생성되는 설치로 주관적 기억과 알고리즘적 상상을 엮어냅니다. 말레이시아 팀 Grasshopper의 〈Rimbun〉은 실제 식물을 캔버스로 삼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으로 자연의 물성과 디지털 시각 요소의 공존을 탐색합니다. 이 외에도 강애란, 김기라, 김지민, 박치호, 오제성, 이동욱, 이정배, 장진승, Mathieu Valade, Adeline Kueh, Berny Tan, Ian Woo, 2point013 등이 참여해, 각기 다른 매체와 연구를 통해 보이지 않던 감각과 이야기를 불러냅니다.

전시 기간 중인 9월 1일(월) 저녁에는 특별 네트워킹 프로그램 ‘속삭이는 밤, 예술이 깨어나는 시간’이 진행됩니다. 오후 5시부터 아티스트 토크 ‘감각의 경계에서 예술은 무엇을 속삭이는가?’가 열리며, 6시에는 강애란과 아델린 쿠에가 함께하는 미식 퍼포먼스가, 7시에는 장진승이 참여하는 사운드 퍼포먼스가 이어집니다. 이 날에는 전시장도 17시부터 20시 30분까지 특별 개방되어, 작품과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속삭임》은 유아트랩서울, 수림문화재단, 플로웍스, 앨리스온이 협업하는 세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첫 전시였던 강애란 작가 회고전과 두 번째 전시 《미끄러지는 현실》에 이어, 이번에는 다시 이승아 대표가 기획을 맡아 아시아와 퀘벡을 잇는 새로운 문화적 지층을 탐색합니다. 전시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감각을 확장하는 매체로 인식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간과해온 미세한 속삭임을 경이로움의 대상으로 전환합니다. 관객은 이곳에서 익숙한 현실이 낯설게 재조립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예술이 어떻게 감각의 여백을 다시 채울 수 있는지 사유하게 될 것입니다.
행사개요
전시 제목: 국문) 보이지 않는 속삭임 / 영문) Whispers of the Invisible
전시 기간: 2025.08.14(목) – 2025.09.07(일) 화–토 11:00–18:00, 일·월 휴관
네트워킹 행사: 2025.09.01(월) 17:00–20:30 ‘속삭이는 밤, 예술이 깨어나는 시간’
장소: 수림큐브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84)
참여 작가: 강애란, 김기라, 김지민, 박치호, 오제성, 이동욱, 이예승, 이재형, 이정배, 장진승, Jean‑François Côté, Mathieu Valade, Pierre & Marie, Adeline Kueh, Berny Tan, Ian Woo, Grasshopper, 2point013
총괄 기획: 이승아 / 협력 큐레이터: 뱅상 로이, 아델린 쿠에
주최·주관: 유아트랩서울
협력: 수림문화재단, 플로웍스, 앨리스온
후원: 주한 퀘벡정부 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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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연계행사 속삭이는 밤, 예술이 깨어나는 시간
17:00-18:00 아티스트 토크: 참여작가 및 큐레이터
18:00-19:00 요리 퍼포먼스: 참여작가 강애란, 아델린 쿠에 “Sensory Feast: Visible Bites, Invisible Aromas”
19:00- 사운드 퍼포먼스: 참여작가 장진승, bruederschaft 브뤼더샤프트 (장진승, 장진택) “Digital Casca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