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2022년 아르코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땅속 그물 이야기》
참여작가 : 나타샤 톤테이, 돈선필, 모레신 알라야리, 무니페리, 송민정, 업체eobchae, 이영주, 케이켄, 클라라 조, 혼프(하우스 오브 내츄럴 파이버), 황선정 / 김안나, 비샬 쿠마라스와미×리티카 비스와스, 리 위판×첸 샹웬, 클라라 조×마라 조안나 콜멜 / 보선, 서한나, 이길보라, 하미나 / PACK(팩)
기간 : 2022.8.11.(목)~10.23(일)
운영시간 : 화-토요일, 11시-19시 (매주 월요일 및 추석 당일 휴관)
장소 : 아르코미술관 제 1,2전시실 및 아르코아카이브 라운지, 스페이스필룩스, 온라인 플랫폼 뉴아트시티
관람료 : 무료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 디지털 아트센터, 타이베이
2022 아르코 융복합 예술 페스티벌 《땅속 그물 이야기》는 점점 더 가속화되어가는 초연결 사회에서 디지털 네트워크와 예술 창작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 이러한 경향이 사변적인 이야기를 넘어 현실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세계를 탐구하는 전시입니다. 이는 가상과 현실을 연결한다는 환상을 증강현실, 인터랙션과 같은 디지털 기반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변적 또는 상상적 이야기가 앎과 실천으로 연결되어 세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땅속 그물 이야기’는 웹 3.0의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체계를 땅속의 그물망인 버섯, 곰팡이와 같은 균사체 시스템에 비유합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인간, 자연, 신화적 존재의 얽힘을 땅속 존재들로 호명하고 이들이 그려내는 ‘세계 짓기’(worlding)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1)
이러한 이야기는 근대 지식 체계가 부여해온 질서를 벗어나 현재와 미래의 삶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제안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근대의 지식체계는 인간과 인간 외의 존재들의 혼종에서 기인한 혼돈을 잠재우고자 ‘세계의 탈주술화’를 지향하며, 성과 속, 문명과 비문명, 영혼과 산 자들의 영역을 분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페스티벌은 인간 중심의 과학적, 합리주의적 사유체계가 분리해온 동물, 영혼, 신화 등 비인간의 삶과 앎을 이어 붙이는 ‘세계의 재주술화’를 통해 이 땅의 모든 존재가 뒤얽힌 마술적 세계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땅속 그물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디지털 창작 방법을 통해 정상성과 규범에서 탈주한 스토리텔링이 활성화되는 시공간으로서 아르코미술관 전시장과 온라인 가상 전시관을 설정합니다. 제1전시실 ‹미지와 야생›은 신화, 영혼, 야생의 오랜 공존 서사와 함께 상이한 시간대의 다중우주를 경험하게 합니다(나타샤 톤테이, 무니페리, 모레신 알라야리, 이영주, 클라라 조). 제2전시실 ‹변이 세계›는 웹 3.0의 탈중앙화와 분산의 네트워크 방식이 디지털 세계 속에서 형성되는 사변적 세계로 안내합니다(돈선필, 송민정, 업체eobchae, 케이켄, 황선정). 스페이스필룩스의 ‹지하의 정원›은 혼프의 작품과 함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땅의 기운을 닮은 콜렉티브와 공동체의 삶의 지식과 실천을 공유합니다.
이와 동시에 온라인 가상 전시관인 ‹균사체의 정원›은 곰팡이의 생장 특징에 따라 구성한 마이크로 세계관 속에서 관람객이 미세한 포자가 되어 디지털 작품을 탐험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미술관 전시실에서 선보이는 11명의 작품과 더불어 게스트 큐레이터 3인이 초대 작가와 협업하여 제작한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김안나, 비샬 쿠마라스와미×리티카 비스와스, 리 위판x첸 샹웬, 클라라 조x마라 조안나 콜멜). 또한 4인의 필자 보선, 서한나, 이길보라, 하미나가 현실을 바꾸는 이야기와 실천의 가능성을 함께 논하였던 페스티벌의 사전 워크숍 「함께-세계 만들기 Worlding-with」의 결과물인 문장과 글은 ‹균사체의 정원›의 전기신호로 선보여집니다. 가상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2층 아카이브 라운지에 마련된 뷰잉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아트페스티벌 타이베이(Digital Art Festival, Taipei)와의 협력으로 ‹균사체의 정원›에서의 온라인 전시와 스크리닝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디지털아트페스티벌 타이베이의 전시 기간인 9월 30일에 맞춰 공개됩니다.
다중의 관점이 얽히고 혼합된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땅속 존재들은 다양한 지구의 생명체와 연합하여 잘 살고 잘 죽는 ‘퇴비적’ 존재2)들입니다. 변이종과 하이브리드 존재의 렌즈를 통해 그려낸 세계는 다음 세대의 회복과 재구성, 생성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는 폐허가 된 땅 위에 새로운 씨앗을 자라게 하는 변이의 힘이자 땅의 에너지입니다. 지하의 존재들이 만들어가는 변이의 세계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1)《땅속 그물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에서 곰팡이 숲의 변이체들과 인간 공동체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매개자 나우시카의 지혜를 공유합니다. 또한 오염된 곰팡이 숲이 땅속 깊은 곳에서 재생과 순환을 준비하는 생태순환의 세계관을 참조합니다.
2)도나 해러웨이는 ‘퇴비'(compost)를 탈인간중심주의의 형상이자 복수종들의 삶과 죽음이 상호 의존적으로 뒤얽힌 구체적인 형상으로 말합니다. 도나 해러웨이, 『트러블과 함께하기-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 최유미 옮김(서울: 마농지, 2021), 13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