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로서 작동하다: System Aesthetics from Jack Burnham and now

Jack Burnham working on one of his viewer-activated luminous ribbon pieces, 1982. Photo: Northwestern University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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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론가이자 기획자였던 번햄(Jack Burnham) 1968 아트포럼에 기고한 「시스템 미학(Systems Aesthetics) 앞서, 그의 저서 『현대 조각을 넘어서 : 과학과 기술이 금세기 조각에 미치는 영향 (Beyond Modern Sculpture: The Effects of Science and Technology on the Sculpture of This Century)』 에서 오브제가 아닌 시스템으로서의 예술 작품에 대해 서술하며 기술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생성해 있다. 그러나 번햄의 논의는 중요성에 비해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다. AI 데이터 사회로의 이행을 목표로 4 산업 혁명이 진행 중인 현대 사회에 들어서 구축된 현재의 미디어 매체 환경과 연결되어,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제창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잭 번햄이 생성한 「시스템미학(Systems Aesthetics)」 에 대해 재고하는 흐름이 발생하였다. 잭 번햄은 1968, “시스템 미학이 오늘날에만 적용되는 기술사회적 조건의 미로에 접근할 수 있는 주도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라는 통찰을 담은 주장을 발표하였다미술사학자 프랜시스 할살(Francis Halsall)은 그의 저서 Systems of Art(2008)에서동시다발적으로 생성되었던 번햄의 주장은 (담론과 실천 모두를 포함하는) 예술계를 다루던 작가와 저자를 사이에서 일어나던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었으며, ‘오브제에서 시스템 중심으로 옮겨가는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었다고 언급한다.

Beyond Modern Sculpture: The Effects of Science and Technology on the Sculpture of This Century, 1968

 시스템 미학의 정립 배경에는 그 당시 미술계에서 전통적인 조각이나 회화에서 벗어난 여러 경향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의 모호함을 포착한 번햄의 문제(비판) 의식이 자리한다. 그는 시점의 예술가들이 전통 조각과 회화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시도했는데 이러한 작업들에는 혼합 매체 작업(mixed media presentations), 키네틱 조각, 해프닝(happenings), 야외 작업(outdoor works)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예술 작업의 형태는 더 이상 물질적인 영역 안에 머물지 않고 인간 사이의 관계 그리고 환경 요소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미학 담론은 다양한 매체들이나 전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미술 또는 해프닝으로 분류되는 경향성에 대해 이와 같은 급진적인 성격의 예술을 분석하기 위한 적확한 비평적 용어를 만들어내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번햄은 토마스 쿤(Thomas Kuhn)이 『과학발전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1962)라는 글에서 밝힌형태학적인 발전(morphological development)’ 정상 과학의 개념과 비슷하다고 언급한다. 쿤은 어느 시대의 것이건 간에 과학은 단일한패러다임 의해 지배되었다고 상정하는데, 이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과학 개념의 영향력은 지대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과학적 발견을 지배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실험에서 모순적인 결과들이 발견되더라도 시시한(trivial) 것으로 명명하거나 이러한 모순된 사실을 포섭하는 일반적인 이론이 생성되기 전까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된다고 지적한다. 번햄이 파악하기를, 그 당시의 예술은 주요 패러다임들 간의 전환기에 있으며, 그 원인은 현재 기술 상의 전환, 변화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근거로 번햄은 예술의 변화가 어떠한 구시대적 미학 용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러한 상황을 시스템 미학이라는 용어를 제시함으로써 명료히 하고자 한 것이다. 

 번햄은 시스템 미학의 관점에서 모든 생활과 삶이 시스템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는 시스템을 유기적(organic) 시스템과 무기적(non-organic) 시스템 간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라고 보았다. 현실의 삶에서생산물은 더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다른 종류의 요구가 발생된다고 말한다. 이 다른 종류의 요구란, 증가하는 인간기계 간의 공생(symbiosis)에 관한 이해,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 모델의 생산, 천연자원의 보존에 대한 우선 순위의 확립과 같은 것들이다. 과거에는 기술에 의해 제작된 물건들이 우리의 삶의 패턴을 구축하는 오브제 지향 문화(objected-oriented)에서 시스템 지향 (systems-oriented) 문화로 발전해가는 중임을 서술하였다. 그가 제안하는 시스템 고정된 환경과 안의 사건들을 다루는 것으로부터 탈피하고, 보다 광범위한 경계의 개념들에 관한 문제를 다루며, 그것의 관점에서는 극장의 무대나 그림의 프레임 등과 같은 인위적인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은 물질적 한계보다는 개념적인 측면(Conceptual focus) 의해 정의되고 따라서 예술 안팎의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상황들이 시스템으로 파악되고 규정될 있다고 보았다.

Norbert Wiener, The Human Use of Human Beings, 1950

 시스템 미학에서의 잭 번햄의 논의는 현대 4차 산업 혁명의 진행과 함께 뇌과학의 영역인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연결되어 왔다. 사이버네틱스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전달과 되먹임에 관한 것이다. 인간과 기계를 동일한 정보 처리 장치로 상정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공통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제어와 통신, 인공지능 등의 분야의 기반이 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I와 데이터 사회를 마주한 지금, 번햄의 60년대 미니멀리즘에 대한 논의와 사이버네틱스라는 개념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저의 논의들은 공유되는 부분이 상당하다. 번햄은 오브제 기반의 사유, 존재론에서 시스템 기반 혹은 시스템 지향 문화로의 전환에 주목한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시각은 당시 미니멀리즘이 지양하고자 했던 분리되고 독립적인 완결된 오브제가 아닌, 우리의 이웃, 산업 단지들, 운송 시스템, 정보 센터 등 다양한 것들을 포함하는 유기적인 것과 비유기적인 것 사이에서 형성 가능한 지속적인 관계에 대한 고민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적인 접근을 통해 인간이라는 시스템, 자연환경, 도시라는 시스템 그리고 더 발전된 단계의 기계 시스템들이 환경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계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확장하여, 물질적인 기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맥락에서 서로 공명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시스템(system)’을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관련된 각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 혹은 상호의존하는 유기적 집합체로 정의한다면이것은 앞서 언급한 잭 번햄의 주창처럼 생명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지칭할 수도 있고, 우리 주변 또는 사회에서 작동하는 산업체와 농장, 운송 시스템, 정보 시설, 여가시설 등 우리 사회, 경제와 같은 거대한 구조 모두를 포괄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모든 인간 활동과 모든 살아있는 환경들은 시스템의 위계질서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teamVOID, Light Wave, 2014

 테크놀로지 그리고 컴퓨테이셔널 미디어 아트 사이의 실험적인 통합으로 발생되어 근래에 포착되는 결과물들은 틀림없이 흥미롭다. 정보를 예술 작품의 핵심 요소로서 차용한 알고리즘 아트의 경우에는 누구도 매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결과 또한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련의 규칙, 일련의 프로그래밍을 작업으로서 접근하여 본인이 만들어놓은 규칙 안에서 작동하는 작업으로 다른 또 하나의 갈래를 흥미의 화두로서 제안하는 결과물 역시 흥미롭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팀보이드 <Light Wave> 시리즈는 수백개의 모듈이 작동하며 패턴화된 형상을 가시화한다. 우리는 2차원의 원운동을 통해 유형화된 시스템 앞에서 관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잭 번햄의 시스템 미학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시스템 미학의 적용을 작업 전면에 드러내는 예술가들의 창작물이 구체화되는 양상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 미학이 확장 적용된 창작 활동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나아가 동시대 기술과 예술의 융·복합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예술적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글. 조성현|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