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오픈토크 ‘동시대 기술문화 지형과 실천적 쟁점’를 시작으로 다양한 화두 공유와 실천의 접점을 공유했던 ‘2021 서울예술교육랩 질문의 진화’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두 달 여의 시간 동안 다양한 주제와 관점으로 기술과 예술, 그리고 교육의 연계와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기술문화시대의 화두와 다양한 실천의 사례를 공유하며 함께 할 질문의 공감대와 기반을 형성했던 ‘오픈토크’와 직접 실행하고 접촉하며 접근과 실천의 방법론의 이해도를 높이며 또 다른 공감 축을 쌓은 ‘감각 확장 워크숍’은 그러한 진행과 활동의 x, y축이었다. 그리고 걸음걸이의 막바지로 진행된 것이 ‘기술 시대의 예술과 예술교육’ 웨비나였다.
이 프로그램은 오늘의 예술교육에 대하여 기획자, 교육자, 연구자라는 각기 다른 전문가를 초빙하여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술, 예술, 교육을 소개하고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질문의 순환을 이끌어내는 자리였다. 기술 미디어와 연관된 창작자이자 동시에 교육과 연구를 함께 병행하는 최승준 작가가 모더레이터로서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가운데 히데아키 오가와(Ars Electronica Future Lab 디렉터), 다이치 야마오카(YCAM 에듀케이터), 이다영(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연구원)이 각각 기획, 교육, 연구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토대를 기반으로 축적된 시간과 경험을 발제와 토론을 통해 풀어내었다.
첫 발표자인 히데아키 오가와는 기술-예술의 연계활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기관 중 하나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와 부속 연구기관인 퓨쳐랩(Future Lab)의 사례를 중심으로 오늘의 예술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했다. 의무교육 시스템 안에서 풀어내기 어려운 빠른 변화와 그 안에서의 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실천 주체로서 창의적인 질문을 만드는 예술가, 그리고 그에 대해 다루고 해결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소개하며 이들의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근래 화두가 되고 있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과 더불어 아트 싱킹(art thinking)을 연계하며 만들어나가는 크리에이티브 싱킹(creative thingking)을 제안하며 그에 대해 린츠(Linz) 시를 중심으로 펼쳐내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문화예술의 결에서 다양한 미래에 대한 다채로운 실험을 시도하며 그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 관용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점이 부각되었다.
다이치 야마오카는 그가 소속한 야마구치 정보 예술 센터(Yamaguchi Center for Arts and Media)에서 진행하고 있는 ‘함께 창작하기, 함께 배우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창작과 창작자를 지원하는 기관임과 동시에 시민과의 접촉면으로서 교육을 중요하게 다루는 곳인 YCAM에서 그는 빠른 기술 발전 속도에 의해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환경에 대해 어떻게 마주하고 판단하며 행동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미디어 환경에 대해 일본의 공공교육과 다른 결에서의 접근으로 직접적인 기술 교육보다 리터러시적 관점에서의 활동을 강조했다. 즉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환경에 대해 HTML이나 메일링, 보안과 같은 기술 활용의 차원보다는 인터넷이라는 환경과 우리라는 사용자가 마주하며 만들어내는 절충, 타협, 유희와 같은 현상과 태도, 그리고 이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관점과 상황이라는 리터러시적 측면의 환기와 이해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을 교육에 녹여내기 위한 전체적인 프로세스 설계와 피드백, 그리고 교육자를 비롯해 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큐레이터, 엔지니어, 작가 등 다양한 전문가와의 지속적 연결과 참여가 인상적이었다.
이다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융합예술센터인 아트콜라이더(art collider)랩의 활동을 중심으로 예술교육에 대한 관점을 공유했다. ‘나-우리-사회’의 연결과 확장을 중심으로 기술과 예술의 연계를 연구, 기획하고 있는 아트 콜라이더랩은 최근 놀이적 미디어(playful media)를 중심으로 예술교육 활동을 진행중이었다. 이다영 연구원은 GUI와 위지윅,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등 대표적인 융복합 기술개발의 요람인 팔토알토 연구소(Palo Alto Research Center) 원장으로 활동했고 다양한 디지털 문화에 대한 연구와 강연을 진행한 존 실리 브라운(John Seely Brown)의 인간 규정의 관점을 소개했다. 즉 슬기로운 사람, 즉 지식에 초점을 둔 호모 사피엔스적 관점의 인간 이해는 만들기 행위를 강조하는 호모 파베르를 거쳐 놀이를 중시하는 호모 루덴스로서의 관점이 부각되었으며 오늘은 이 세 가지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발현되어야 오늘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반응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지점이었다. 그는 연구자로서의 전반적인 연구, 기획, 반영, 실천에 대한 자신의 프로세스를 소개하며 제도권의 교육과 대안교육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진행되는 재맥락화를 언급했다. 즉 융합예술교육은 그것이 진행되는 장소와 대상, 시점을 이해하고 그 교육과정에 대한 고려와 함께 이를 녹여낼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또 다른 융복합적 관점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토대로서 Virtual과 Actuall을 어떻게 연결하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 역시 오늘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지점이라고 언급했다.
발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은 최승준 작가가 진행시간 동안 도출된 키워드를 정리하고 또 다른 질문을 생성하는 가운데 전체 이야기를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들이 정리되는 자리였다. 히데아키 오가와가 언급한 회복탄력성을 위한 예술(art for resilience)는 급진적인 기술 발달과 변화로 인해 맞닥뜨리게 되는 불안정한 현실과 미래, 속도차에 의한 균열과 간극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회복과 복원, 그리고 반응을 촉진할 수 있는 촉매로서의 다원적 대체제로서의 예술 존재를 드러내고 제안하는 개념이었다. 이다영의 ‘수수께끼 같은 상황’ 역시 오늘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흥미로운 질문이자 규정이었다. 브라운 교수가 ‘놀이’에 대해 언급하는 말에서 인용했던 이 단어를 이다영 연구원은 실재와 가상이 연동하는 오늘을 어떻게 연결하고 다루어나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나가야 하는 오늘과 그 질문이 이러한 수수께끼이며 수수께끼적인 상황이라고 연결했다. 다이치 야마오카가 던진 메시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들도 잘 모른다.” 언뜻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는 말은 역으로 자칫 교육이 가질 수 있는 고정적인 관점을 흔들어 오늘날 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획득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이 자극적인 선언은 개인의 차이를 잇고 고정된 시야와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질문과 다양한 답을 연결할 수 있는 다양성과 유연성의 출발지점이었다. 잘 모름을 인정하고 우리의 귀와 몸을 열어 새로움을 자극제이자 환기제로서 대하기. 질문의 진화의 시작 지점이자 마지막에 닿을 수 있는 새로운 우리의 이해가 아닐까.
*기술시대의 예술과 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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