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안젤리카 메시티(Angelica Mesiti, 호주), 예스퍼 유스트(Jesper Just, 덴마크), 삼손 영(SamsonYoung, 홍콩), 라그나 캬르탄슨(Ragnar Kjartansson, 아이슬란드)& 더 내셔널(The National, 미국), 장민승+정재일, 최대진 등 7명(6팀)이 참여한 전시 《푸른 종소리(Blue Peal of Bells)》 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음악에서 공감의 코드를 찾았으며, 사회적 메시지로서의 ‘슬픔’이라는 감성에 주목하고, 그것이 들리고 공유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사유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내 작가들의 작업과 더불어 베니스 비엔날레의 국가관 대표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예스퍼 유스트, 안젤리카 메시티, 삼손 영의 작업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됩니다.
“그 어떠한 때보다 누군가의 아픔이 우리에게 연결되어 있음을 체감하는 시대이다. 이제 위태로운 삶에 대한 성찰은 다시 읽힌다. 모두를 더없이 평등하게 만드는 인간의 취약성과 상실은 더욱 절실히 인식해야 할 문제로 전면화 되었다. 《푸른 종소리》는 그 잠재력으로 표면에 쉽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사회 저변 또는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구조화된 슬픔에 주목한다. 《푸른 종소리》는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로서 감성이 들리고 공유될 수 있는지 묻고 응답해보려는 시도로 마련되었다. 이러한 관점으로 전시 제목은 비애와 상실이라는 ‘푸른’ 심상을 마치 보이고 들리는 것처럼 표현했던 김광균의 시 「외인촌」 구절인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를 인용하였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거리감을 둔 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셀 수도 없이 많다. 거의 언제나 들고 다니는 내 손안에 스크린을 통해서, 또 쉴 새 없이 울리는 각종 재난문자 경보를 통해서도 말이다. 타인과 공유하는 세상을 속속들이 볼 수 있지만 도리어 무감각해졌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 함께 소리를 낸다는 것은 애초에 가능한 것인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같은 소리를 낸다는 것은 다만 경험에 의한 근사치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무엇을 소환해야 서로 조우하며, 상상력과 공감의 실패를 벗어나 마음 깊숙이 담아 둘 수 있을까. 《푸른 종소리》는 전 지구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촉발하는 관점을 제공할 수 있는 코드가 무엇인지 물으며 그 단서를 음악에서 빌려온 작품들로 이어나간다.
전시 《푸른 종소리》는 「낮은 소리로」, 「부르짖음」라는 두 악장(Movement)으로 구성된 하나의 곡과 같다. 「낮은 소리로」는 미세하지만 끊임없이 전해 오는 소리를 통해 늘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을 예고한다. 몸짓이나 시각적 형태로 변환된 소리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일상적이라 오히려 평범한 억압과 어떤 힘으로부터 가려진 소리를 다시 상상해보기를 청한다. 「부르짖음」에서는 공명의 공간으로 메아리친다. 귀에는 꺼풀이 없어 언제나 열려있지만 오히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뎌지고 만다. 귀를 기울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까닭은 반복되는 후렴구 같은 상황과 사건 가운데 맴도는 위태로운 삶의 망연한 호소를 이해하며 응답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듣는 소리가 완전하지 못하나 너만의 것은 아니라는 울림. 그 흩어진 울림의 메시지를 들으려는 것은 하나의 의지이자 실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전시제목 | 푸른 종소리(Blue Peal of Bells)
전시장소 |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3, 5(지하1층)
전시날짜 | 2020. 12. 11 – 2021. 03. 21
참여작가 | 안젤리카 메시티(Angelica Mesiti), 예스퍼 유스트(Jesper Just), 삼손 영(SamsonYoung), 라그나 캬르탄슨(Ragnar Kjartansson)&더 내셔널(The National), 장민승+정재일(jang minseung J+jung jaeil Jung), 최대진(Dae-jin Choi)
주최∙후원 | 부산현대미술관
조성현 |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