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광교의 이번 전시 《그것은 무엇을 밝히나》는 이 세상을 밝히는 근본적인 요소인 ‘빛’에 관한 이야기이다. 빛을 은유하는 전시제목을 풀어 설명하자면 빛을 의미하는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대와 사회가 공유하는 ‘무엇을’ 어떤 시각과 입장으로 어떻게 ‘밝히나’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빛에 관한 다양한 해석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빛’의 현재성과 공간성 그리고 새로운 의미에 대해 고민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공간 속의 빛 혹은 그것의 잔상(殘像)이나 파동은 지금 우리가 늘 마주치는 ‘빛’의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현상을 넘어 현실세계에서 여러 형태의 사유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요소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빛’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개인적인/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려 새로운 의미를 가진 모습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술의 기원은 빛에 의한 그림자의 실루엣을 표현한 ‘부타데스’(Butades of Sciyon)의 딸 이야기로 시작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후 이어진 미술의 긴 역사 속에서는 빛의 특정한 사용 방식은 화가의 화풍 및 사조를 구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현대에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간이 빛을 창조하게 되면서, 빛은 재현(再現)의 도구라는 역할을 넘어서게 되었다. 물리적인 실제 빛을 만들어 자유롭게 변형하고 정치적, 사회적, 철학적, 미학적, 종교적 의미 등과 결합하여 작가의 사유를 전달하는 필수 기본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빛은 밝음 그 자체만으로도 미술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이 다양한 ‘빛’의 맥락을 크게 3개로 나누어 소개한다. 첫 번째에서는 ‘빛’과 시간 그리고 공간과의 관계에 대한 탐구이다. 익숙한 밝은 빛이 비추어지는 빈 공간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상상의 이미지가 작동하는 곳이라면, 생경한 빛으로 둘러싸인 낯선 환경의 공간은 시간을 떠난 공간감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두 번째는 보이는 빛을 넘어선 몸으로 느끼는 파동에 관한 전시이다. 우리를 둘러싼 빛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 혹은 입자로도 존재한다. 작가들은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빛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제시한다.
빛은 태고적부터 제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앞서 기술한 부타데스의 딸도 연인을 전쟁터로 보내기 전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그의 그림자를 그렸을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작은 빛은 동서 고금 어디에서나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희망, 추모, 기원하는 성격을 지녔다. 이와 같이 전시의 마지막을 구성하는 작가들은 빛을 매개로 하여 각자가 속해있는 사회적인 현실 사건들을 표현했다.
빛은 각자가 처한 시각에 따라 제각기 달리 해석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이 제안하는 다층적인 빛이 관람객들의 다양한 해석과 만나 어떤 접점, 충돌, 소통 등의 다각적인 상호과정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전시제목 | 그것은 무엇으로 밝히나
전시장소 | 아트스페이스 광교
전시날짜 | 2020. 9. 22 – 2020. 12. 27
참여작가 | 던 조이 렁, 박기원, 박여주, 영타 창, 우종덕, 이안 번즈, 마르타 아티엔자, 정정엽, 피터 무어, FX하르소노
주최 | 수원시립미술관
출처 | 수원시립미술관 홈페이지 https://suma.suwon.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