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생태계의 청사진을 그리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센터 ACT center, 이기형 창제작센터 융복합콘텐츠팀장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속한 창제작센터(ACTcenter)는 다원적이고 융복합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첨단 장비들이 마련된 공간으로, 2015년 료지 이케다의 <테스트 페턴>, 이듬해 김치엔칩스의 <라이트 베리어>, 2017년 료이치 구로카와의 <노드 5:5> 등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이 실현되고 다학제간 협업과 창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엘리스온에서는 이처럼 규모있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구현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창제작센터 융복합 콘텐츠팀 이기형 팀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창제작센터가 단순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장비와 공간의 차원임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사회와 공동체를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앞으로 꾸려나가야 할 융복합 생태계에 대한 청사진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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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ice on 안녕하세요 이기형 팀장님 창제작센터에 대한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기형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내 구축된 창제작센터는 문화예술, 인문사회,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관련 기관과 함께 예술작품과 문화콘텐츠를 기획, 개발, 유통하는 융복합콘텐츠 창제작센터입니다. 창제작센터는 영문으로 Art & Creative Technology(ACT Center) 입니다. ACT 센터가 정의하는 예술의 기능은 재현과 향유가 아니라, 질문과 공유입니다. 관성화된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함께 공감하는 동시대 예술의 방향과 함께 합니다. 그 질문의 목적은 결국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동시대 공동체의 정치적 무의식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질문이 여러 사람과 공유되기 위해서는 이미지, 사운드, 텍스트 등 물성 있는 무엇으로 외화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창제작센터에서 정의하는 기술은 단순히 표현의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가시화하기 위한 창의적 해결책입니다. 특히 다양한 창작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업과정과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는 시청각적 과정이 필요합니다. 즉 창의적인 기술을 통하여 그 프로젝트에 맞는 공통언어를 만들어 가면서 해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창제작센터에서는 첨단 기계조형 장비, AV, VR, 3D프린터 등 원하는 모든 기술구현이 가능한 장비와 시스템이 있는 3개의 대형 창제작 스튜디오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Alice on​​국내 유일의 우수한 퍼포먼스 장비들이 도입 돼 있고, 잘 구성된 카테고리로 구분 돼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창제작센터에서 무엇이 이루어 지는 지, 이를 통한 지금까지의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기형 크게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기반 예술작품 창작과 대중적인 문화기술(CT기술)을 활용한 융복합콘텐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술작품의 경우, 2015년 료지 이케다와 함께 작업한 대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 ‘테스트 패턴’을 시작으로 김치앤칩스의 ‘라이트베리어’, 박종우 작가의 아시아 소수민족 사진 아카이빙을 활용하여 아시아의 패턴을 추출하는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 ‘아시아의 초상’, 료이치 구로카와와 함께 작업한 ‘노드 5:5’ 등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개발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창제작센터의 실험적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900평 규모(층고 16m) 첨단 전시 공간인 복합 1관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또한 최근 4차산업혁명의 주요기술인 VR, AR, 로봇을 활용한 공익적인 문화콘텐츠 개발을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문화기술에 맞추어 융복합콘텐츠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유형 문화 유산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체험가능 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헤리티지‘에 적합한 텔레프레젠스 디바이스를 적용하면서 자연스럽게 4차산업혁명 기술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전당의 큰 슬로건 ’세계를 향하는 아시아의 창‘을 실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2015년 팔만대장경을 로봇팔로 사경하는 ’피타카‘를 시작으로, 햅틱 HMD 방식 VR과 360도 곡면 스크린, 그리고 앰비소닉 사운드 디바이스와 시스템을 적용하여 아시아각국의 유무형 유산을 가상으로 체험하는 ’인터아시아버스‘ , 아시아의 광활한 자연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Walk Through Cinema‘ 등을 단계별로 개발해 나가고 있습니다.

Test Pattern [nº8], Ryoji Ikeda, 2015 / 테크토닉스 – 테스트 패턴 [n°8] 전시, 2015, ACC
​Alice on ​ 창제작 센터를 이용하고자 하려면 어떤 절차를 통해 이용할 수 있나요 ?

​​이기형 창제작센터에 상주하는 기획자와 아티스트, 테크니션과 액트 스튜디오를 함께 사용하면서 협업하는 절차는 크게 레지던시(Creative in Lab) 공모에 지원하는 방법과 창제작센터에서 진행하는 전문기관 협업 프로젝트에 결합하는 방법, 그리고 국내외 기관과의 교류 협업 프로젝로 참여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레지던시는 1년에 2회 운영됩니다. 상하반기 각각 년 2회 공모가 진행되며 이때 해당 분야별로 지원하시면 됩니다. 협업 프로젝트의 경우, 창제작센터와 공동 프로젝트 개발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 창제작센터와 함께 작업하실 수 있습니다.
Alice on 
​ 지난 4월, <감각과 지식사이 Otherly Space/ Knowledge> 전시가 창제작 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어떤 관계가 있나요 ?

​​이기형 창제작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창작활동은 동시대 공동체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질문들, 즉 기존질서에 대한 의문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감각으로부터 촉발되는 경우도 있고,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합리적 지식이 혹시 일반화된 오류이거나 편견이거나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적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의식’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합니다. 감각으로부터 시작된 질문은 기술적 장치의 도움을 받아 가시화되고, 감각-기술로 재매개화된 질문들의 축적은 지식을 수정합니다. 역으로 지식의 의심으로부터 시작된 질문은 기술을 통하여 감각적으로 공유되고, 이는 다시 감각과 지식의 관계를 흔들게 됩니다. 결국 감각과 지식은 예술과 기술과 상보적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창제작센터가 지향하는 융복합 생태계는 단순히 신기한 기술을 보여주거나, 감각의 확장을 경험케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공동체가가 함께 도약(Jumping Together = Consilience)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번 전시 <감각과 지식 사이 Otherly Space/Knowledge>도 그 외양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지만, 그 근간에는 사회와 공동체가 있습니다. 창제작센터가 있는 자리도 그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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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ice on​전시공간이 아닌 창제작 센터에서 이뤄진 <감각과 지식사이 Otherly Space/ Knowledge >전에 대한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이기형 먼저, 이번 <감각과 지식 사이 Otherly Space/Knowledge> 전시가 창제작센터 스튜디오 공간에서 개최된 점이 중요합니다. 창제작센터 스튜디오가 일반인에게 최초로 공개되었다는 점 보다는, 단순히 결과를 보는 일반적인 전시관이 아니라, 창작의 시작과 결과가 진행되는 과정의 공간, 즉 사이의 공간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입니다. 전시장은 심리적 착시이기는 하지만 발명의 공간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갑자기 작품이 개막전에 나타납니다. 반면에 스튜디오는 발견의 공간입니다. 창작을 하면서 또 다른 감각의 공간(Otherly Space)을 탐험하고, 감춰진 지식의 가능성 영역(Otherly Knowledge)을 탐색하는 헤테로토피아, 크로노토피아입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 지향하는 바도 이와 같습니다. 작품과 공간의 정체성이 하나로 만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Alice on​ 창제작센터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기형 앞서 창제작센터는 예술과 기술, 그리고 공동체가 키워드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현재는 예술과 기술이 관람객들에게 먼저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공동체가 먼저 보이는 작품과 콘텐츠를 창제작하려고 합니다. 건강한 생태계 안에서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동식물과 사람, 인공물, 자연물이 먼저 보이기 보다는 내외부를 순환하는 바람, 햇살, 소리 등 에너지가 깊게 느껴집니다. 보이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것을 초과하는 긴장됨, 혹은 안온함이 느껴지듯, 창제작센터가 지향하는 융복합 생태계 또한 그것을 구성하는 C-P-N-D(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가 보이기 원치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람과 자연의 유쾌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가능성의 영역을 발견해 나가려 합니다.

​ ​Alice on ​ 소중한 답변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유다미 앨리스온 에디터, 박지수 앨리스온 에디터
사진 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