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품은 캐나다의 스미스 옵틱스(Smith Optics)에서 개발한 노스 포컬스(North Focals)라는 제품입니다. 일반 안경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형상에 흥미를 느껴 다루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기입니다.
증강현실은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습니다. 증강현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아이언맨 시리즈(Iron Man series, 2008~2013)를 떠올리면 바로 알 수 있는 실제세계와 그래픽 레이어가 중첩된 영상 시스템입니다. 그 외 여러 매체 덕분에 낯설지 않게 들리는 용어이기도 하고 당장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검색하면 수많은 앱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실제로 많이 쓰이고 있지 않은 기술이기도 합니다. 왜 일까요? 당장 떠오르는것은 번거로움과 애매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만큼이나 우리 삶을 바꿀 매우 주요한 기술 중 하나로 꼽히고 있기도 합니다.
대중적으로 최초의 충격은 구글(google)의 구글 글라스(Google Glass)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2년 구글은 자사 기술 관련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인 구글 I/O(Google I/O)에서 최초로 웨어러블 형태로 작동하는 AR기기로서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2013년 유튜브에 기기의 실제 사용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일본 만화인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스카우터처럼, 눈으로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특정 정보를 덧씌워 제공하는 증강된 세상은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남의 시선을 끄는 별다른 제스쳐 없이 내가 보는 것이 기록되고, 내가 주시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모습은 프라이버시와 관련 범죄에 대한 문제제기 등 AR기술과 관련한 많은 화두를 생산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의 문제도 있거니와(초기 테스트모델인 Explorer Edition의 가격은 1,500달러) 하드웨어적으로 상당히 긴 기간동안 눈에 띌 만한 발전이 보이지 않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앱이나 응용 프로그램 등의 소프트웨어 역시 찾아볼 수 없어 점차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졌습니다.
비슷한 시기 마이크로소프트는 보다 강력한 그래픽 성능 및 출력기능을 가진 홀로렌즈(Holo Lens)를 발표, 보다 자세하고 강력한 실생활 응용 사례를 홍보하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홀로렌즈 역시 장시간 착용하고 있기에는 무리가 있는 크기와 무게를 가졌고(579g, 일반적인 플라스틱 안경 무게는 20g 내외) 가격 역시 일상에서 이용하기에는 비싸(1세대 일반용 5,000달러, 2019년 출시된 2세대는 3,500달러) 일상에 본격적으로 투입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홀로렌즈의 타깃은 일반인이 아닌 의사와 기술자 등의 전문가 및 기업 대상이었습니다.
대신 사람들에게 파고든 것은 매우 대중적인 기기를 통해서였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스마트폰은 증강현실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주위 환경을 촬영할 카메라와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사용자의 움직임을 화면과 연동시킬 수 있는 각종 센서, 데이터를 연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망, 그리고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주위 모습과 그래픽을 합칠 수 있는 강력한 그래픽 처리 프로세서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기기 없이 구현 가능한 형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기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플랫폼이었습니다.
증강현실 게임 개발사인 나이언틱(Niantic)이 2016년 선보인 증강현실게임 ‘포켓몬 고’는 말그대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어디서든 쉽게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눈 앞에 든 채로 포켓몬을 잡으러 배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서비스가 되지않아 포켓몬이 등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국가 서비스지역에 겹쳐 속초에서 등장하는 것이 알려지자 그곳에 몰려드는 풍경도 연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스마트폰 기반의 증강현실 역시 몇몇 사건이라 불릴만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진 상황에서 누구나 스마트폰과 관련 앱을 통해 증강현실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스마트폰을 들어 카메라와 화면을 이용해 증강현실을 사용하기에는 ‘굳이’ 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즉, 유용성과 체험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 서비스가 새롭거나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기에 사용빈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구글 글라스나 홀로렌즈, 그리고 VR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비해 이들 기기의 화면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밀도가 높지도 않으며 영화처럼 잘 짜여있거나 강렬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다가 기기 착용시의 무게와 촉감, 차단감에 대한 저항이 그에 상응하는 장점을 뛰어넘지도 못하고 또한 착용시 멋이 있거나 매력적인 모습을 선사하지도 못합니다. 특정 상황이나 기능을 얻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 그대로 계륵이거나 그것보다 못한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들 시각 관련 웨어러블 기기의 현재입니다.
이런 기기에 대한 생각의 결론은 ‘일상에서 증강현실 관련 기기를 보다 가깝고 유용하게 소비하기 위해서는 기기의 크기와 형태가 일반 안경에 그것에 근접하지 않으면 안되겠네’ 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런 방향성에 부합하는 기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노스포컬스 였습니다.
이 기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안경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크기와 납득할 수 있는 무게(70g 내외), 패션용품으로서의 디자인적 가능성, 그리고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용 용이성 등입니다. 쉽게 말해 착용하면 과하거나 긱(geek)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멋지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일 것입니다. (가격은 다소 부담있는 999달러) 또한 위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보다 직결된 사용감과 편리한 운용환경제공 역시 기존의 전문기기와 차별화된 모습입니다. 2020년 내 출시될 노스 포컬스는 여러 시제품 기기들처럼 출시되었을 때 앞선 청사진에 비해 못미치는 성능과 사용감으로 실망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전에 선보인 증강현실 기기들에서 느낀 부족함을 일정수준 이상 충족시킨 모습을 보여준 기기이기도 합니다.
이에 더하여 최근 애플(Apple)은 출시 기기들에 레이저를 통해 3차원 공간을 정보로 측정하고 재생하는 라이다(LiDAR) 센서를 탑재하여 보다 정밀한 증강현실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애플은 시장에 나와있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한 디지털 기술과 기기를 흔히 말하는 인싸 아이템화시키는 모습을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줘 왔습니다.애플 글래스(Apple Glass) 역시 2020년 출시가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정말로 증강현실이 삶의 모습을 유의미하게 바꿀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노스 포컬스 소개영상 : Your smartest pair of glasses
노스 포컬스 웹페이지 : https://www.bynorth.com/
글. 허대찬 | 앨리스온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