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에서 ‘검색’은 공적인 하루 업무 중 하나였다. 언론인의 꿈을 안고 들어간 모 통신사의 이슈팀에서 인턴 기자로 일을 시작한 첫 날, 나는 펜을 무기 삼아 현장을 누비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너 쪽으로 정리된 얄팍한 기사 작성 매뉴얼을 손에 들고 나서야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됐다. 우리의 취재처는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의 기자실이 아니라 네이버, 다음, 디시인사이드, 네이트판과 같은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나 오유(오늘의유머), 인스티즈, 엽혹진(엽기혹은진실), 디젤매니아, 파우더룸, 아이러브싸커 등의 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말하자면, 회사가 우리에게 기대한 것은 현장 취재가 아니라 ‘검색어 대응’과 ‘어뷰징’이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1위부터 10위까지 팀원끼리 분배해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라는 반응을 보였다”와 같은 문장으로 끝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붕어빵 찍듯 생산하는 일이었다.
검색과의 싸움은 직장을 옮기고 나서도, 대학원에 들어오고서도 계속 이어졌다. 작품의 영감을 인스타그램 피드나 페이스북, 핀터레스트에서 얻는 시대, 몇 번의 검색과 클릭이면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전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다. 검색은 사전만 삼킨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들과 비평가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 놓았고 강력한 도구를 제공했다. 하지만 그만큼 정보의 질과 비평의 깊이는 깊어졌는가?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하던 내게 『검색, 사전을 삼키다』는 벼락같은 일갈과 진정성 있는 격려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출판의 꽃이자 자존심’인 사전이 검색에 삼켜져 버린 시대라니. 나처럼 종이 책을 만들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사형 선고처럼 들릴 법한 책의 제목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메시지는 ‘검색이 좋아지기 위해서라도 좋은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후의 사전 편찬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전의 몰락 원인으로 꼽히는 검색 회사에서 웹 사전을 기획하고 있다. 저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료로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사전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검색과 사전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검색 서비스는 대부분 첫 번째 검색 결과로 출판사로부터 저작권을 사들인 사전을 내놓는다. 사전은 ‘최소한의 검색’이자 ‘검색 결과의 뼈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색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가진 전문 사전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종이 사전의 몰락을 무조건 검색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종이 사전의 몰락과 원인은 인터넷 검색에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내놓은 대답은 나를 숙연하게 했다. 종이 사전의 쇠퇴에는 일본이나 영미권 사전을 생각 없이 번역하거나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개성 없는 사전을 펴내던 종이 사전 편집자의 태만과 무능 탓도 있다는 것. 에디터로서의 근본적인 자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곱씹어볼 만한 대답이다.
글. 조한결 | 앨리스온 수습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