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 아트스페이스 × 스테델릭 미술관 Part I, Stedelijk Museum Amsterdam

지난 11월 2일, 송은 아트스페이스(SongEun Art Space)에서 《김세진 개인전: Walk in the Sun》 展의 부대 행사로 김세진 작가와 네덜란드 스테델릭 미술관(Stedelijk Museum Amsterdam)의 두 큐레이터 레온틴 쿨러베이(Leontine Coelewij)와 캐런 아치(Karen Archy)의 토크가 진행되었다.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스테델릭 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와 전시를 진행하는 국제적인 미술관이다. 두 큐레이터는 이번 순회 여행의 첫 시작으로 한국을 방문해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김세진 작가와 토크를 진행했다. 캐런 아치는 ‘타임-베이스드 미디어(Time-based Media)’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큐레이터로, 이들은 이번 토크에서 스테델릭 미술관의 역사와 함께 ‘타임-베이스드 미디어’의 간략한 정의와 미디어의 연구 및 보존 방침을 소개했다. 앨리스온은 두 큐레이터와 송은미술 대상의 수상자인 김세진 작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본 인터뷰는 두 파트로 구성된다.

Q1.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Leontine Coelewij : 안녕하세요 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스테델릭 미술관의 큐레이터 레온틴 쿨러베이 입니다. 스테델릭 미술관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현대 & 동시대 (modern & contemporary art) 미술관입니다. 컬렉션의 규모는 대략 90000점 정도 되고, 페인팅부터 조각, 디자인, 타임-베이스드 미디어(Time-based Media)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1895년에 설립되어 1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초반에는 역사적 컬렉션으로 시작해서 1950년대부터 모던 아트 미술관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방도시의 미술관(Local Museum)이라기보다 네덜란드와 암스테르담의 예술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예술을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미술관(International Museum)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Karen Archy : 스테델릭 미술관에서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를 포함한 동시대 미술을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 캐런 아치입니다. 스테델릭에서 일한지는 3년 정도 되었고 전시와 퍼포먼스, 타임-베이스드 미디어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5년가량 스테델릭에 있었던 레온틴과 더불어, 저 역시 동시대 미술을 다루면서도 뉴미디어와 타임-베이스드 미디어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연구합니다. 그래서 전시를 기획할 때는 비디오 아트, 뉴미디어, 인터넷 아트, 사운드 아트 등 시간을 기반으로 한 모든 뉴미디어에 집중하고, 리서치는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를 개념적으로 정립(acquisition)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는 2000년대의 작품들부터 시작하며, 스테델릭이 가진 90000점의 아트 컬렉션 중 2000점 정도이기 때문에 컬렉션의 규모는 작지만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스테델릭은 미술관으로써 타임-베이스드 미디어 아트의 개념을 처음으로 발전시키고 전시하며 소장하고 연구하는 기관 중 하나로써 역사적 의의를 가집니다. 1970년대부터 2005까지 스테델릭에 큐레이터로 있었던 도린 미뇨트(Dorine Mingot)의 영향도 있고요. 스테델릭 이전에는 비평가이자 독립 큐레이터로 일했고 포스트 인터넷 전시들을 기획하는 것에 한동안 집중했습니다.

Q2. 스테델릭 미술관이 제시하고 있는 목표로 디자인의 지속 가능성과 포용성, 그리고 디지털화와 같은 사회적 주제와 문제를 연결하는 것이 있습니다. 미술관이 이처럼 디자인과 사회화와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이유가 무엇인가요?

L : 스테델릭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현대 및 동시대 미술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의 임무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예술(Art)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더 올바를 것 같아요. 디자인은 스테델릭 내부의 디자인 부서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 125년의 역사 속에 디자인 관련 전시들이 많았고 지속적으로 이를 보여주려 했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어요. 동시대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 또한 저희에게 중요한 주제이죠. 하지만 저희는 여성 예술가에 집중한 전시 프로그램을 포함해 굉장히 다양하고 광범위한 것들을 제시하고 있어요. 스테델릭은 항상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고, 동시대에 발생하는 현상들의 중심에서 이를 사회적인 문제들과 연결시키는 것을 임무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인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3. 레온틴 큐레이터님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스테델릭에서 근무해오셨습니다. 유서 깊은 미술관의 전통이 21세기에 접어 들면서 사회적 기술적, 정치적으로 급격한 변화와 만나는 충돌의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미술관에 어떤 변화가 있었고 또 어떻게 정책과 맥락을 잡아 오셨나요?

L : 몇가지 변화들이 있었죠.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2011년에 미술관을 새로운 건물로 이전한 것입니다. 더 혁신적이고 확장된 곳으로 미술관을 이전하면서 공간은 훨씬 커진 동시에 내부의 조직과 부서는 더 세분화되었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 변화는 미술관이 독립적인 기관이 되었다는 것이에요.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1980-90년대 즈음에는 미술관이 도시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5년부터 점점 독립적인 기관이 되었죠. 지금도 미술관 건물 자체는 시에 소속되어 있지만 운영 주체와 재단은 관리자를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테델릭은 공공 미술관이지만 네덜란드 내부에서 개인 컬렉터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게 되면서 미술관의 금융적인 부분(펀딩 시스템)에서도 컬렉터들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동안 예술도 더 세계화된 형태로 변화하였고 이전에는 미술관이 네덜란드와 서양 미술사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금은 관심분야도 확장되어 ‘지금 이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고 느끼고요. 이번과 같은 여행이 큰 영감이 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어떤 예술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주니까요.

K : 예술의 세계화에 따라 그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예술이 세계화되어 갈수록 작품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Co2의 배기가스의 보상과 같은 환경적인 문제들도 떠오르는 쟁점들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큐레이터로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세계의 현상을 지켜보는 동시에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들이 가끔씩은 스스로를 피곤하고 지치게 만들지만, 미술관을 베이스로 둔 입장에서도 그 반동을 유지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4. 송은 아트스페이스를 비롯해서 두 분 모두 한국의 전시 환경과 작업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

L : 이번 순회의 첫 시작점이 한국이기 때문에 더 훌륭했다고 느껴요. 저희는 한국의 미술관들에서 새로운 계획들을 들었고 규모가 큰 미술관과 비교적 작은 미술관을 모두 경험하면서 역동적인 흐름과 젊은 작가들의 가능성을 엿보았어요. 그리고 앞으로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고요.

K : “놀라웠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에 와서 경험한 모든 것에 대해 긍정적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보면서 매우 국제적이고 동시대 미술계와도 이론적으로 잘 연결되어있다고 느꼈고 국제적 흐름과의 연결지점에 대해 더 많은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한국의 전시들은 매우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획되어 동시대 미술과 연결되어 있었어요. 이러한 모습들을 확인하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또 서울에 정말 많은 미술관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네덜란드에서 미술관에 기금이 끊겼던 것을 비교했을 때 얼마나 지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L : 그리고 미술관의 관장이나 이사들의 임기가 2~3년이라는 것이 정말 놀라웠어요. 2~3년은 어떤 프로젝트를 실행하거나 사람들을 기관이나 그 외 다른 요소들과 긴밀하게 만들기에는 실질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이니까요. 그래서 한국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점프한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K : 네덜란드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소 2년 정도의 기획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한편으로 이렇게 짧은 기간으로 임기를 정해두는 이유는 한 명에게 권력을 일임하기 보다는 기관으로써의 권력을 가지고있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런 면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짧은 기간동안 뭔가를 기획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웃음)

Q5. 스테델릭에서 내년에 열릴 백남준의 전시《The Future is Now》(2020)를 기획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백남준에게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기술적 휴머니스트, 개척자와 같은 많은 수식어가 있습니다. 당신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주목한 백남준은 어떤 사람입니까?

L : 《The future is now》는 내년 3월에 오픈될 예정이에요. 테이트모던(Tate Modern, London)에 의해 조직된 전시로 샌프란시스코 모마(SFMOMA)가 협력해 기획 중입니다. 백남준은 네덜란드, 특히 스테델릭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이기 때문에 온당히 저희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백남준의 작품은 이미 1977년에 스테델릭에서 전시가 되었고 첫 개인전에서는 저희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1989)가 전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저희 컬렉션 중에서도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고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백남준은 플럭서스의 흐름과 더불어 오늘 날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새로운 기술(new technology)이나 네트워킹(networking)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한 작가이지요. 1970년대에 이미 뉴 미디어 컬렉션을 넘어섰고 1977년 이후에는 스테델릭에 자주 방문했어요. 큐레이터 도린 미뇨트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암스테르담에서도 중요한 작가가 되었죠. 이번 전시는 그의 전반적인 작업들을 선보일 예정으로, 약 2000점 정도의 작품이 전시될 것이며 초기 플럭서스 시기 즉흥음악 작품부터 후기의 규모가 큰 설치 작품들, 존 케이지(John Cage)와 샬럿 무어만(Charlotte Moorman)과의 협업 작품들 등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이것이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되겠네요.

Q6. 한국에서는 최근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과 관련해 미디어아트에 대한 복원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번 《The Future is Now》에서도 관련 키워드가 논의되고 있나요? 그리고 스테델릭 미술관에서는 미디어 기반의 작업에 대한 복원 및 보존에 어떤 방침과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K : 이념적으로 작품에 대한 보존 문제는 아티스트의 요구사항을 맞춰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작가와의 대화가 필수적이에요. 보존도 작품의 일부로써 어떻게 이를 갱신하고 유지시킬지 고민하게 되는데, 작가의 요구사항 뿐만 아니라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시의 의견도 고려해야 하고 또 작품에 어떤식으로 접근할지에 대한 리서치 과정도 필요해요. 이것이 작품을 컬렉션에 포함시킬 때 빈틈없이 기록(documentation)하게 된 이유입니다.

백남준의 경우에는 작품 보존에 대한 요구사항을 작가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복잡해요. 제가 이해하기로 백남준은 작품을 기술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것에 매우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작업에 도움을 준 다른 작가들에게 저작권을 넘겨준 부분도 그렇고요. 그래서 오브제(Objet)로써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통해 업데이트 할지에 대한 다양성을 열어준다는 부분에서 매우 흥미로워요. 보존 계획을 위해 다방면의 리서치와 대화가 요구되고요. 그리고 보존에 대한 특별한 방침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특정한 하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러가지 방침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방침들은 작품에 사용된 미디어에 따라 달라지고 환경에 항상 영향을 받죠. 스테델릭에는 잘 알려져있듯이 보존 부서가 있고, 이와 별개로 타임 베이스트 미디어를 연구하는 팀이 따로 있어요. 그리고 기술적 레벨에 따라 작업하는 그룹도 달라요. 중간(Midium) 규모의 미술관들은 보통 보존 부서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Q7.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입니다. 모든 시간 기반 미디어 작품들을 총칭하는 것인가요? 그 정의와 ‘타임-베이스드’를 구분 짓는 지점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접근해서 이해해야 할까요?

K :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는 지속성(duration)을 가진 모든 미디어를 총칭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험해야 하는 모든 작업들이 타임 베이스드 미디어에 포함되어요. 그래서 필름(Film), 비디오(Video), 슬라이드(Slide works), 사운드 아트(Sound art), 인터넷 아트(Internet art), 뉴미디어(New media), 설치(Installations) 작품들, 그리고 정말 중요한 퍼포먼스(Performance) 등이 들어가게 됩니다. 타임 베이스드 미디어를 관리하는 것에는 ‘사전 보수(pre-conservation)’라는 용어가 사용되는데, 일반적인 작품의 보수 과정이나 기록(documenting)과 매우 비슷한 개념과 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퍼포먼스같은 경우에는 컬렉팅하거나 적절하게 도큐멘테이션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과제입니다.

Q8.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작품에 사용되는 미디어도 달라졌습니다. 개념적으로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는 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나요? 또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이전의 미디어로 제작된 작품에 대해서 기록적인 성격을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K : 개념적으로 ‘포스트 인터넷 아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 삶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에서의 미디어 경관(media landscape)이 변화한 이유이죠. 그렇지만 미디어 조각(Media Sculpture)나 사진과 같이 아직도 많은 작품들이 오브제 기반이기 때문에 모든 작품들을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라고 칭하기는 어려워요. 우리가 미디어 경관이나 유형 분류 체계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항상 타임-베이스드 미디어와 연관을 맺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그것이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를 구별짓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구요. 스테델릭은 별도의 포스트 미디어 기관이 마련되어있는 등 미디어에 대한 접근 방식이 좀 더 구체적이기 때문에 세계를 돌아다니고 직접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설명하기 조금 어렵지만, 스테델릭에서 제가 담당하는 역할은 동시대 미술과 미디어 아트에 대한 연구이고 개념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어요. 저는 이것이 스테델릭의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어떤 미술관은 타임-베이스드 미디어에 대해서 연구를 한다고 하더라도 미디어 아트나 퍼포먼스에 한정해서 다루는데 반해, 스테델릭은 동시대 미술 전반을 배경으로 삼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기관이죠. 미술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예를 들어 리마 미술관(LIMA)은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 자체를 하나의 단어로 한정해서 연구하기 때문에 전문화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스테델릭은 전문가들과 함께 동시대 전반에 걸쳐 미디어 아트의 특정 부서들을 서로간 연결하며 연구해요. 이렇게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우리의 역사와 연결하고 더 넓혀가는 것이 큐레이터이자 저자로서 제 목표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일반적인 작품과는 고려해야하는 사항들이 다르기 때문에 컬렉션에서도 미디어를 따로 구분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타임-베이스드 미디어의 미디어-특정적(medium specific)인 사항을 고려하면서도, 일반적인 동시대 미술의 맥락과 개념적으로 연결지을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9. ‘타임-베이스드 미디어’로 전시를 기획할 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게 되나요? 특별히 신경써야하는 윤리적 지점이나 선구적인 지점들, 기술적 문제들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K : 일단, 좋은 오디오 비주얼 장비(Audio visual art installer)가 있어야 합니다. 기술적인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독립 큐레이터로 일할 때에는 모든 설치작업을 제가 직접 해야만 했기 때문에 장비를 다루는 법을 전부 익혀야 했습니다. 현재는 스테델릭이 제가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는 세세한 부분들을 보완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작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환경을 고려해야하는데 빛이 적절한 밝기인지, 다른 작품과 너무 가깝지는 않은지, 소리가 부드럽게 출력되고 있는지, 혹은 소리가 너무 멀리가서 다른 작품을 침범하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프로젝터가 너무 오래된 것이면 쓰지 말아야해요. (웃음) 작품을 더 흥미롭게 보여지도록 만들기 위해 출력되는 이미지의 퀄리티 역시 신경써야 합니다.

Q10. 2014년 베이징 UCCA 미술관(UCCA Center for Contemporary Art)에서 열린 《Art Post-Internet》 전시가 흥미롭습니다. 한국은 인터넷 기반시스템이 발달한 나라로 인터넷에 관련한 문화와 더불어 인터넷과 연계된 예술 역시 중요하게 취급받고 있습니다. 당신이 설정한 포스트 인터넷은 어떠한 모습이었나요?

K : 그 전시는 다양한 방면에서 살펴봐야 해요. 전시를 시작하면서 함께했던 아티스트 그룹은 베를린과 뉴욕, 런던에서 온 서구권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여러 국가의 작가들을 특정한 하나의 사회적 그룹이자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야 했는데 그 과정이 조금 어려웠어요. 저는 우리의 역사를 가능한 한 국제적이고 넓은 범위에서 써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제가 그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것은 서구권에 한정된 것이었고, 그 이후에 독립적으로 기획했던 전시들이 더 독점적이면서 국제적이었다고 생각해요. 《Art Post-Internet》 이후에는 중국으로 가서 일하게 되었는데 중국의 인터넷은 서구권의 인터넷과 매우 달랐기 때문에 흥미로웠어요. 인터넷을 받아들이는 개념 자체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한국에서의 개념도 중국이나 서구권과 완전히 다르다고 느껴요. 지역과 국가에 따라 작가와 학자도 다 다르기 때문에, 그 맥락을 읽어내고 탐구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포스트 인터넷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또 어떤 이미지로 드러나는지를 좀 더 세계 전반에 걸친 감각으로 읽어내기 위해 많은 조사를 했습니다.

Q11. 김세진 작가의 작품은 동시대 네덜란드 작가들 혹은 당신들이 기획했던 다른 작가들과 달리 어떤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까?

K : 김세진 작가는 국제적인 이슈들에 여러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국제적인 윤리 문제나 세계화에 대해 흥미로운 방식으로 탐험하며 제시하고 있었고, 작품 <전령(들)>(2019)에서 사용한 기술은 이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에 한국작가적 특성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과학적인 실험에 의해 희생된 개 ‘라이카(Laika)’를 기념비(Monument)처럼 세우는 방식에서 OLED 모니터를 사용한 것 처럼요. 그녀는 실험에 가려져 단순한 개의 죽음으로 치부되었을 사건에 집중하고 목격자로서 그 순간을 들춰내 격앙된 태도로 고발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간과하고 넘어가는 부분과 지금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직시하도록 만듭니다. 이런 부분에서 전시에 매우 감명을 받았고, 매체를 비디오-벽(Video wall)처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기술이었기 때문에 설치 전경 역시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네덜란드 작가들과 비교해보자면 국적과 작업 주제를 떠올리게 되는데, 김세진이 해외를 직접 경험하고 사미족 문화(Sámi culture)와 북극과 같은 외진 장소들을 체험하는 태도가 마치 유럽을 정복해나가는 것처럼 보여서 너무 좋았습니다.

Q12. 마지막 질문이에요. 김세진 작가 외에 주목하고 있는 동시대 한국 작가가 있습니까?

L : 우선 한국에 와서 새로운 작가들을 발견하게 되어 매우 즐거웠습니다. 어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MMCA)에 방문했어요. 스테델릭의 컬렉션에는 아직까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많지 않아서 다른 부분들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이전에는 서구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이불과 같은 작가들의 전시를 주의깊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1살 무렵 네덜란드로 이주해 활동하고 있는 작가 사라 세진 장(Sara Sejin Chang, Sara Van Der Heide)의 비디오 작품들도 저희 컬렉션에 포함되어 있어요. 매우 흥미로운 작가이지요. 한국은 이번 순회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앞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튜디오 등 더 많은 장소를 방문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K : 서울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송은 아트 스페이스, 그리고 아트 스페이스 풀(Art Space Pool)을 경험하면서 이 세 기관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박찬경 작가의 작업을 흥미롭게 보았고, 이불이나 양혜규, 김성광 그리고 이들보다 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내는 방식들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아직까지 한국 외부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의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작품들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Q13.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인터뷰 정리. 문현정 | 앨리스온 에디터

인터뷰 진행. 문현정, 김소현, 조한결, 조성현 | 이상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