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닿을듯 닿지않는, 존재하나 환영처럼 부유하는 우리곁 공간: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

SM TOWN 코엑스 아티움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 작품 전경 |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는 도시 표면에 위치하여 그 장소에서 발언하고 맥락을 바꾸며 시선을 끄는 매체이자 채널로 작동하고 있다. 도시는 콘크리트와 가로수, 그 사이를 누비는 자동차와 사람들이 얽힌 가운데 이러한 빛의 매체가 작동하며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미디어 파사드의 다양한 시도 중 미디어 아트에서의 시도 중 한 가지가 진행중이다. SM Town 코엑스 아티움에서 선보이는 대형 미디어아트 공모사업이 그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설화수와 한국무역협회가 후원한 ‘서울미디어아트 프로젝트’는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주제로 거대한 매체, 장소, 그리고 큰 지원 규모로 주목 받았다. 활동 5년 차 이상의 다양한 중견 창작자가 지원하였고 , 최종적으로 피보탈 랩(Pivotal LAB, 장수호, 유재헌, 추봉길)의 <Pivotal Tree>와 이예승 작가의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이 선정되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정중동, 동중동>이다. ‘정중동 동중정’은 조용한 가운데 내면에서 부단히 움직이며, 움직임 가운데 내면에서 그에 그에 반하는 고요함이 조화를 이루는 어떠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여러 서화를 비롯하여 전통 무용을 묘사하고 표현할 때 볼 수 있는 이 표현은 그만큼 우리의 정서와 미감을 대표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표현에 손길을 더해 ‘정중동 동중’동”, 즉 움직임 가운데 그 움직임을 더욱 표출하는 상황을 제시했다. 서로 대비되는 의미가 함께 하며 위치를 바꾸어 반복되는 가운데 은근한 에너지가 더해진다. 대비와 연결에 정적인 역동감을 더하며 이 에너지는 스크린 안에서 얽히며 묘하고 다양한 여운을 남긴다.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의 AR 관람장면 |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대형 미디어 파사드의 표면 위에서 이렇게 연결과 충돌, 합일과 분리를 중첩하며 다양한 감흥과 사고의 방향을 제시하는 제목과 함께 조선시대의 전통적 책가도의 사물이 환영 공간을 부유하는 장면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2021년의 첫 날, 1월 1일부터 코엑스 아티움 외벽에서 선보인 작품  <정중동, 동중동>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가상의 영상 공간에 부유하는 전통 사물의 변화를 통해 2D와 3D, 물질과 비물질을 오가며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디지털을 대표하는 수많은 비트의 입자(particle)가 부유하며 아름답게 공간을 수놓는 장면이 펼쳐진 가운데, 어느새 구성된 책장 공간에서는 복숭아, 병풍, 백자, 수석 등의 다채로운 사물이 등장하여 조화로운 장면을 구성한다. 이들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그림인 ‘책가도’처럼 평면이지만 또한 입체적인 기묘한 원근공간을 오가며 부유한다. 이 장면은 이윽고 보자기로 화하여 우리의 시선에서 퇴장한다.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 QR마커 인식을 통한 AR 작품 구현장면 |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이 기묘한 시각적 여행은 화면 저편의 볼거리에서 어느새 내 곁에서 연결되는 단초를 제시한다. 작가는 파사드 장소 근처에 이미지 마커를 숨겨놓았다. 작품에 접속하기 위한 일종의 진입 열쇠다. 이것을 발견한 관람자가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그 마커를 읽어내면 작품 속 이미지가 스마트폰 안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그렇게 살아난 이미지는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 주변 공간을 떠돈다. 증강현실 기술로 관람자 주변에 재차 구현되는 ‘정중동 동중동’의 공간을 경험하며 그들은 남아있는 연결을 통해 여운을 남기며 작품이 제공하는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 작가가 계속 이어온 가상과 현실의 중첩과 연결에 대한 관심과 질문은 이 거대한 미디어 파사드와 도시 공간을 통해 지속되고 있다.

현재 작품은 SM Town 코엑스 아티움의 대형 미디어 파사드와 더불어 현재 인천공항 내에서도 함께 공개되어있다. 코엑스는 1월 28일, 인천국제공항은 3월 31일까지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2020 서울미디어아트프로젝트 #2.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 | 서울문화재단 유튜브 채널 스팍TV

창작자 소개
미디어아티스트 이예승 작가는 [The Green Cabinet](보안여관, 2014년), [Moving Movements](갤러리 조선, 2015년), [동중동(動中動) 정중동(靜中動)](갤러리 아트 사이드, 2016)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고, [디지털 프롬나드](서울시립미술관, 2018년), [개성공단](문화역서울 284, 2018년), [자율진화도시](서울시립미술관, 2017년) 등 여러 주요 기획전에 참여했다. 최근 미디어 아트 기관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와 현대모터스튜디오와의 글로벌 협업 전시 프로젝트 Human (un)limited에서는 4차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의 변혁기에 마주하는 현시기를 동양 신화적 상상력으로 표현한 개인전 [변수풍경(Variable Scape)](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2020년)을 선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2011)를 거쳐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3-2014), 금천예술공장(2015), 국립아시아 문화전당(2016), ZER01NE(2019) 등의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작업을 진행하였고 현재 ZER01NE LAB(2020)의 연구원으로 기술기반 시대의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탐색 중이다. (출처:서울문화재단)

2부: ‘인터뷰: 이예승’ (링크)

참고링크
작가 웹페이지: http://yeseunglee.net/

서울미디어아트프로젝트 정보: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