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유우머 : 노즈 스튜디오 Nose Studio

헤메코 & 초초 (HEMEKO & CH0_CH0), 자신만의 꿈을 찾아 끝까지 가보는 거야 (feat. Hukky Shibaseki), 2분 51초, 2020

노즈스튜디오는 지난 일년간 “헤메코와 초초”등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애니메이션 제작, 음원 발매 등의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왔다. 이들은 지난 4월, 성수동의 전시 공간 샌드위치 apt.에서 <디지털 유우머>라는 전시명으로 첫 전시를 선보였다.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고, 기묘하지만 센스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미감은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앨리스온은 이번 전시에 이어 게임발매까지 앞두고 있는 노즈스튜디오를 직접 만나 첫 개인전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이 추구하는 작업관과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어보았다.


 

Q1.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현준 : 안녕하세요, 노즈스튜디오는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을 통해 가상 공간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저희가 만들고는 싶지만 현실에서 만들지 못하는 것들을 가상 공간 안에서 시도하는 스튜디오입니다.

Q2. 저희가 미리 리서치를 해보았는데 두 분의 활동에 관한 정보가 많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활동에 대해서 여러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계속 상업 관련 일을 하시다가 전시라는 형태를 통해서 예술계에 처음으로 활동을 시작하신 것 같은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조현준 : 원래 이벤트 기획이나 컨텐츠 기획 일을 쭉 해오다가 제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어 음악을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을 좇다보니 그것을 사람들에게 경험시켜줄 기회가 적었어요. 보여줄 수 있는 방식에서도 역시 한계를 느꼈고요. 그래서 3D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음악을 표현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3D 툴을 다루게 되었어요(웃음). 그러면서 음악, 3D영상, 가상현실 등 해보고 싶고 만들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볼 수 있는 그런 스튜디오를 만들자 해서 아영이와 함께 이렇게 첫 전시를 하게 된 것 같네요.

조아형 : 저 같은 경우는 형보다는 조금 전형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지금 하는 일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계속하려고 했어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2D나 3D 디자인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학교 친구와 2~3년간 실험 영상 작업 위주로 그룹 활동도 했으나 아티스트로서 발전시킬 기회가 적다 보니 아쉬움이 있었죠. 그런 와중에 형이 작업실에 한 번 오라고 해서 갔더니 자신이 구상하고 있던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앞으로 이런 것들을 해보고 싶고 2~3년간 공부를 쭉 해왔다. 너는 어떠냐’ 이런 식으로요(웃음). 그 날 새로 샀다던 VR 기기를 사용해봤는데 ‘이전의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겠지’하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수준으로 발전했더라고요. 요즘 기기와 콘텐츠를 직접 해보니 ‘와, 이거 장난 아니구나’, ‘이 정도 몰입감이라면 TV나 프로젝터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던 작업들을 무조건 이 가상 세계 안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건 무조건 함께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생겨 지금까지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Q3. 두 분 처음 만나신 것이 개별적으로 활동을 하시다가 노즈 스튜디오를 통해 만나게 되신 것인가요 아니면 상업 활동을 할 때부터(시작부터 함께 활동을 하시다가) 만나게 되신 것인가요?

아형 : 서로 10년, 15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이였습니다. ‘이 사람 재미있게 하고있다’, 이렇게요. 물론 일도 함께 해본 경험이 있었고요.

현준 : 제가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려면 관심사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직접 제작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2D뿐만 아니라 3D 툴도 함께 다룰 줄 아는 그런 사람을 찾다가 아형이가 떠올랐죠. 오랫동안 알았고 ‘같이 하면 재밌겠다’싶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죠. 그렇게 함께 하나씩 만들어 왔습니다. 본격적으로 저희가 시작한 시기는 작년(2019년) 4월 1일 정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Q4. 팀의 이름이 노즈 스튜디오이고 포스터에도 거대한 코 캐릭터가 등장 합니다. 노즈(nose)라는 것이 작가님들께 무슨 의미가 있나요?   

현준 : 2011년부터 이어오던 음악 작업의 뮤직 비디오 제작을 위해 3D 애니메이션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 흐름에 이어 게임 엔진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VR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VR은 시각적인 가상공간을 다루는 것인데 후각을 디지털 입자로 보여주는 단계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아형이에게 ‘우리가 후각과 관련해서 미래에 실현될 만한 것을 예측해보자. 그런 테마로 후각적인 VR 기기나 콘텐츠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 이런 여러가지 상상을 시작으로 노즈스튜디오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쓰게 된 것이죠.

 아형 : 신체의 입력 신호로서 작용하는 인간의 오감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오감을 백퍼센트 디지털로 옮기면 현실과 가상이 구분되지 않겠죠. 시각이나 청각은 VR기기로 어느정도 구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니 그렇다면 아직 오감 중에 구현되지 않은 것까지 모두 디지털로 옮겨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노즈스튜디오라는 이름은 저희의 그런 방향성을 드러내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Q5. 포스터 속 메인이미지의 피부 표현이라든지 발은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눈, 코, 입이 달린 모습도 약간은 괴기스럽고 콧털과 더불어서 남성의 생식기가 같이 붙어있는 모습 이 조합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부담이 갈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굉장히 독특한 미감인데 이것을 구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현준 : 표현할 수 있는 것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에게는 그런 것들 자체가 이미 민감하지 않은 거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저희의 성격도 그런 미감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형 : 우리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냥 할 수 있는 거니까요. 또 그것이 디지털이니까, 디지털 안에서는 신체의 일부 위치를 마음대로 바꿔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구현할 수 있는 곳이 디지털 세계죠. 엄청 리얼하면서도 또 엄청 말도 안되고 이상한 것들을 다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안되는 것이 없으니까요. 안되는 것이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현준 : 원래 안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니까요(웃음).

Q6. 다루시는 매체와 기술이 굉장히 다양한 것 같습니다. 전시에서 보여주신 인터렉티브 사운드, 디지털 페인팅, 게임, VR, 설치물 등 경계를 두지 않고 작업을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현준 : 사실 작업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갖춰진 것이에요. 저는 저희가 만든 공간에서 재밌다고 느낄 수 있으려면 입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오프라인에서 지금 우리들에게 보여지는 것들이 조금 더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용산 전자상가나 세운상가 같은 느낌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전파사 같은 곳에 가서 만져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그런 설렘 있잖아요. 그래서 노즈 전자라는 이름을 붙여 보여주는 시도도 해본 거죠. ‘두가지를, 여러 가지를 동시에 보여주면 더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아형 : 굳이 이유가 있어서 범위를 넓힌다기 보다는 이미 다룰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용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현준이 형이 말한 것처럼 저희는 이전부터 작업들을 해와서 그런지 일반 전시장에서 영상 떡하니 하나 크게 플레이되는 이런 장면들이 이제는 재미없게 느껴지더라고요. 대중들에게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저희가 공부를 해서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실행해야한다고 생각해요.

Q7. 저희가 일반적인 전시 내용을 떠올릴 때에는 하나하나 독립되어 배치된 작품들을 떠올리고 실제로 많은 전시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전시는 그 느낌보다는 구별되지 않은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왔습니다. 작가님께서 전시를 만드실 때 그런 공간 컨셉이나 작품 컨셉에 대해 염두해두신 지점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아형 : 앞서 형이 이야기한 전파사 같은 곳이나 세운상가에 가면 수많은 모니터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 모습 자체로 압도되었기 때문에 이것들이 정말 훌륭한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밌는 공간에 와서 구경할 수 있는 컨셉으로 정했던 것 같아요.

현준 : 첫 전시이기도 하고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특히 어린 친구들이 왔을 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도 어렸을 때의 향수가 있잖아요. 신기한 것들이 가득한 곳. 지금도 저는 컴퓨터 매장에 가면 신기하거든요. 컴퓨터를 새로 맞출 때면 직접 가서 아저씨에게 이것 저것 물어봐요. 그런 전문가 같은 포스를 풍기면서 한편으로는 웃기게도 보이고 싶었어요.(웃음)

아형 : 이상한 것들을 만드는 사무실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거죠(웃음)

nose studio exhibition “digital humour” 전시전경, 2020

Q8. 작가님께서는 디지털에만 집중한다기 보다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미디어 전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유머를 섞어서 현실을 재미있게 뒤트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에 흥미가 있고 어떤 것을 표현하고 계신지요?

현준 : 작가든 뮤지션이든 주로 다루는 무기들이 있잖아요. 그것들은 표현하는 방식이나 장르에서 두드러지는데, 저는 게임이라는 문화와 연관시켜 제 것을 표현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를 파면 깊게 파는 스타일이라서 리서치도 많이 하다보니 게임 쪽으로 덕후가 된 거죠. 게임 제작을 생각하면서 게임의 형태와 게임에 쓰이는 기술을 가지고 예술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에 가능성을 심어야겠다는 것이 첫번째였죠. 저희가 앞으로 스튜디오에서 게임 속 가상현실과 같은 하고자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헤메코와 초초를 계속 키워왔습니다. 6-7개월 정도 저희가 제작한 게임, 전시 그리고 뮤직비디오에 계속 등장시키면서 끌어 온 것 같아요.

아형 :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웃기고 남들 놀리는 것을 좋아해요. 노즈스튜디오의 코 이미지를 만든 것처럼 성향 자체가 이런 사람입니다(웃음).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업계의 똑똑하신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 저도 감명을 받고 존경심을 느끼곤 하지만 반면에, ‘재미는 없네’, ‘왜 이런 식으로만 이야기하지’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디지털을 왜 이렇게만 쓰는 거야?’, 우리는 좀 웃기게 사용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꼭 예쁜 캐릭터만 있는 게 아닐 수 있잖아요. 이렇게 ‘아닐 수 있다’, ‘이럴 수 있다’라는 것 자체가 디지털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전시라면 더 이상하고 더 아무도 하지 않았던 걸 시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

헤메코 & 초초 (HEMEKO & CH0_CH0), 자신만의 꿈을 찾아 끝까지 가보는 거야 (feat. Hukky Shibaseki), 2분 51초, 2020

 

Q9. 이 공간에 작품들이나 전자기기 외에 여러가지 전문 서적들이 많았습니다. 두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아형 :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책들이에요. 그런데 그것도 이렇게 아는 사람들만 물어볼 수 있는 거잖아요. 저희 전시에 와서 그저 재밌게 있다가 가는 것도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또 미디어적인 이해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온 경우에도 ‘얘네들이 바보라서 그냥 웃기려고 그런 게 아니라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건가?’정도의 힌트만이라도 주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였어요(웃음).

Q10. 전시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많아요. 헤메코, 초초를 비롯해 여러 가상의 캐릭터가 있는데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요? 어떻게 생각하게 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현준 : 저희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계속 해나가면서, 그리고 그 작업들이 무엇이 되든 간에 우리의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으려면 대신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캐릭터가 우리가 만든 공간이나 우리가 상상하는 공간 안에 들어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건 뭘까’생각을 해봤어요. ‘하이폴리의 섬세한 모델이냐, 아니면 미니멀한 로우폴리의 개성이 담긴 캐릭터냐’하고 말이죠. 공을 들여서 만들어진 조각들도 멋있겠지만 심플하면서도 개성 있는 것들이 뇌리에 깊게 남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간단하게 만들어보자고 20분 만에 뚝딱 해서 만들었던 캐릭터에요. 왜냐하면, 그 과정이 끝이 없는 걸 알거든요. 저희가 그런 경험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심플하게 끝낼 수 있는 것으로 해서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완성했습니다. 초초는 제가 게임할 때 쓰는 아이디인데 어렸을 때 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형 : 헤메코가 저고, 헤메코는 헤비메탈코리아의 약자에요(웃음). 제가 헤비메탈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헤비메탈코리아라는 가상의 캐릭터들이 소속된 가상의 기획사를 만드는 게 또 하나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캐릭터들이 사람처럼 현실 세계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옛날에 아담은 사이버 가수로서만 스크린 안에 존재해서 이슈는 되었을지 몰라도 생명력까지는 갖지 못한 것 같은데 저는 이 캐릭터들이 인간과 같이 생명력을 가지는 순간이 올 것 같아요.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거죠. 우리들의 현실에서는 가상이지만 가상에서는 캐릭터들이 진짜, 우리가 가짜로 인식될 텐데 두 세계가 합쳐지는 순간이 오면, 예를 들어 학교 졸업사진 속에서는 인간도 있고, 가상 캐릭터의 사진도 찾아볼 수가 있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구현이 안 되었다 뿐이지 개념적으로는 이미 완성되었다고 봐요. 그래서 일부러 현실적이지 않은 모양으로 제작하였어요(웃음).

The Great Adventures of HeMeKo & CH0_CH0 ep.3 : Biggest Slide in the World (세상에서 가장 큰 미끄럼틀), 58초, 2020Q11. 현재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시고 또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본인들을 소개하실 때도 어려우실 듯 한데 보통 어떻게 소개하시나요? 어떤 명칭이 본인들의 작업(활동)방향을 잘 표현하나요?

현준 : 저는 직업이 많았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다르게 소개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노즈 스튜디오의 <디지털 유우머> 전시를 보고 온 분들에게 저를 소개한다고 하면 노즈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작가라고 해야할까요? 궁금한 것들을 여쭤보시면 답을 드리긴 하는데 어렵더라고요(웃음).

아형 : 형이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서요(웃음).

현준 : 작가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나 자신이 작가인가’라고 생각을 해보면 모르겠어요. 고르라고 하면 어려워요(웃음).

Q12. ‘디지털 촉각놀이’ 와 같은 경우는 우리가 아는 보통의 촉각놀이와는 다르게 시각이 필수적인 촉각놀이라는 점이 제게는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성적인 것들을 포함해 만질 수 있는 다양한 시각적 물체가 등장하였는데 우스꽝스런 사운드가 추가되어 재미를 느끼며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관람자가 어떠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라셨는지 궁금합니다.  

현준 : 디지털이라는 방식으로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해보고 싶었어요. 디지털로 촉감을 어느 정도 구현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고, 관람객들이 재밌어야 하는데 그럼 뭐가 재미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다른 사람의 혀나 가슴처럼 실제로 만질 수 없는 것들을 만지는 느낌을 주되, 재밌고 유쾌한 방식으로 가면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형 : ‘만져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라고 생각을 해보면 ‘가슴’, ‘부수고 싶은 것은 뭐가 있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마트가면 볼 수있는 ‘계란’이 있었어요. 보면 막 눌러보고 싶잖아요.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직접 실행해 볼 수 없죠. 그런 것들이 디지털 안에서는 어떤 한계 없이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했어요. 체험자는 자신의 손에 직접적인 압력은 느껴지지 않지만 압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죠. 저희는 작업을 그냥 웃기게 생각하는 것도 좋고, 작업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의 힘이나 가능성에 대한 힌트를 얻어가는 것도 좋아요.

Q13. 샌드위치 apt. 는 굉장히 독특한 전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전시를 볼 때 만나는 화이트큐브와는 달랐습니다. 그것이 이 전시 공간을 택한 이유인가요? 전시 공간을 성수의 샌드위치 apt. 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아형 : 스케일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희안한 공간을 찾았는데 막상 많은 공간들 중에서 저희가 원하던 공간은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류를 하고 있었던 샌드위치 apt.의 대표님과 함께 하게 되었죠. 저희가 생각했던 전시의 컨셉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아기자기한 공간이니 ‘그곳에 우리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보자’는 생각으로 진행했죠.

현준 : 그 공간이었기 때문에 그 컨셉이 나온 것 같아요.

아형 : 그랬더니 웃기게도 어떤 분은 그 곳이 진짜 저희 작업실인 줄 알고 전시 끝나면 여기서 계속 작업하는거냐고 묻더라고요(웃음). 설치를 마치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존 전시장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Q14.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점령한지 오래되었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도 많이 바뀌었고 우리의 창작과 문화의 모습도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 안에서 작가님들의 창작이나 삶이 어떻게 바뀌셨나요?

현준 : 사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이 잘 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상 공간, 가상 전시에 대한 것들에 대한 문의를 되게 많이 받았거든요. 전시에서 데모로 선보였던 게임이 곧 정식으로 출시가 될 예정이에요. 텀블벅을 통해 프로젝트 펀딩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이번 디지털 유우머 전시는 저희가 오프라인에서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프로토타입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고, 이번에 발매될 게임은 가상 공간 안에서 저희가 보여주려고 하는 컨텐츠의 프로토타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형 : 2년 정도 후에 공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행하던 일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바로 앞으로 앞당겨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가상공간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지만 여러 갤러리들에서 가상 공간 또는 전시라고 구축해놓은 것들을 보면 사실 360도 카메라로 촬영해놓은 것밖에 안되거든요. 하긴 해야겠으니 한 건 알겠는데 이렇게 밖에… 그래서 저희는 그 다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게임 안에서는 다 가능하잖아요. 인터랙티브 인스톨레이션이라면 오프라인 전시가 있어야겠죠. 그럼 아쉬운 점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저희는 원래부터 가상 공간에 방향을 두고 작업을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얼른 해야하는 상황인거지 아쉽지는 않아요.

어드벤처 게임 <헤메코와 초초의 대모험>, 데모 게임 플레이 영상 캡쳐

Q15. 작업으로 ‘세계관을 구축하였다’ 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전시로 보여주셨던 작업들의 확장도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아형 : 가상이라고 자꾸 이야기하면 너무 개념적으로 한정짓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데, 압축해서 말씀드리면 어쨌든 ‘노즈월드’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일인 것 같아요. 그게 작품일 수도 있고, 상업 관련 일일 수도 있지만 사실 전 그게 구분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월드 그 자체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Q.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과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참고자료
* 공식 유튜브 계정      https://www.youtube.com/channel/UC9zw1h8snERIMKwvXjpEOLQ

* 전시 현장 영상 링크      https://youtu.be/iFxjN2wCpO8

* 작품 영상 링크
<Age of Virtualization> 3분24초, 싱글채널 영상, 2019      https://vimeo.com/342553089
<ep.3 : Biggest Slide in the World>, 58초, 2020      https://www.youtube.com/channel/UC9zw1h8snERIMKwvXjpEOLQ

*어드벤처 게임 <헤메코와 초초의 대모험> 텀블벅 펀딩 링크      https://tumblbug.com/hcga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조성현 |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