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세계 사람들을 향한 또 다른 얼굴 하나를 소개했다. 바로 STARTS이다. 이 부문은 ‘Science + Technology + ARTS = STARTS’라는, 시각적으로도 잘 드러나듯 예술을, 예술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과학과 기술의 융합 프로젝트에 관한 상이다. 유럽연합본부에서 지난 2013년부터 실행되어 온 이 프로젝트이다. STARTS의 시작은 유럽집행위원회의 제안이었다. 유럽 대륙에 대한 입법, 행정, 집행에 관한 집행기관인 유럽집행위원회(Europe Commision)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중요한 축으로서, 인간 사교의 교차점으로서의 과학과 기술 그리고 예술이라는 3대 축을 설정했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 만들어 낼 혁신적인 결과물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 바로 이 상이다. 이 상은 2016년부터 그 운영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측에 위임, 올해 그 두 번째로서 진행되었다.
일종의 글로벌 협동 프로젝트에서 대중들에게 오픈되어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Prize)로 형태가 바뀐 것은 어느정도 흐름이 잡히고 논리와 정당성이 확보되었으며,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과 새로운 에너지와 인력, 자원의 유입을 꾀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러한 경쟁부문과 시상의 존재는 시상 주체의 권위와 더불어 한 작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데 효과적이며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Prix Ars Electronica는 20여 년의 시간 동안 미디어 아트를 대표하는 간판으로서 자리잡았고 아르스가 또 하나의 라인업으로 전면에 내세운 STARTS는 어떠한 차별점을 지닌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얼굴 STARTS는 ‘어떻게 예술가의 상상력을 현실에 이용하여 보다 발전적으로 사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자연과학의 이론 안에서 정답을 찾단 기술을 예술가의 상상력과 감성이라는 새로운 주체와 만나게 하여 기존의 모더니즘적인 전문분야의 틀을 벗어나 혁신적이고 발전됨을 넘어선 진화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진행중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올해로 22년차를 맞이하는 예술, 과학 및 기술 연구단체인 와그 소사이이터(Waag Society)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복합 실험 예술 기관인 보자르 아트센터(Bozar Art Center)와 공동으로 예술과 과학, 기술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
Etsuko Yakushimaru, <I’m Humanity>, YCAM 공연 버젼
2017년 예술적 탐구(Artistic Exploration) 부문 대상은 일본의 야쿠시마루 에츠코와 스위스 취리히 공대의 그라마지오 퀼러 팀(Gramazio Kohler Research, ETH Zurich)에게 돌아갔다. 야쿠시마루 에츠코의 존재는 상당히 이색적이다. 그녀는 이미 일본의 유명 아이돌로서 대중들에게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이번에 <I’m Humanity>라는 음악작업을 통해 시상대에 올랐다. 이 작업은 생명공학에 바탕을 둔 작업으로 일종의 변형된 미생물 전시이자 음악이며 DNA기반의 반 영구적 아카이브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가수인 그녀는 스스로 다루고 있는 음악에 대해 생성, 전송, 기록, 변이, 확산의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녀는 시아노박테리아의 일종인 시네코코커스(Synechococcus)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음악정보를 DNA를 이루는 A,T,G,C 네 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지는 3개의 연결핵산, 즉 코돈으로 번역하여 삽입했다. 이렇게 박테리아 안에 안착한 음악 정보는 박테리아가 살아가면서 끊임없는 분열 과정을 통해 재생산, 변이, 확산되며 DNA 스스로가 생명작용을 통해 획득한 반영구적인 보존 과정 안에 포섭된다. 설령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이 박테리아는 생존하여 인류의 역사를 넘어선 시간동안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획득한 것이다. 동시에 돌연변이의 가능성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음악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가지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각각 CD, 디지털 음원, 유전자변형박테리아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된다.
이미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그 어떤 매체보다도 보존성이 높은 DNA를 기록매체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깊게 연구해오고 있다. 또한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을 기점으로 생명활동과 관련하여 유전자를 분석하여 변형하고 더 나은 기능의 확보, 질병의 치료 등의 의학 목적으로도 상당한 진척을 이루어냈다. 야쿠시마루의 작업은 이러한 DNA의 연구와 활용이 실험실과 기업을 넘어 대중문화의 영역에 도달한 것에서 의미를 가지며 이를 통해 문화와 과학 사이를 오가며 기존의 상식을 넘는 독특하고 새로운 혁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로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Gramazio Kohler Research, ETH Zurich, MIT, <Rock Print: A Manistone>
혁신적 협업(Inovative Collaboration)부문의 대상은 스위스 취리히 공대의 건축연구소와 MIT 자기기술연구소의 협업 팀에게 돌아갔다. <Rock Print>는 물리적 간섭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 제작 공법으로 기본 구조물을 쌓는 적층형식에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받아주는 중계물질인 와이어를 이용한 것이다.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말그대로 로봇이 자갈을 쌓아 만드는 볼품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로봇이 외부 데이터를 받아 기본 구성물질을 이용해 별다른 접착이나 고정 없이 구조물을 쌓아올리며 형태를 생성하고, 그 결과물을 완벽하게 무로 돌리고 다시 구성할 수 있는 가역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기존의 건축공법 또는 적층형식과 다른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늘날 자동화가 가속되는 산업현장과 그곳에서 작동하는 공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에 대한 실험이다. 자연계의 자기조직구조를 기반으로 비균등한 재료를 이용해 산업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구조적 논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의 한 모습인 것이다. 또한 잠재적으로 완전히 재사용이 가능한 분산구조의 예시로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 예술이 전통적으로 가진, 그리고 지금까지 주욱 이어져오는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세계를 열어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히 묘사하고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해 참신한 해석을 던지고,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함을 통해 닫혀있던 세상을 열어 젖혀 고정 관념에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축제를 통해, 전시를 통해 재구성되고 정리되어 맥락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그들 중 하일라이트되어 이 시점의 핵심으로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이 경쟁부문의 선정작들이다.
미래의 예술, 그리고 미디어 아트라고 부를 개념과 형태를 정리하고 제시하는 것이 Prix Ars Electronica 경쟁부문이었다면 STARTS는 융합이라는 형태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가시화된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한 축이 제한이 없는, 가능성 자체에 대한 방향이라면 다른 한 쪽은 구체적인 분야와 분야간의 연결과 진행, 그리고 그에 대한 가능성을 가시화한 방향성이라는 축을 구성했다. 한동안 유행어처럼 쓰였던 ‘융합’, 또는 ‘통섭’에 대한 실천일 것이다. 이 키워드는 21세기 혁신 학문분야에 대한 유행어처럼 끊임없이 소모되면서 가치가 절하된 상태처럼 되어버렸지만 분명 중요한 오늘의 과제이고 해결책이다. 모더니즘적 전문분야는 지식의 깊이를 이루었지만 소통의 불가능과 편재로 인한 많은 부작용을 만들었다. 아르스의 두 경쟁부문은 분야간 융합, 그리고 편중된 문명에 대한 반성과 새 길의 제시를 위해 기능할 수 있는 판이다. 이런 방향성을 계속 유지하며 사람들의 관심도 끌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기원한다.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실현을 가능케 하고 더욱 지평이 넓혀진 작업으로 미래지향적 가치를 추구하게 하며, 과학자에게는 자유로운 컨텐츠의 다양화를 통해 보다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계기. 그러한 채널이자 또 하나의 간판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그를 통해 에너지를 응축시켜 다시 확산하여 새로움에 대한 열망과 관심을 이어나가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축이 되었으면 한다. 한가지 우려스러운 지점은 기존 Prix와의 차별점이다. 양 축이 때로는 차별화되고 때로는 같은 목소리를 내며 두 존재 모두를 강조할 수 있는 부문으로서 작동하기를 바란다.
글. 허대찬 |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