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기술-사회의 한결같은 최전선: Ars Electronica 2017 #1

오늘날 예술은 더이상 세계를 기술(description)하지 않는다. 대신 세계에 대한 모방을 그치고 세계에 대한 개념을 상상력의 주머니에서 꺼낸다. 예술은 그렇게 우리에게 오늘의 세계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그런 예술의 새로운 항해를 이끌어가는 강한 축은 바로 기술(technology)이다. 근래 기술은 미디어(media)의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가 감각하는 세계를 재편했다. 오늘날 우리가 맞닿는 세상의 대부분은 미디어로 이루어진 미디어 스케이프(media scape)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다. 그런 기술 미디어에 대해, 그리고 기술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만들어가는 예술을 우리는 미디어아트라고 불러왔다. 올해로 40번째 해를 맞이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는 미디어아트에 대한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형 행사이다. 1979년 오스트리아 린츠시의 도시음악행사와 연계하여 처음 그 발걸음을 뗀 이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일관되게 예술과 기술, 그리고 사회라는 세 가지 축에 대한 연결과 인과, 그리고 합일지점에 대한 에너지 가득한 축제를 진행해왔다.

(Ars Electronica의 역사)

2017년 올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주제는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AI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자율주행, 그리고 무엇보다 딥마인드(Deep Mind)와 이세돌간의 대결로 근래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주제이다. 인간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서 있다고 자부하던 게임에서 인간이 패배한 것을 기점으로 그간 기계가 대처불가능하다고 굳건히 믿던 수많은 전문직 – 의사, 변호사, 회계사, 교사 – 이 다른 무엇보다도 앞서, 그리고 수월하게 이 인공지능이 탑재된 기계로 대체 가능하다는 과학 기술계의 목소리에 많은 논란과 관심의 시선이 모였다. 그리고 인간이 인간임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근원 중 하나인 예술에서의 상상력과 창의성 역시 인공신경망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시각적인 결과물을 산출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구성된 신경망 구조를 역으로 읽고 해석하며 거슬러올라가 상상과 창의를 가능케하는 근원 구조를 파악하려는 시도 역시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에 없었던 변화의 물결 속에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가 선택한 주제 AI는 의미심장하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인공지능 = A.I.에 대해 ‘Artificial Intelligence’ 대신 ‘Das andere Ich’, 즉 ‘또 다른 나(Another I)’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공지능을 세상을 바꾸거나 무언가 혁신적인 기술로서 접근하기보다는 나라는 인간과는 또 다른 주체로서의 인공지능 혹은 로봇에 대하여 바라보려 하는 존재론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주제에 맞춘 세부 프로그램은 대부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중심지인 포스트 시티(Post City)에서 각각 <zero point – machine.0 human.0 data.0> / <media art between natural and artifitial intelligence> / <artificial intimacy> 세 구역으로 나뉜 전시 파트와 심포지엄 스페이스에서 펼쳐진 <AI – the other I symposium>으로 구성, 진행되었다.

포스트 시티 중앙의 welcome zone

올해의 행사에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포스트 시티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이전 페스티벌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지하의 벙커공간과 옥상공간을 비롯해 포스티시티 내에서 기존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행사공간이 증가했다. 포스트시티에서는 주제공간 외에도 <STARTS Prize>, <the Practice of Art and Science>, <Campus>, <u19-CREATE YOUR WORLD>, <Gallery Space> 등 기존의 First, Ground 층 외의 Bunker 공간을 포함한 건물 내 사용하지 않았던 공간을 대폭 편입시켜 더욱 커다란 전시 / 컨퍼런스 / 퍼포먼스 / 심포지엄 복합공간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했다. 또한 Big Concert Night라고 명명된 사운드 / 노이즈 / 퍼포먼스 아트 관련 공연이 매일 밤부터 새벽까지 연이어 꽉 찬 일정을 과시했다. 기술과 예술의 접점의 형태로서 음악을 강조하는 것 역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Cyber Arts 부문 선정작에 대한 전시가 진행되는 OK Center의 경우에는 기존 공간보다 축소 운영되었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 경쟁부문은 기존 영역에 최근 또 하나의 가지가 추가되었다. 기존 진행부문인 미디어 아트 선정 수상자를 칭하는 골든니카는 컴퓨터 애니메이션/필름/VFX, 디지털음악과 사운드 아트, 하이브리드 아트, 오스트리아 청소년 대상의 u19-CREATE YOUR WORLD로 구성되어있다. 단 2014년부터 이전 수상자 중 선정하여 그들의 의의를 재조명하는 Visionary Pioneers of Media Art 부문은 올해 진행되지 않았다. 여기에 살을 더해 작년 2016년에 새롭게 신설된 STARTS Prize는 유럽 대륙에 대한 입법, 행정 집행에 관한 집행기관인 유럽집행위원회 (Europe Commision)가 인간 사고의 교차점으로서 과학과 기술, 예술이라는 3대 축을 설정했고 이들이 모여 만들어낼 혁신적인 결과물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 STARTS는 Science, Technology and ARTS의 약자로 유럽집행위원회는 이 상의 운영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측에 위임, 신설된 부문으로 두 해 째를 맞이했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의 주 전시장 포스트시티 행사 구성도
린츠 시내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행사지역 위치도

늘 그래왔지만 이 페스티벌은 몸 하나로는 모든 행사를 관람하고 참여하는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빽빽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수많은 전시, 컨퍼런스, 워크숍, 이벤트, 콘서트, 퍼포먼스들 가운데 참여할 수 있었던, 각 에디터들이 흥미를 가졌던 부분들에 대한 소개와 서술이 이루어질 것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그들이 규정한 그대로 ‘페스티벌’이다. 잘 정리되고 다듬어진, 안정적이고 차분한 행사라기보다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스스로, 그리고 이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온 많은 이들이 내뿜는 즐거움과 흥미, 경이로움의 에너지가 넘치는 축제의 장이다. 이 활동적인 무대에서 벌어진 일주일은 미디어아트나 전시, 컨퍼런스라는 형태로 떠올릴 수 있는 모습과는 또 다른 무언가이다.

이번 월드 리포트는 1부 소개글을 시작으로 주요행사와 본주제 A.I., 그리고 경쟁부문 등 총 4부에 걸쳐 올해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를 소개할 예정이다.

1. Ars Electronica, 예술-기술-사회의 한결같은 최전선

2. Ars Electronica,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두 축, Prix Ars Electronica와 STARTS Prize

3. Ars Electronica, 또 다른 나, the Other I

4. Ars Electronica, 아르스의 밤, Night Line

필진 | 김경원, 최선주, 허대찬

 

허대찬 (aliceon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