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영화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로서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로보캅>, <터미네이터>처럼 사이보그를 소재로 한 영화와 <스타워즈>, <A.I.>, <월-E> 등 하나의 인력으로서 인간과 동일하게 생각하며 행동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영화, 또는 외계생명체와 자동차 로봇을 결합한 <트랜스포머>도 있다.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로봇 영화를 생각하면 위에 언급한 영화들의 소재를 떠올린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로봇’이 가지고 있는 사전적 의미인 사람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기계라는 뜻과 매우 가깝다.
로봇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소재와 다른 영화가 있다. 2009년 9월 할리우드에서 ‘써로게이트(Surrogates)’가 개봉했다. 써로게이트는 ‘대리, 대행자’들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 늙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는 로봇의 장점만을 가지고 핸디캡이 있는 인간을 대신한 대리자, 대리 로봇으로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로봇 아바타’다. 앞서 언급한 로봇 영화와는 다르게 하나의 인격보다는 인간 스스로가 로봇이 되는 영화이다. 또한 사이보그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영화이다. 사이보그가 인간의 신체 일부를 기계화해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여 인간 스스로가 로봇이 되는데 반해 써로게이트는 지능이 없는 로봇을 주인인 인간의 뇌파를 연결해 본인 대신 출근하고 일상생활을 즐긴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영화 시점의 현재의 14년 전에서 출발한다. 써로게이트의 창시자인 라이어널 캔터 박사는 뇌파를 이용하여 원숭이가 로봇 팔을 조정하고 또한 100개의 센서가 뇌신경을 담당하여 전신마비 환자가 인공신체 즉, 로봇을 통해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새로운 대리자를 발명하게 되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질병, 부상 없이 마음껏 활동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고, 그로부터 현재 세계 인구의 98% 이상이 뇌파를 이용한 로봇인 써로게이트를 일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로봇의 주인인 인간은 자신의 집에서 조정장치속에 편안하게 누워 머리에 특수 장치를 착용하고 자신의 상생활을 대신해주는 써로게이트를 움직여 회사에 출근하거나 친구들을 만나며 쇼핑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이로 인해 범죄율이 하락했으며 폭력범죄, 전염병, 차별 역시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어느 날 써로게이트의 눈을 기점으로 신체 전체가 처참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 사건은 단지 써로게이트가 고장난 것 이상의 사건이었다. 써로게이트와 연결된 주인까지 뇌가 전부 녹아 사망한 살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 FBI요원 톰 그리어 역의 브루스 윌리스는 피해자가 써로게이트 창시자인 컨터 박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박사를 찾아가 아들의 부고를 알려주게 된다. 아들의 죽음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한 박사는 자신이 찾아낸 범인의 단서를 건네주며 반드시 범인을 잡아달라고 부탁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어는 반대파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 방향으로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가며 범인을 추적하게 된다. 그 과정 중 범인이 그리어에게 써로게이트를 망가뜨린 무기를 사용하게 되어 그리어의 써로게이트 역시 전 사건처럼 부서진다. 하지만 그리어는 빠른 순발력으로 써로게이트와 연결 상태를 해지하면서 큰 부상없이 본인의 신체로 돌아온다. 그는 한동안 써로게이트를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원래 신체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고 오랫동안 써로게이트로 생활하면서 신체의 감각들이 둔해진 것을 느끼며 주위를 돌아본다. 그의 아내마저도 실제 만난 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정도인 것을 깨달으며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녀는 직접 마주하는 것을 거부한다.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집에서 조차 써로게이트로 지내고 있는 아내 매기는 써로게이트가 바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 라고 이야기하며 인간 실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SF영화는 과학기술적 요소를 기반으로 공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미래상을 그려내는 장르다.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또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써로게이트’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씩 전조를 보이고 있는 가까운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써로게이트처럼 SNS를 통해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기 보다는 가상의 공간인 온라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거나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내뱉기도 한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써로게이트처럼 실체의 모습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비현실적인 인물상을 그려놓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써로게이트가 나오기 전에 익숙해지기 위해 미리 연습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글. 이보람 |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