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로블록스 (Roblox) 라는 메타버스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 화제입니다. 미국의 9세부터 12세까지의 아동들 중 무려 4분의 3이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구나 판데믹 이후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을 이 플랫폼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요즘 미국 부모들은 로블록스가 과연 무엇인지, 아이들이 왜 이 플랫폼에 빠져드는지를 분석중입니다. 뉴욕타임스와 CNN 같은 유수의 매체들도 로블록스에 대한 심층 기사를 통해 ‘로블록스 공부하기’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로블록스 공부 열풍의 이유
로블록스는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아바타와 가상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입니다. 온라인 속, 메타버스, 즉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활동이 통용되는 3차원 가상공간’으로 볼 수 있죠. 로블록스에 접속한 사용자는 무료로 자신의 아바타와 자신만의 가상 공간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 안에서 생활하며 다른 사람들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거지요.
로블록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들이 로블록스 안에서 게임을 직접 만들어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로블록스는 사용자들이 쉽게 게임을 만들고, 스페셜 아이템등을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튜토리얼과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매년 2천만개 이상의 새로운 게임들이 로블록스 사용자들에 의해 만들어 집니다. 많은 사용자들은 로블록스안에서만 통용되는 가상화폐 로북스를 사용하여 아바타를 꾸미거나 게임 속 스페셜 아이템 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에 위치한 로블록스는 2006년 창업 이래 수백만 명의 사용자들에게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어린 사용자들도 쉽게 로블록스의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아바타와 게임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학교나 여름캠프, 걸 스카우트 등 다양한 어린이 교육 관련 기관들과 연계하여 로블록스를 사용한 코딩 교육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로블록스의 미래는 쇼핑몰?
로블록스의 성장은 스마트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에서 로블록스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속화 되기 시작하여 이제는 주 경쟁사인 마인크래프트만큼 성장했습니다. 지금까지 로블록스는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였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의하면 4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판데믹 기간 중 빠르게 성장하여 지난 7월에는 1억 6천 4백만명의 사용자를 기록했습니다.
벤쳐 캐피탈리스트인 크레이그 셔면 (Craig Sherman)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용자들이 플랫폼 안에서 직접 게임을 만들어 배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인해 로블록스가 유튜브와 같은 창업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블룩스는 새로운 세대가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쇼핑몰이 될 겁니다. 코로나는 그것을 가속화 시켰을 뿐이죠” 라고 그는 예언했습니다.
로블록스에 의하면 현재 로블록스 플랫폼 안에는 최소 2백만명의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고 그 중 35만명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로블록스가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로블록스 안의 개발자들이 올린 수익은 한화 3000억원(2억 5천만 달러)을 상회할 것이라고 합니다.
로블록스 세대는 로블록스를 떠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로블록스에 대한 기사에서 올해 스무살인 로블록스 게임 제작자 앤 슈메이커 (Anne Shoemaker)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앤은 패션을 중심으로 한 롤플레잉 게임인 머메이드 라이프 (Mermaid Life)와 가상 애완동물 게임인 마이 드롭렛 (My Droplets) 이라는 두 개의 로블록스 게임의 개발자 입니다. 판데믹 이후, 이 두 개의 로블록스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앤은 올해 한화 5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앤 슈메이커는 말합니다. “사람들은 우리 엄마에게 제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었어요. 그건 저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구요. 그렇지만 그것이 저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습니다” 로블룩스와 함께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로블록스 안에 창조한 가상 세계를 떠나지 않습니다.
CNN은 최근 로블록스에 대한 특집 기사 ”로블록스는 어떻게 십대들의 ‘IT’게임이자 거대한 비즈니스가 되었는가” 에서 미국 인디애나에 거주하는 로블록스 게임 개발자이자 게임 디자인 학생, 씨제이 오여 (CJ Oyer)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올해 22살이 된 오여는 10살이었던 2008년, 처음 로블록스를 시작하고 자신의 첫번째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는 로블록스 안에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수퍼히어로가 되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6개의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를 가지게 되었고, 오여가 개발한 게임들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천만 시간동안 플레이 되었습니다. 오여는 저소득층 사람들의 대학 교육을 위해 자신의 초과 수익을 자선 사업으로 전환하여 40개의 학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 소개한 알렉스 발판즈 (Alex Balfanz)도 오여와 비슷한 사례입니다. 올해 21세가 된 알렉스는 9살 때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코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그는 사람들의 아바타가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가 되거나 이를 막는 경찰관이 되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탈옥’ (Jailbreak)라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은 출시 첫 날, 7 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동시 접속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 40 억 번 이상 플레이 되었으며 연간 수백만 달러를 벌어 들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 채널의 가능성
로블록스의 가능성은 비단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과 로블록스의 게임 개발자들에게만 열려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로블록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등 새로운 미디어 채널로서의 가능성도 새롭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최근 콜롬비아 레코드 사와 파트너쉽을 체결하고,올 11월, 미국의 힙합 뮤지션 릴 나스 엑스 (Lil Nas X) 의 콘서트를 로블록스를 통해 선보였습니다. 릴 나스 엑스의 콘서트는 대성공을 거두어 세번의 앵콜 공연이 결정되었고, 이틀동안 있었던 총 네번의 콘서트를 통해 무려 3천 3백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대 성공으로 인해 로블록스는 친구들과 함께 가상세계에서 콘서트를 즐기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앞으로도 이런 이벤트들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로블록스의 그림자과 가능성
이런 흥미로운 측면들과 높은 성장 가능성 이면에 주의해야 할 문제점들도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주로 13 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며, 다른 게임들에 비해 게임 진행 중, 혹은 메타버스 내에서 플레이어들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누구나 로블록스 게임을 쉽게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게임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런 높은 접근성과 사용자들끼리의 활발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어린이들에게 정치적이거나 극단적인 메세지들이 전송되거나, 수익을 노린 저작권을 침해 콘텐츠, 성적으로 노골적인 콘텐츠들이 게임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감한 사회 문제들이 로블록스 안 메타버스 안에서도 거울처럼 비슷한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역으로, 로블록스를 통한 적극적인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기도 합니다.
미국 베서스다 (Bethesda)에 거주하는 가비 (Garvey) 씨는 인종 차별에 대한 교육을 위해 로블록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한창이던 올 여름, 로블록스 안에서도 가상의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이 메타버스 안에서의 시위에서, 가비씨는 일부의 사용자들이 아바타의 피부색을 어둡게 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표면 상으로는 흑인과의 연대를 나타내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흑인인 가비씨의 관점에서 그것은 ‘가상의 블랙 페이스’와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가비씨는 미국에서 블랙 페이스의 역사를 설명하는 유튜브 비디오를 만들고 로블록스 사용자들에게 아바타의 피부색을 바꾸는 대신 아바타에게 Black Lives Matter 티셔츠를 입힐 것을 촉구했습니다.
로블록스 또한 교육을 위한 효과적인 미디어로서 그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최근 로블록스는 제 1 형 당뇨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게임, 원월드 (One World) 를 출시했습니다. 이 게임은 로블록스 개발자 멜론데브 (Melondev) 가 당뇨병 연구와 치료를 위한 의료 연구 비영리 재단인 JDRF(Juvenile Diabetes Research Foundation)와 함께 제작했습니다. 제 1 형 당뇨병 환자를 자녀로 둔 저명한 게임 개발자에 의해 시작된 이 캠페인은 400 명의 어린이 중 1 명이 앓고있는 제 1 형 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치료법 개발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합니다.
“JDRF가 가치있는 목표를 위하여 로블록스 메타 버스 내부에서 전 세계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로블록스 플랫폼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고 있었는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로블록스를 통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사회에 환원 할 수 있는 방법을 앞으로 계속 모색할 것입니다.”
로블록스의 VP인 타미 바우믹 (Tami Bhaumik) 이 GamesBeat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 말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진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로블록스가 제공하는 메타버스는 어쩌면 단순한 가상세계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친구를 사귀고, 애완동물을 키우고, 콘서트를 보고, 게임을 하는 그 모든 활동들이 로블록스의 사용자들에게는 현실세계만큼 자연스러운 생활일테니까요. 자녀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부모님들은 열심히 공부 중이고, 이 새로운 산업이 가진 방대한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한 전문가들과 사업가들의 고민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로블록스이지만, 곧 우리에게도 다가올 미래일지 모릅니다.
링크: www.roblo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