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부엌은 처음부터 실험실이었다 | Lindsay Kelley, Bioart Kitchen: Art, Feminism and Technoscience, 2016

images: Lindsay Kelley, https://performative.com/art/

바이오아트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에두아르도 카츠(Eduardo Kac)의 형광 토끼 Alba를 보고, Tissue Culture & Art Project가 배양한 반쪽짜리 개구리 스테이크 Disembodied Cuisine을 접하고, 그 계보를 유전공학과 디지털아트의 교차 지점에서 찾기 시작한다. 이 서사는 자연스럽고 일관되며, 그래서 위험하다.

Lindsay Kelley는 바로 그 자연스러움을 의심하는 데서 이 책을 시작한다. UNSW 아트&디자인 대학의 강사이자 실천 예술가인 그는 Bioart Kitchen: Art, Feminism and Technoscience(I.B.Tauris, 2016)에서 묻는다: 왜 우리는 바이오아트를 항상 코드와 유전자로부터 이야기하는가. 조직공학 예술가 Ionat Zurr가 지적했듯, 바이오아트를 디지털아트의 직계 후손으로 읽는 서사는 ‘생명과의 다양한 층위의 관계를 무시’하는 선형적 단순화다. Kelley는 그 빈자리에 전혀 다른 계보를 채워 넣는다. 가사과학(Home Economics), 2세대 페미니스트 퍼포먼스 아트, 그리고 레시피 형식이 그것이다.

책의 구조 자체가 이미 논증이다. Bioart Kitchen은 요리책의 형식을 취한다. 각 챕터는 실제 레시피로 시작된다. 오트밀 케이크의 성분 비율, 태아 소 혈청(FBS)의 보관 지침, CAE의 GMO 검사 프로토콜. 그 레시피들은 곧 비평적 분석으로 이어지고, 독자는 어느새 학술적 논증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이 형식적 선택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Kelley는 레시피라는 텍스트가 지식을 전달하는 동시에 저자성을 분산시키는 독특한 형식임을 보여준다. Martha Rosler가 Romances of the Meal(2000)에서 코카콜라 공장 레시피를 재맥락화하거나, Fluxus 예술가들이 레시피를 수행 점수(score)로 사용했을 때처럼 레시피는 ‘만드는 사람’이 ‘쓴 사람’과 분리되는 구조적 틈새를 내포한다.

더 깊은 논점은 부엌 자체가 오래전부터 ‘지식 생산의 장소’였다는 주장이다. Kelley는 20세기 초 미국의 가사과학 프로그램을 추적하면서, 여성 과학자들이 화학과나 물리학과에 진입하지 못하는 시대에 Home Economics 학위가 일종의 우회로이자 은닉된 실험실이었음을 보여준다. MIT에서 화학을 가르쳤던 Ellen Swallow Richards는 박사 학위를 받지 못한 채 여성을 위한 실험실을 만들었고, 그 공간은 위험한 동물을 가두는 곳처럼 ‘특별한 코너’로 분리되었다. 부엌이 실험실과 구별된 것은 인식론적 이유가 아니라 젠더적 이유였다는 것. 이것이 Kelley의 주요한 도발 지점이다.

Bioart Kitchen은 2016년 출판이다. 2016년 이후 배양육(cultured meat) 연구는 스타트업 산업이 되었고, 합성생물학은 대중 담론에 진입했으며, 바이오해킹 커뮤니티는 규모를 키웠다. Kelley가 예외적 예술 실천으로 분석했던 것들이 이제는 식품산업과 의료 기술의 주류 서사에 흡수되어가고 있다. 그 흡수의 과정에서 탈각되는 것들인 페미니스트 계보, 비기관적 아마추어리즘, 비인간 존재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지금 다시 불러오는 것이 이 책을 현재의 논의로 만드는 이유이다.

한국의 미디어아트 담론 맥락에서도 마찬가지다. 바이오아트에 대한 논의가 주로 기술적 새로움이나 충격적 형상에 집중되어온 반면, Kelley는 그 실천들이 사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부엌, 식탁, 레시피 카드와 연결되어 있음을 말한다. ‘예술 실험실(art lab)’이 어떻게 부엌, 실험실, 정원, 스튜디오의 혼합 공간으로 기능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비제도적 창작 공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우리 현장에도 유효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Bioart Kitchen은 깔끔하게 닫히는 책이 아니다. 살아있는 조직이 레시피의 재료가 아니라 공동 수행자가 될 때, 개구리가 자신의 스테이크를 내려다보는 아쿠아리움 앞에 선 관객이 먹는 행위의 주체가 될 때 ‘저자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 책의 마지막 문장 이후에도 잔류한다. Kelley는 에필로그 마지막 문장에서 이렇게 쓴다. “Each swallow astonishes me.” 먹는다는 것의 경이로움. 그 경이 안에 부엌과 실험실의 거리가 녹아있고, 만드는 자와 만들어지는 것의 경계가 흔들린다. 그 실험실에서 누가 요리하는지, 그 출입구는 열려있다.

허대찬.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aliceon.co.kr 편집장


개요
제목:
Bioart Kitchen: Art, Feminism and Technoscience
저자: Lindsay Kelley (practising artist and Lecturer, UNSW Australia Art & Design)
출판사: I.B.Tauris & Co. Ltd (London · New York)
출판연도: 2016
시리즈: International Library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Vol. 29
ISBN: 978 1 78453 413 4 (hardcover) / 978 1 78672 000 9 (eISBN) / 978 1 78673 000 8 (ePDF)
페이지: 258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