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껴지면, 자기의 길을 새롭게 개척해 나아가려고 시도한다. 길은 인생의 지표라고 이야기하는데, 가끔 다른 길에서 그 해답을 얻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학업이나 진로, 이직 등 계획했던 일들이 무산되고 주변에서 무언의 압박을 느끼는 일이 일상처럼 되어버리곤 할 때,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더 의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해답을 얻고 위로와 치유를 얻으며 영위하고자 하는 행위와 심리를 동시에 보여준다.
초자연적인 존재와 접촉하여 불안한 미래를 탈피하고자 하는 갈망은 예로부터 우리 마음속에 꾸준히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심청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흥부 놀부’ 등, 다양한 능력으로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혼내주는 도깨비의 존재, 어려운 일을 마주할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늘에 기도하는 구복적 행동, 현재와 이(異) 세계가 구분되지 않고 현실의 인물과 초자연적인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관계 맺기 즉, 무당, 곧 샤먼을 중심으로 한 신앙체계 등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샤머니즘은 현실에서 겪은 고난과 어려움을 위로하거나 무사를 기원하고 더 나은 삶을 염원하는 등, 굿이나 장승 등의 형태로 남아있다. 무당이 점을 칠 때 사용하는 각종 도구인 무구(巫具)를 사용하여 춤과 노래, 제물의 일련의 과정인 의식인 ‘굿판’을 통해 신을 만나며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불안감과 막연함으로 사주와 운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불안정한 미래는 사람들의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 때문인지 작년과 올해, 위 요소의 주제와 내용들로 꾸며진 전시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샤머니즘을 주제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에서부터, 의례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를 사용한 국립현대미술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 양혜규 O2&H2O> 전시, 최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확인하고자 발길을 이끌었던 일민미술관의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가 있다. 이 중 몇몇 작품들을 통해 사주와 운세에 대한 갈망, 그리고 더 나아가 큰 주제로서의 샤머니즘을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막을 내린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 작가의 작품에서 샤머니즘을 연상하게 하는 방울은 무속 신앙에서 굿을 할 때 쓰이는 무구의 한 종류이다. 방울은 특별한 굿에서만 사용되기보다 주로 춤을 통한 의례를 행할 때 사용 한다. 방울 소리는 무당이 굿을 할 때 신을 맞이하거나 신을 즐겁게 할 때, 신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냄비, 마우스, 헤어 드라이기 등 일상의 사물을 크게 확대하여 작은 방울을 표면을 뒤덮은 작업인 ‘소리 나는 가물家物’은 손잡이와 바퀴가 달려 있어 움직일 때마다 방울이 흔들리면서 소리를 낸다. 작은 방울들이 흔들리며 만들어낸 소리들은 의식의 연장선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무속 신앙에서 사용되는 방울을 소재로 하여 만든 독특한 조형물은 마치 사물에 깃들여있는 도깨비의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소리 나는 동아줄’은 방울과 링을 연결하여 천장에서부터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작품이다. 수십여 개의 방울들이 서로 엉켜 하나의 동아줄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오누이가 위험에 처한 상황, 하늘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비는 행위를 떠오르게 한다. 하늘에서는 오누이를 구제하기 위하여 동아줄을 내려줌으로써 오누이가 처한 문제 상황을 해결해 주는 공시성을 보여준다. 시련과 고난 속, 하늘에 직접 기원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현실을 벗어난 것처럼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개막을 두 차례나 연기한 끝에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4월에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무료 개방되는 메인 전시관 1전시실에서 관람객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작품은 김상돈 작가의 ‘카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트에 부적과 꽃 등을 매달아 장례 문화를 표현한 이 작품은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여 상여가 진행 중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제단을 형성하여 의식을 구성하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배를 콘셉트로 하여 이러한 과정들이 불가피하게 직면한 어려움과 고통, 슬픔을 천천히 흘려보내는 방법의 한 일부라고 보인다.
이전의 작품들이 고전적인 느낌을 주었다면, 현대인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일민미술관의 <운명상담소>는 상담을 통해 내면의 세계를 찾아가고, 자신의 운명을 점을 통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1층은 우주론적 세계관을 재해석한 전시가 진행했었고, 2층은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로 구성되었다.
처음 전시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송지형 작가의 ‘사주포차’는 사주로 점을 봐주는 행위를 통해 현대인이 불안정한 심리를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상담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해봄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리를 잘 모색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았다면, 정윤선 작가의 ‘오행백신센터’에서 부족한 오행의 기운을 채워볼 수 있다. 작품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파동 성명학 이론을 바탕으로 상담을 통해 음양오행을 살펴본다. 관람객은 안락의자에서 자신에게 부족한 오행의 기운을 빛과 소리로 채움으로써 내면을 정화시키고 기운을 북돋게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함께 가지며 불안정한 마음을 다스리게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불안감이 가중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지금, 비현설적인 에너지를 통해 일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느끼는 심리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작년과 올해 진행된 전시 속 몇몇 작품을 통해 위로와 마음의 안정,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올 하반기 11월에 보안여관에서 샤머니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 이번 전시에서 어떤 작품으로 이야기를 담아낼지 기대가 된다.
글. 이보람 |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