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Electronica, 기술과 환경, 삶을 논하다.
2부_포스트 시티
‘포스트(post)’는 두 가지의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는 단어에서 보아온 것처럼 이후(after), 반대(anti), 넘어서(trans)의 의미를 지니는 한편 우체국(post office)에서의 우편이라는 의미가 그것이다. 이번 ‘포스트 시티(Post Ciy)’의 주 행사공간이 린츠의 과거 우체국 물류센터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올해의 주제 <포스트 도시 – 21세기 생활환경(Post City – Habitats for the 21st Century)>는 도시를 인류의 가장 성공적인 생존 전략이자 우리의 가장 거대한 사회적 실험으로, 그리고 기술의 발달하에 급격히 변화하는 우리의 환경으로 상정하고 미래의 이동성, 미래의 노동, 그 안의 거주민과 보호와 감시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다.
앞서 언급한대로 ‘포스트 시티’는 올해의 페스티벌의 주제어이자 페스티벌 주제와 관계된 전시, 심포지엄, 컨퍼런스, 퍼포먼스 프로그램이 위치한 복합공간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번 페스티벌은 2010년 담배공장(Tabakfabrik Linz)에서 진행되었던 <Repair> 이후 6년만에 거대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올해에는 린츠 중앙역의 전 우체국 물류센터에 페스티벌 주제행사가 세팅되었다. 이곳은 100,000㎡ 규모의 중계물류거점으로 Central Park, Grand Plaza, Conference Square, Spiral Falls 등의 거대 단일공간을 비롯하여 Future Mobility District, Habitat 21 District, Knowlegde District, Fashion District, University District 등의 세부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이 외에도 각 공간을 연결하는 동선을 Avenue로 명명하거나 Knowlegde District로 가는 지름길을 Osaka Shortcut으로 표기하는 등 포스트 시티를 개념상의 ‘도시’로 명명한 구조가 흥미로운 지점이다.
아마도 포스트 시티의 간판작품을 꼽자면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와 퓨쳐랩의 협력프로젝트 F015(F015. Luxury in Motion)가 될 것이다. 이 컨셉카는 무인 조종 시스템과 센서를 갖추어 승객은 몇 번의 사전 조작만으로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승차인원 모두가 라운지에 모인듯 편안히 둘러앉아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지녔다. 이는 도심에서의 운전에서 교통체증 시 겪는 말 그대로 차 안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승객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컨셉카의 프로젝트 명처럼 기존의 낭비일 수 있는 시간에서 우아하고 세련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차 내부의 표면을 스크린화하여 스마트폰을 이용한 개인적 콘텐츠 사용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기능의 반응 부분에서 이러한 무인 조종의 이면에서 쉽게 놓칠 수 있는 인간과 기계와의 신뢰라는 측면에 대한 고려의 모습 또한 함께 보여주었다.
이는 같은 Future Mobility District 파트에 위치한 동 단체들의 협력작업 <Shared Space Spaxels>와 Festo의 <eMotionSpheres>에서 역시 살펴볼 수 있다. <Shared Space Spaxels>의 경우 2013년부터 드론(drone) 편대를 이용해 공중에 스크린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로서 잘 알려져 있다. 올해에는 각 드론들이 서로를 인식하여 반응하는 모습과 인간이 같은 공간에 위치할 때 그의 움직임과 위치에 반응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인간과 기계와의 소통과 반응에 대한 이해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MotionSpheres>역시 이들 이동기계들의 모습이 도시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에 대한 상상의 결과와 더불어 이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기계와 기계, 나아가 이들 자율동작기계(또는 로봇)와 인간과의 관계와 구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Clouds Over Sidra 영상콘첸츠
링크 : http://vrse.com/watch/id/21/
이러한 이동기기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프로젝트 외에 두드러졌던 것은 재난과 관련한 주택과 도시개발이었다. 특히 최근 유럽이 맞닥뜨리고 있는 시리아 난민사태와 중동인구의 유입에서 보여지듯 전쟁과 재해, 인구증가로 발생하는 도시 내 구조와 사회변화는 중요한 문제이다. Habitat 21 Distict와 Conference Square에 설치된 많은 프로젝트들이 이를 다루고 있었다.
이미 TED에서의 발표로 많이 언급이 되고있는 크리스 밀크(Chris Milk)의 <시드라에게 드리운 먹구름(Clouds over Sidra)>은 시리아 난민 어린이 시드라의 난민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담담히 보여주는 작업이다. 크리스 밀크는 이 다큐멘터리를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한 360도의 가상 환경을 구성하는 비디오 작업으로 선보였다. 이 작업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은 HMD(혹은 사용자가 디스플레이 기기를 이동할 때 그 이동각도를 인식하여 그 시각 위치에 맞는 비디오를 재생할 수 있는 테블릿 등의 기기)를 착용하고 작업을 감상할 때 실제로 내가 화자인 시드라와 같은 공간에 위치한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의 다큐멘터리보다 더욱 생생한 현장감과 이를 통한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인 네러티브와 기술과의 결합의 예이다. 또한 국경없는 의사회와 같은 국경없는 공학자회(Engineers Without Borders)가 진행한 다큐멘터리 <재앙 후에(After the Disaster)>에서는 기술자나 예술가들이 직접 네팔의 지진 현장에 뛰어들어 도시와 마을을 재건해 나가는 영상을 보여주며 이러한 기술인들의 직접적 참여가 가능함과 이를 통해 해낼 수 있는 일들의 현실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포스트 시티 중앙에 위치한 Central Park에서는 도심 건물 내에 녹지를 형성하고 먹거리를 판매하는 공간을 구성해 사람들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였다. 즉 도시인들이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는 행위를 넘어 이를 직접 키워서 먹는 도심농업(Urban Gardening)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포스트 시티라는 공간은 당면한 과제와 문제에 대해 수합하고 이를 분류하여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우체국(Post Office)으로써의 기능을 행하는 한편 정지되고 완결된 전시와 전시장이 아니라 끊임없이 무언가 진행되고 있는, 멈추어있지 않으며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도시인들이 각종 기술과 기술매체를 통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있는 과정의 미래 도시(Post City)를 보여준 것이다.
또 한가지 독특했던 볼거리는 일본의 ‘날리지 캐피탈(Knowledge Capital)’과의 연계였다. 포스트 시티 내 다른 공간들이 주제에 의해 분류된 공간이었다면 날리지 캐피탈의 경우는 일본의 문화기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장소였다. 날리지 캐피탈은 최근 2014년부터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와의 연계를 진행하며 아르스의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여 오사카의 동명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본 기관과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의 연계와 이곳에서 보여진 비중과 활동 인원의 증가와의 연관성을 통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향후 외부 계획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부에서 계속
1부 :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시작
3부 : 사이버아트 Cyber Art 전시와 Prix Ars Electronica
글. 허대찬 (앨리스온 에디터)
* 본 기사는 아트인컬쳐(art in culture) 10월호 및 더아트로(THE ATRO)에 개제된 제휴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