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된 지식의 한계 안에서의 대학: 육후이가 진단하는 AI 시대 대학의 실존 [번역]

최근 많은 분들에게 회자되는 글이 있습니다. 오늘날 기술철학의 대표 철학자 중 1인인 육후이가 e-flux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번에는 해당 글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자동화된 지식의 한계 안에서의 대학(The University Within the Limits of Automated Knowledge)」은 e-flux journal 제161호(2026년 3월)에 실린 글입니다. 육후이는 이 글에서 대학을 산업적 의제에 맞춰 재설계하려는 흐름에 맞서, 대학의 근본적 기능인 지식과 이성이 논쟁되고, 개인이 집단적 학습과 토론, 종합을 통해 정신의 삶에 참여하는 장소를 환기합니다. 글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이성의 한계 안에서 지식의 조건을 물었던 것처럼, 육후이는 자동화된 지식, 즉 AI와 기계학습이 생산하는 지식의 한계 안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글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오늘날의 기계학습 모델이 포스트모던 담론에서 영향력 있었던 ‘저자의 죽음’ 개념을 급진화한다는 그의 진단입니다. 한때 주권적 천재로 신, 아버지, 예술가, 왕의 죽음이 해방적으로 보였다면, 그 논리가 이제 우리 자신의 지적 역능까지 포섭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논의는 리오타르의 『포스트모던의 조건』, 시몽동의 개체화 이론, 그리고 스티글레르의 기술 비평을 경유하면서, AI 시대에 지식이란 무엇이며 대학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현대미술, 미디어아트, 디자인, 그리고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이 글은 단순한 기술철학 텍스트가 아닙니다. 자동화된 지식이 리서치, 기획, 창작, 비평의 과정에 깊이 개입하는 순간, “무엇을 안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은 디자인 교육, 현대미술, 예술과 기술의 융합 현장 어디서든 피할 수 없는 것이 됩니다. 육후이가 대학이라는 제도를 경유해 묻는 것은, 결국 자동화 앞에서 사유와 판단의 자리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일 것입니다.

링크
The University Within the Limits of Automated Knowledge 텍스트 [번역본]
육후이 웹페이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