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sphere] 새로운 시대에서의 예술의 전략? – NFT

NFT 논란을 촉발시킨 beeple의 THE FIRST 5000 DAYS(2021)와 HUMAN ONE(2021)

미술관, 공연장, 각종 플랫폼 안에서의 문화예술활동에서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당대의 디지털 기술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문화 형식이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축으로 크게 두 가지 트랙이 있을 것이다. 현재의 ‘메타버스(metaverse)’로 대표되는 디지털 트윈, 디지털 전환 등 디지털 세계로의 보다 밀접한 연계 및 접합, 정착 시도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반대항으로서 물질성과 실재를 강조하며 이를 고유의 차별화의 지점으로 삼는 시도이다. 

이러한 흐름은 빠르던 느리던 우리의 일상과 세계에 접촉하고 내밀화되어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생각했던 것 보다 몇 배 더 빠르게 떠밀려진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 즉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라는 전 지구적 범유행 전염병 상황은 물리적 제약 상황에서 급격하게 비물리적 실체와 세계, 즉 디지털 기반의 가상 세계에서의 삶으로 우리를 밀어넣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많은 것들이 비대면 상황에서의 활동과 그 결과물에 대한 접촉을 향해 진행되었다. 어떤 것에서는 부족함을, 어떤 것에서는 상상 이상의 만족감을, 어떤 것에서는 새로운 가능성과 그 실행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다양한 층위의 현상 중 이번 기회에서는 이렇게 맞이한 새로운 시대, 예술이 획득한 지점에 대해 풀어나가려 한다.

Portraits of a Mind, Block 21. (Image from Robert Alice, Ben Gentill)

예술의 전략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고 또한 인정받는 것으로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 미술 경매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양대 주자는 크리스티(Christie’s Auction)와 소더비(Sothebys)이다. 크리스티는 2020년 10월 뉴욕에서 영국 예술가 벤저민 젠틸리(Benjamin Gentilli)의 NFT 작품 로버트 앨리스의 블록 21(Robert Alices Block 21)을 13만 1250달러(약 1억 5000만 원)에 낙찰시키며 NFT를 다루기 시작했다. 소더비 또한 2021년 4월 디지털 아티스트 팍(Pak)의 NFT 작품 더 펀저블(The Fungible) 컬렉션을 경매하며 NFT 미술시장에 진출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더비의 미술 경매 시장 변화에서 크게 세 가지 특성이 발견된다. 우선 상품군의 다양화이다. 여전히 기존의 미술상품, 즉 회화를 대표로 하는 현물작품이 주축이지만 그 외의 스니커즈와 같은 디자인 상품, 그리고 크립토아트(Crypto-art)가 새롭게 가세하여 그 규모를 늘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상품군 유입과 연계하여 기존 판매자, 즉 딜러와 갤러리들이 보다 긴밀하게 협력하며 고객군의 크기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그 중 테크분야 및 크립토시장의 확대로 부를 확보한 아시아의 신흥 부자 계층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전통과 프로토콜을 강조하던 이들 행사에 셀럽의 참여, 옥셔너에 디제잉 형태의 도입 등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합류했다. 

이러한 흐름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 기술이자 대상은 바로 NFT이다. 이 대체 불가능 토큰은 비물질적 데이터와 콘텐츠, 경험(생산, 유통, 소비)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신뢰성과 불변성을 근간으로 그에 대한 가치와 믿음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이렇게 무형적 대상에 대한 명료한 가치화가 제공되기에 민팅되는 작품 또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완성품이며 예술작품의 에디션 개념과 같은 제한된 수량을 지닌다. 그렇기에 NFT를 통해 다루어질 콘텐츠는 유한하며 제한되기에 소장의 가치가 있고, 나아가 가치상승의 가능성을 지닐 수 있는 대상으로 범위가 좁혀진다. 

이 NFT에 의해 기존의 시장인 옥션과 갤러리를 비롯해 새롭게 등장한 마켓 플랫폼인 오픈씨(OpenSea)를 비롯 솔라넷(Solarart), 수퍼레어(Super Rare), 크립토펑크(Crypto Punks), 니프티(Nifty Gateway)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클립드롭스(Klipdrops), 메타파이(Metapie) 등 수 십개의 마켓이 열려 작품과 콘텐츠 등록이 활발하며 각 플랫폼들의 창작자 유치 경쟁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시장분석플랫폼인 논펀지블닷컴(https://nonfungible.com/)의 2021년 3분기 NFT관련 보고서에는 NFT시장 중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생한 거래 규모가 1년전인 2020년 3분기 대비 260억원에서 6조 9861억원으로 1년간 26719%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용자 역시 같은 기간 구매자와 판매자가 각각 2만명과 9천명에서 26만명과 12만명으로 늘었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이러한 NFT는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성장으로 인한 급격한 확장과 관심에 우려의 지점이 드러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NFT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예술작품, 나아가 디지털 기반의 작품을 필두로 한 미디어아트 분야로 이끌었다. 이전에 원본성에 대한 논란과 유지보수, 빠른 기술발전 속도에 따른 가치의 의문 등에 의해 구입 또는 투자 등의 소비 시점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러한 기술 기반 예술작품은 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대한 관심과 자본이 몰렸다. 이러한 관심과 자원의 집중은 그 분야의 활성화에 대한 중요하고 유효한 기반이 되지만 역으로 그 충격에 대한 검증이 끝난 후 그 이상의 후퇴와 단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거품이 빠진다는 상황과 자극적 경과와 종말 후의 오해와 변질의 상황이 그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적절한가에 대한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비플(Beeple)의 NFT에 대한 첫 충격적 판매기록에 대한 진행과 전략을 읽어야한다. 784억에 판매되어 NFT 창작 활동에 대한 열광과 관심을 폭발시킨 이 사례에 담긴 의미와 가치에 있어 비플의 작품이 가진 독특한 시간성에 근거한 부분이 크다. 5,000일 매일의 기록을 조합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구축해 낸 라이프 로깅(Life Logging)이라는 지점이나 크리스티 경매라는 권위있는 미술시장에서 낙찰된 첫 번째 NFT 작품이라는 역사성 등이 가격책정의 중요한 근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자극적인 가격을 이루어낸 것이 자본 세력에 의한 일종의 어그로성 결과라는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다. 비플의 작품 가격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블록체인 관련 사모펀드인 ‘메타퍼스(Metapurse)’이다. 이들은 이전 꾸준히 비플에 대한 여론을 조성했고 실제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받은 것 또한 메타퍼스의 창업자 메타코반(MetaKovan)였다. 나아가 이들은 비플의 충격적 데뷔 이후 비플이라는 작가에 대한 암호화폐인 비플토큰 b20을 발행해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b20 코인은 경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행한 시점에서 0.36달러에서 시작했고 몇 달 지나지않아 최고점 27.35달러를 달성해 총 7600%의 상승을 기록했다. 당연히 수익실현이 이루어졌고 이후 시간이 지난 현재 0.42달러(2022.2.14 기준)의 가격대를 형성중이다. 어떤 특정 기술에 대한 매우 안좋은 활용 사례를 남겼지만 이렇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지속적인 관심의 조류를 형성한 측면은 참고해야 할 전략일 것이다.

NFT와 NFT 시장은 분명 탐욕과 과열의 상황임은 틀림없지만 동시에 수집, 창작, 표현과 소비의 문화행위를 담는 당대의 시대적 현장이자 현상이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Fountain)은 당대의 시대적 맥락에서 기존 질서와 가치를 비판하며 동시대성을 담아낸 이정표이기에 새로운 시대를 연 대표 작품으로서 역사에 남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대척점으로서의 흐름과 행위 역시 동등하게 남는다. 새로운 시대는 그 이전의 행위와 자취를 완전히 삭제, 대체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충돌하고 대비되며 서로를 자극하며 정체되지 않을 에너지를 얻는다. 물리 세계와 가상 세계, 아날로그 세계와 디지털 세계는 서로 대조되면서 동시에 교차하며 합쳐진다. 이 양 측면이 완전히 합일을 이루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공존 상황에서 우리는 두 세계의 동일성과 차별성을 함께 아우르며 각자의 변화상과 확장, 새로운 의미생성과 그에 대한 지각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양자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과 미학적 가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허대찬 (aliceon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