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를 시간차를 두고 마주한다는 것은 비평가의 입장에서 매우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앞서 읽었던 작품의 궤적이 현재의 시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평가의 상상력을 상회하여 확장되는 경우 또한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을 해독하여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작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리 녹녹치 않은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노상희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6년 대전문화재단의 ‘아티언스(Artience)’ 프로젝트에서였다. 당시 작가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협업하여 스스로가 경험했던 ‘스트레스’라는 요소를 매체를 통한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 지점에서 마주했기 때문인지 예술이 어떻게 과학적 데이터를 매개로 하여 구현될 수 있는지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노상희 작가는 대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 및 전시에서 주요한 작가로 성장하며 자신의 작업을 보다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선보이고 있다. 필자는 노상희 작가에 대한 비평 작업을 지난 2017년 진행하였다. 짧은 기간이기에 그 이후의 작업에 대한 다른 비평의 언변보다는 당시의 인터뷰 내용을 발췌하고 최근 대전시립미술관의 ‘2019 넥스트코드’와 관련한 질의/응답의 내용을 추가하여 공유하는 것이 더욱 작가의 작업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Q. 안녕하세요. 노상희 작가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여러 매체를 활용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노상희 입니다. 대학에서는 회화를 전공하였고, 졸업 후에도 한동안 회화 매체로만 작업을 진행하다가, 매체에 대한 한계와 경계를 마주하였습니다. 그래서 활로를 모색해보고자 접근했던 미디어아트를 활용하게 되었고, 작년에는 연구원과의 협업작업, 사운드, 인터렉션, 설치등의 작업을 하였고, 현재는 데이터에 기반한 프로젝션 맵핑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회화를 전공하다 현재 다양한 매체, 특히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회화매체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회화에서 표현했던 어떤 이미지를 임의적으로 움직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는데, 회화로는 도통 진행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학부과정에서 관심은 가지고 있었으나, 회화작업을 진행하면서는 거리를 두었던 미디어아트에 다시금 기초부터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세싱(processing)을 처음 공부할 때의 즐거움이 연구의 시작이었고, 그러면서 미디어아트의 방대한 세계를 접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 흥미를 가지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무제 Untitled>, Digital print, Cam, Code, 2015
Q. 2016년도 대전문화재단 아티언스 전시에서는 신체의 온도에 대한 영상 작업을 선보이셨는데요, 어떠한 협업을 통해 진행된 작품이었나요?
A. 처음에는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한 작업이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인해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던 중에 ‘스트레스’가 일종의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질병이고, 실제적으로 관찰이 되는 현상이며, 여러 질환으로 확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상담사분께 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추상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의 하나로 생각했던 스트레스’가 관찰이 된다는 지점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사회적 강압에 의한 현대인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측정되는지가 궁금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작업주제를 가지고 아티언스 프로젝트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협업기관으로 하여 응모를 하였습니다. 그 뒤로 여러 분야의 현상을 측정하는 연구원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작업방향을 연구원분들께 이야기하였고, 4명의 박사님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김민영박사(셍체신호센터)와는 뇌자도 실험으로 인한 이미지, 소리 등에 반응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Murali박사(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와는 3개월에 걸쳐서 ‘특정 상황에 반응하는 스트레스 치수측정실험’을 김원식박사(의료융합측정표준센터)와는 스트레스 지수에 대한 의견교환과 몰입과정에 관한 기술교류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3개월 정도 진행한 후에 얻어진 데이터를 베이스로 해서 여러 매체를 활용하여 작품을 진행하였습니다.
<데이터가 그리는 회화 시리즈>, 캔버스에 유채, 33 x 24cm, 2016
<It’s not our fault>, Collected Experiment Data, White box, Projection mapping, “7min 12sec” Video, Edition 3, 2016
Q. 2017년도 테미 전시를 통해서는 이전과는 달리 사회적 이슈에 관한 소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해당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습니까?
A. 아티언스 프로젝트는 제가 스스로 피실험자가 되어 진행했던 작업이었습니다. 작업의 과정에서 들었던 의문점은 ‘사회적 강제로 인해 우리는 어떤 피해 혹은 폭력을 받게 되는가?’ 였습니다. 그러다가 테미에 입주하여 생활을 하던 중에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로 인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저 자신을 발견하였고, 이러한 상황이 나만 받는 것이 아닌, 국내의 누구나가 원치않게 받는 불편함, 스트레스, 폭력적인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였습니다. 테미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밖은 미세먼지로 가득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이러한 것이 환경적으로 비가역적 상황을 맞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회문제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상황들이 ‘계획된 강제’라고 생각했고, 이것에 대한 인지와 나아가서 이러한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할 수 있는 환기작용을 이야기하고자 하였습니다.
<우린 여기에 살아있다 We are living here>, 1 channel projector, media player, Variable installation, 2017
Q. 원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미세먼지와 같은 작품의 주요 소재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이기도 했으니까요.
A.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일정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작업의 소재로 가져오거나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가져오는 것에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작업은 제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생각하여 소재를 선택하였습니다. 그 전 작업들은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사회 시스템에 속해있는 저 자신의 위치를 실감하게 느끼게 되는 지점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티언스 프로젝트, 테미 레지던시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더욱이 그런 인지상황을 더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미세먼지’ 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갔던 것 같습니다.
Q. 이러한 작품의 방향은 어떠한 측면에서는 사회적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로도 느껴집니다. 가령, 자신이 동의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속해있는 사회적 장치들에 관한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A. 네. 맞습니다. 위에 이야기와 연결지어서 애기해본다면 결국 국내에서 예술가로서 더 앞으로 나아간다는 지점을 느낄 때마다 강제 혹은 구속되는 부분과도 밀접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예술가는 일종의 사회시스템에서 조금은 벗어난 관찰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쩌면 작업을 하면 할수록 그 시스템에 더 깊숙이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생각이 “일단 내가 겪은 것들을 이야기해보자.” 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도 결국은 제가 겪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현재에서는 사회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에 밀접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이크로 월드 A micro world>, multi-channel projector, media player, screen angle, Variable installation, 2017
<거대한 세상 A huge world>, wood, el tape, 850 x 450 x 240cm, 2017
Q.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을 대비시킨 작업들이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대립 구조로 작품 설치를 진행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미세먼지’라는 물질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입자입니다. 그리고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먼지가 가득한 현상으로 인해서 우리는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한 1차적인 준비로 외출을 할 경우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결국 신체의 내부를 보호하려는 행동인데, 이것은 결국 신체의 세포를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표준연의 김세화 박사와의 ‘세포의 움직임에 대한 의식체계’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현재의 학계에서는 세포 또한 독립된 의식체계를 가지는 것처럼 움직임을 가진다고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이것은 저에게 인지되지 않는 미시세계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움직임이라고 다가왔습니다. 그때 듣고 보았던 이야기와 영상자료들을 참고해서 미시세계의 랜덤한 세포 하나의 형태를 거대화 시키고, 반면에 인지되는 거시세계의 풍경을 한정된 공간에 미시적인 크기로 구성하는 대치구조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무척이나 작은 세계이고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은 무척이나 거대한 세계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담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우주유영>, 1 channel projector, media player, 2min 14sec, 2017
Q. <우주유영>이란 작품의 제목 또한 ‘매우 거시적 입장에서 우리의 세계를 관찰한다’라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는 듯 합니다. 어떠한 이유에서 작품의 제목과 내용을 결정하셨나요?
A. 이 작업들을 진행할 때, 어릴적 책이나 미디어 매체에서 얻었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현재에도 한눈에 들어오는 지구의 모습을 본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고 제한적이지만, 하나같이 우주비행을 하고 온 비행사들은 지구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최초의 우주 비행사라고 알려진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지구를 보았을 때 했던 말인 “지구는 푸른 빛깔이었다.” 고 한 그의 말에서 지구 전체를 한 눈에 보았던 그들의 경험이 매우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을 거꾸로 하여 세포를 관찰 가능한 공간에서 바라본다면 생명의 시작부분에 위치한 세포의 움직임 또한 경외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세포의 모양을 형성한 구조물 위에 세포 움직임을 담은 영상을 프로젝션 맵핑 기법으로 하여 관객에게 흡사 세포가 눈 앞에서 움직임을 가지고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모습으로 느껴지게끔 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Q. 보이지 않는 세계로부터 강제되는 시스템에 관한 메시지는 작품의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다만, 그것이 미세먼지라는 사회적 현상과는 어떻게 결부될 수 있을까요?
A. 이번 작업을 하면서 ‘미세먼지’의 유입경로에 대해서 언론매체에서 보여지는 것과 실제 미세먼지를 측정해 주는 기관의 방식 등을 조사해보는 기간을 가졌는데 여기서부터 여러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언론은 중국의 영향을 가장 크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야기하기 힘든 게 이제는 1년동안 꾸준하게 미세먼지가 발생합니다. 바람의 영향과는 무관하게 미세먼지들이 관찰되는 것이죠. 그리고 미세먼지 측정소라고 하는 실제 데이터를 측정해주는 공공기관의 장치의 위치 문제입니다. 정확한 데이터라고 하기에는 측정장치들이 거의 공공 건물의 옥상이나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 것은 그만큼 데이터의 정확성을 낮추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번 작업을 하면서 조사한 WHO의 국제 미세먼지 권고량과 국내의 자체 권고량은 2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러한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 본다면 우리는 어떤 시스템 속에서 강제받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지난 작업에서부터 프로젝션 맵핑 기법을 주요하게 사용하고 계신데요, 이러한 매체 형식이 주는 특성이 어떠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관객에게 공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 방식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션 맵핑은 미디어 아트의 안에서는 오래전에 구축된 기술이면서도 아직 일반 관객들에게는 낯선 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지점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작업의 방향을 정하고 소재에 근거하여 매체를 정하게 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저에게도 처음에는 생소한 매체였지만, 다양한 선택권을 얻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방법을 정할때 미디어 아트는 한 가지로 한정된 것이 아닌 여러 가지 방향을 설정하고 구축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결국 작업을 진행할 때 작가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1010001111>, multi-channel projection, collected data, sand, acrylic, wire, various installation, 2018
Q. 아티언스 대전 2018에서 선보인 <11010001111> 작품에 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작품의 제목은 10진수의 1679를 이진법 수로 변환하여 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을 구성할 때 제가 근 3년간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였는가를 바라보았을 때 매개체로 삼아온 방식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시각화라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뇌전도(electroencephalography, EEG), 심전도(electrocardiogram, ECG) 측정방식을 습득한 2016년 아티언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해서 2017년 미세먼지 작업에서는 측정 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을 통한 작업의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한 방식의 근거는 결국 디지털 컴퓨터에 의지한 방식을 고수하게 되는데, 결국 컴퓨터의 시작 기반은 이진법 수 체계로 구조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진법 수 체계를 처음으로 고안한 독일의 수학자 라이프니츠를 생각하게 되었고, 이 수 체계가 다듬어진 연도인 1679년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이진수로 다시금 변환한 작품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결국 현재 네트워크에 종속된 작업을 하고 있고, 어쩌면 현대 사회의 구조가 디지털 컴퓨팅 에 종속되어 있지 않나하는 지점에서 접근한 작업 이였고, 결국 1바이트(=8비트)를 시작으로 현재는 무한에 가까울 만큼의 데이터에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제 자신과 거기서 얻어진 구성요소를 데이터 시각화하려고 접근해본 작업입니다. 작품의 구성은 크게 8개의 직육면체 패널과 8개의 동그란 백색 모레로 1바이트와 1바이트 사이의 무수한 반복으로 현재까지 수집해온 데이터들의 변환을 나열해본 작업입니다.
Q. 이 작품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상징적인 2진법 숫자들과 뇌전도(EEG), 심박수 데이터 등이 교차되어 나타나는데요. 각각의 요소들이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인가요?
A. 작게는 그동안 주제에 따른 요소에 따른 이진법 데이터의 나열, 그에 따른 데이터 시각화했던 추상적 요소들의 나열과 크게는 제 스스로 그 자체에 종속되어 있는 나 자신과 불특정 각각의 개인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현재 거의 모든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은 이 네트워크에 종속되어 있고, 인지를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방향성은 종속되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업과정에서 어찌 보면 과학 분야의 레퍼런스에 가까운 몇 가지의 데이터 수집방식을 통한 몇 가지의 통계를 내고 그 에 따른 형태를 제시했다면 우리가 접속되어 있는 현재의 네트워크 세계는 실시간으로 각 개개인이 특정 행위로 인해서 통계되어 지고 분석되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 개인의 작가가 일련의 데이터 수집을 통한 정보량으로 보편성을 가지는 통계와 분석은 도출하는 것은 한계를 가지지만, 거기서도 작은 결론에 수반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 자체의 구성 망을 전체 네트워크로 시선을 옮겨보면 그것은 보편성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거기서 얻어지는 통계와 분석은 어떠한 방향성으로도 구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었습니다. 실제로 과학분야의 실험 접근 방식은 데이터 분석에서 시작하기도 하며, 거기서 보편타당한 자료를 얻는 다는 것을 카이스트나 표준연의 연구원분들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그리고 현재 디지털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하고 있는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애플 등은 이것을 베이스로 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수 있구요 제가 생각해본 지점은 이것은 . 일종의 디지털 권력이고, 소수의 집단이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든 구성가능하게 가공할수 있는 지점에 이른다고 여겨졌습니다.
<감정, 울림, 감각>, multi-channel screen, White box, “6min 23sec” Video, 2018
Q. <감정, 울림, 감각>은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적 시각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어떠한 내용이었나요?
A. 시작은 2017년 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미세먼지’의 작업이 마무리되어 지고 다음 작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같이 거주하는 외국 여성작가가 스토커로 인해서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해프닝이라고 생각되어진 것이 후에 긴 대화를 통하여 이 여성이 이전에도 유사한 경험(테미 및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겪었던 그리고 모국인 헝가리에서의 겪은 여러 경험)과 상황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가지게 되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제게 설명하여 주었을 때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간단한 질문을 그 분을 포함하여 주변 여성분들에게 물어보았고, 질문의 내용은 ‘여성으로서 밤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어떤 감정을 가지게 하는가?’ 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식상한 질문일수도 있지만, 매우 쉽게 대답도 가능할 것 같아서 정한 질문 이였지만, 제가 들었던 대답들은 저의 예상보다 더 많은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더 기준을 상회하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여성들이 느끼고, 그 스트레스는 한 개인의 여성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였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겪었던 여성에 대한 경험들을 반추해 보았을 때도 어릴 적 어머니에 대한 기억,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을 생각해 보면서 생각보다 여성과 남성의 성장경험의 차이는 크고 여성이여서 가지게 되는 ‘불안’이라는 것에 대한 작업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제 자신 또한 ‘불안’이라는 요소로 인해서 2016년 아티언스 프로젝트를 참여하였고 저에게도 여전히 ‘불안’이라는 요소는 존재하였기에 이 지점에서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계기를 마주하게 하였던 헝가리 여성작가를 시작으로 인터뷰, 영상촬영, ECG 데이터 측정에 대한 참여자의 양해를 구하고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작업의 시작 전에 여러 가지를 우려하긴 했습니다. 일단 페미니즘 적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점은 작품을 보는 사람의 시각을 유도할 수는 없기에 감안을 하였고, 제 자신이 페미니즘적 방향으로 이 작업을 가져가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볼 때 저는 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다기 보다는 이해해보려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고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가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편향된 시각에서 들어보고 결론을 짓는 것이 아닌, 일단 참여하는 여성들의 생각을 들어보자는 방향을 가져가려 했습니다. 그리고 시작할 때부터 어떠한 결론을 도출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자체가 이 작업의 과정을 회손 할 것 같았고, 과정에 대한 객관성과 감정 자체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다만 이 작업을 시작한 것이 2017년 10월이었는데, 그 전부터도 시작되기는 했지만 국내에서는 2018년 초부터 사회문제로 ‘미투운동’, ‘남녀차별’, ‘페미니즘’등이 좀 더 본격적으로 대두되었고, 아이러니하게 이슈와 병합되는 지점에 있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 자체도 과정이라 생각이 들었고, 공통된 질문을 가지고 결과적으로 헝가리, 프랑스, 일본, 한국 여성 11명을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일단 참여했던 여성들의 인터뷰는 들려준 내용이 본질이 흐려지지 않게 하려고 주안점을 두었으며 작업의 과정동안 습득한 ECG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Q. <11010001111>, <감정 울림 감각>의 작품에서 모두 모래에 투사된 프로젝션 이미지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보여주셨습니다. 이러한 설치를 진행한 이유가 있다면요?
A. 얻어진 데이터를 시각화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를 어떠한 방식으로 보여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전의 작업에서 사용했던 다각형 스크린과 모니터, 기타의 매체에서 형태를 좀 더 단순하면서 외부자극에 잘 부셔지기 쉬운 소재를 고민 했던가 같습니다. 여기서 사용한 데이터의 근간이 심전도(ECG)이었고, 신체의 외부자극 변화에서 사람이 즉각 느낄 수 있는 기관 또한 심장이기에 이런한 감정적인 요소를 담고자 했을 때 선택했던 재료로서 모래를 선택했던 거 같습니다.
Q. 원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지난 작업에서의 미세먼지 및 최근의 페미니즘과 같은 작품의 주요한 소재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이기도 했으니까요.
A.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일정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작업의 소재로 가져오거나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가져오는 것에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작업은 제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생각하여 소재를 선택하였습니다. 그 전 작업들은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사회 시스템에 속해있는 저 자신의 위치를 실감하게 느끼게 되는 지점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티언스 프로젝트, 테미 레지던시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런 인지상황을 더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연스럽게 ‘미세먼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갔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저는 일단 제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오는 작은 의문, 질문 등을 고민해보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서 보편적으로 어떤 대상들이 겪는 문제인지를 확인해본 뒤에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는 거 같습니다. 전 일단 이번 작업을 페미니즘 성격의 의도로 진행을 하려 하진 않았고, 일단 주변 여성들이나 제가 작업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여성들이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궁금즘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결과적인 작업의 모습이 다양한 시각으로 읽히는 것은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되어지고요. 그 자체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의 경우에는 마무리 될 즈음에 무엇인지 설명하긴 힘들지만 꽤 무거운 감정이 저에게 다가왔고, 결국 어떤 결론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각기 다른 인격과 다른 성장경험,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만 남았습니다. 다만 요즘 일련의 사회문제들은 결국 저 자신에게도 그리고 다른 개개인들에게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개인과 관련 없는 사회문제는 없고, 그런 문제들조차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담고 있고, 전 스스로가 어떤 현재를 살아가는가를 고민해보고, 나아가서는 우리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고, 어떤 고민을 해봐야 하는가를 되짚어 보는 방식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Q. 앞서의 <감정, 울림, 감각>과 SCC | E22 한국-프랑스 교류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의 경우, 과거의 작품과 비교해볼때, 비디오 영상을 활용한 내러티브가 좀 더 두드러지는데요. 이러한 변화를 준 이유가 있다면요?
A. 자연스러운 과정 이였다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미세먼지 작업이후로 저는 여성의 불안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접근하고 있었고, 예정에 없던 해외 레지던시 참여가 결정되면서 국내 여성만이 아닌, 다국적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 주제에 대한 대답과 내용을 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업의 1차적인 마무리를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하고자 한 것은 작업의 기본적인 소요시간은 1년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하였고, 그 과정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시에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한 작업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2018년 5월 이응노 미술관에서 이뤄진 작업은 이 작업의 시작점에 있다고도 불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계층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같은 방식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이것은 최소한의 데이터가 가지는 보편성을 담으려고 했던 태도에 있습니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의 연령차와 다국적 사람을 통한 여러 가지 시선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결국 이 작업의 형식을 구성하면서 참여자의 의도와 내용의 본질이 참여자의 시선에 있기에 비디오 영상과 음성 레코딩에 주안점을 줄 수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Q. 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 및 편집 : 유원준 (앨리스온 편집위원)
* 본 인터뷰는 지난 4월 9일부터 시작되어 오는 5월 19일까지 진행되는 대전시립미술관 ‘넥스트코드 2019’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넥스트코드 2019] [2019-04-09 ~ 2019-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