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회를 살아가는 기술 : 언메이크랩 Unmake Lab

자기 정량화 운동, 2018

인간, 기술, 자연, 사회에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에 관심을 가진 2인 그룹 언메이크랩은 이를 연구, 전시, 교육의 형태로 제시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영향력 아래 새로이 부상하는 힘들을 특정 알고리즘에 통과시켜 다른 서사로 출력하는 작업은 특히 흥미롭다. 앨리스온은 그 힘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하는 이들의 작업관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작가를 비대면 인터뷰하였다.


 

Q1. 안녕하세요, 작가님. 앨리스온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희는 송수연, 최빛나 2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그룹이고, 기술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떤 변화들, 그런 변화들이 어떤 문화를 만드는지 혹은 어떤 인식의 변이를 만드는지, 감각의 차이를 만드는지에 대한 관심을 작업과 교육 활동으로 이어 나가고 있는 팀입니다.

 

Q2. 언메이크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데, 팀명에 제작하다, 메이크, 만들다의 의미를 둔 이유와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저희 관심의 시작이 제작 기술 문화라는 것에서 출발하였고, 물론 구체적인 제작도 포함하지만 물질적인 제작보다는 개념적이거나 매커니즘 기반의 제작에 초기부터 관심을 많이 가져왔기에 제작을 폭넓게 생각하는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제작이라는 의미가 언메이크라는 망치기 혹은 다르게 만들기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을텐데요. 그런 의미를 넣었던 것은 기본적으로는 제작적인 태도를 가지고 싶어서였던 것 같아요. 제작적 태도라는 것은 매커니즘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그리고 매커니즘에 직접 참여해서 해체를 해보거나 재조합을 해보거나, 역공학을 통해서 이해를 해보려는 태도를 제작적 태도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저희가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에 팀명에 만들기 혹은 제작하기와 같은 의미가 들어간 것입니다.

 

Q3. 아무래도 팀으로 활동하시다보니 이것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팀원 간의 관점과 시각도 같지는 않을 듯 싶은데, 팀의 유지와 조화를 위해서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A. 저희는 각각의 시각이나 관심사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요. 이를테면 한 명은 추상적인 매커니즘에 대한 관심이나 기술 철학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빛나), 다른 한 명은 그것이 실제 사회에서 적용되거나 어떻게 문화화되는가, 혹은 시민 과학적이거나 시민 기술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나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수연). 그러다 보니 저희의 작업이나 교육과 같은 활동들의 내용들도 둘의 관심사가 균형을 이루면서 늘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런 다른 관심이나 관점이 오히려 보완적인 관계가 되면서 팀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행운이죠.(웃음) 특별히 유지와 조화를 위해 신경쓰기 보다는 서로의 관점이나 시각에 대해서 정리해서 공유하고, 공부를 통해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웃음)

 

Q4. 기획, 연구, 교육, 전시, 출간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하고 활발하게 활동해 오셨는데 이들 간의 밸런스 조절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이들 모두를 어떻게 소화 또는 조절하시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작가님들께 각각의 활동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저희는 이 활동들을 각기 따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를테면 전시나 연구에서 다루었던 관심 주제들이 교육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그것이 포킹룸의 기획으로 확장되고, 이런 활동들이 정리가 되어 출간이 됩니다. 오히려 밸런스 조절보다는 각가의 다름이라고 생각되는 각각의 단계들이 서로 매끄럽게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게됩니다. 예전에는 교육적인 활동이 먼저였다면, 최근에는 전시 혹은 전시를 위한 리서치에서 출발하는 것이 많아졌어요. 전시나 작업, 아티스틱 리서치라고 하는 과정을 통해 개념적인 것들 혹은 저희가 해석하는 관점들이 도출이 되고, 그것을 교육적인 활동으로 모듈화시키는 흐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늘 하나를 다른 곳에 인풋할 때, 어떻게 아웃풋을 다시 만들어낼 것인가하는 피드백 체인을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순환되고 그 사이에 들어오는 제안들을 통해 이제는 더 원활히 흘러가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왜 이런 모델을 생각했었지’ 라고 생각해보면, 어떤 관점을 은유적으로 정립한다는 부분에서 작업이라는 것이 중요했었고, 그것을 공통적인 것으로 토대를 만드는 활동으로서 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확장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활동들을 기획하고 정리를 해서 출간했던 것이었죠. 저희로서는 한가지 활동만으로는 조금 헛되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느꼈던 이유는 작업 이전에 저희가 가졌던 활동가나 연구자로서의 이전의 이력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 정체성들이 저희에게 계속 요구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틀거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Q5. 진행해오셨던 활동 모두가 같은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도하신 바가 있나요?

A. 새로운 기술 문화들이 공기처럼, 우리에게 굉장히 침습적으로 파고들 때, 너무나 쉽게 ‘새로운 기술이니까’ 라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 기술들을 대면하면서 우리 혹은 사유가 어떻게 변하는지 이런 현상들을 바라보는게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바라보는 방법으로서 여러가지 활동들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이를테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적인 사물들이 삶에 들어왔을 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그것이 어떻게 연결이 되고, 무엇이 바뀌었으며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기술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사회 그리고 나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 말씀드린 제작적인 태도이기도 하고 저희가 수행하는 모든 활동의 지향성의 근거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Q6. 연구한 내용들을 출간,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과정들을 대중들과 이야기하시면서 공유하고 나누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유’가 작가님들의 활동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작가들조차도 작업을 통해서 개인적인 세계상을 얘기하지만 그것도 역시 공유적인 행위이고 자기의 관점을 소통을 하고 싶어 하는 행위일 것 같아요. 공유라는 것에 강점을 찍거나 강조하지는 않는데, 저희가 조금 더 공유라는 키워드로 읽히는 이유는 아마도 어떤 현상을 이루는 뼈대적인 지식 혹은 매커니즘적인 지식, 어떤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메타 지식이라는 것들에 늘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생각에는 그러한 것들이 한 시대의 기술과 기술 문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인 것이고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에 이야기를 해오고 있는 것인데, 그것은 작가가 가진 고유한 관점이라기 보다는 조금 더 공통재적인 성격의 지식인 것이에요. 이런 지식들을 발굴하고 캐어내고, 드러내어 사람들과 이야기 하려고 하는 저희의 제스쳐들이 공유라는 키워드를 계속 불러오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7. 작업 활동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거나 질문을 갖게 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교육) 프로그램에서 강조하게 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희가 이야기하는 그 시대를 작동시키고 제어하는 논리나 원리, 메커니즘 그리고 그것들의 뼈대를 이루는 지식들은 중요하지만 주류적인 지식이나 대중적인 교양의 지식과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중요하지만 곁에 있고 잘 이야기되지 않는 부분들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얘기들을 하지만 사람들이 데이터 셋에서 출발하는 관점들을 잘 만나지는 못하잖아요. 물론 최근에는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만, 인공지능의 기능, 기술의 마법적인 것들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데이터 셋에서 출발하는 관점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 되지 않는, 그렇지만 중요한 뼈대가 되는 부분들에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기획했던 포킹룸의 주제로 스마트시티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강조했던 것은 ‘그럼 스마트 시티 이전에 우리는 도시를 어떤 것으로 불렀고 어떤 모습이기를 바랬지’와 같은 질문들이라던가, 그 옆에 배치를 해볼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지식의 뼈대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이렇게 사람들이 병치하지 않는 것들을 함께 놓고 이야기하는 식의 변주를 하면서 소수적인 생각이지만 중요한 생각들을 이야기해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Q8. 워크숍 등을 통해 대중들과 활동해 오셨기에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더욱 크게 체감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몇 번의 비대면 행사(세미나, 교육)를 진행하셨는데요. 작년 한 해에 대한 소회는 어떤가요? 현재와 같은 코로나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대하실지, 어떻게 작업을 하실지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코로나가 발발하고 모든 사람들이 저희처럼 큰 심적인 괴로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을 살고 있는데, 그러면서 여러가지 변화를 보게 되었어요. 종종 제안을 받을 때 경험한 것인데, 기술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과 온라인 교육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셨어요. ‘기술에 대한 관점을 가지는 것과 기술을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을 같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기술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생겼고요. 현재 상황에서 비대면 기술이 우리의 기술적인 감각, 관점들을 상당 부분 점령하게 되었다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런 기술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들을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분명히 다른 시대를 살게 될 것이고 코로나 상황 속에서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가속되어 기술적인 토대들이 변한 것 같아요. 특히 인공지능 기술 중에서 컴퓨터 비전 기술같은 비대면 기술은 특히 더욱 그렇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런 기술들이 이 시기에 굉장히 빠르게 이식되었다는 것도 깊게 생각을 해봐야 되는데 것들이죠. 그래서 개념적으로 어떤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변화된 기술이 이식되고 있는 상황들을 주의깊게 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작업을 포함한 활동들을 통해 함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솔직히 1년이 훨씬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이 상황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될지.(웃음) 그렇다고 이 모든 상황들 때문에 감시적인 기술들이 이렇게 빠르게 일반 기술이 되어버린 것이라고는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훨씬 더 미묘하고 예민한 관점이 필요한데, 아직 그 관점을 정립하지 못한 상황이에요. 하지만 계속 그 사이의 면들을 계속 보면서 이해하고자 혹은 끌어내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많은 것들과 여러 관점이나 사회적으로 우선순위를 두는 것들의 좌표가 심하게 요동치면서 굉장히 많이 변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그것들로 우리의 생각에 인식의 틀들을 다시 재조립하고 다시 조정하는 이 시간이 지금 저희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요. 너무나 급격히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인식의 틀거리는 너무나 과거적인 것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것들이 우리가 조정을 하기에 굉장히 많은 어떤 시간과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누고 있어요.

 

Q9. 활동을 시작할 당시의 기술과 현재의 기술의 흐름이 꽤나 급격하게 변하고 발전하다 보니 작가님들의 관심사도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A. 저희가 처음에 기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때에는 시민 기술이나 참여적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런 틀거리로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의 기술은 모든 것들이 변수적인 것으로 움직이는 시대이죠. 어떤 하나의 사물조차도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만큼, 예전처럼 고정적이거나 해킹적인 감각으로 들여오다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피드백 연쇄 고리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들을 계속 들여다보는 것이 저희의 현재 관심사인데 ‘이제는 잘할 수 없는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해요. 왜냐하면 저희가 배웠던 혹은 세상을 이해했던 인식의 틀거리가 적용되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고정된 인식의 틀거리를 개조하고 변조하면서 바라봐야 하는데, 이제는 지금의 기술적인, 핵심적인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DNA가 없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들여다보려고 하고 있고요. 그 유동성을 저희가 얼만큼 따라 들여다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들여다보려고 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이 남겨져 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면 미래와 과거를 동시에 보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그렇게 바꾸려고 노력해야지. 미래도 과거도 봐야하는 거잖아요.(웃음) 주체, 객체 할 것 없이 모든 것들이 변수적으로 변하는 현상들을 들여다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자가 감정 추수기(마이크로 컨트롤러, 카메라, 헬멧, 감정 분석 API) 및 퍼포먼스 영상 중, 2018
자가 감정 추수기(마이크로 컨트롤러, 카메라, 헬멧, 감정 분석 API) 및 퍼포먼스 영상 중, 2018
공간 사일삼, 《전체적 데이터 카탈로그 : 행복을 찾아서》, 2018 전시

 

Q10. 기술사회라는 시대적 배경, 그리고 그 변화 속의 어떠한 면에 주목하여 해마다 새로운 연구 주제를 도출해오셨습니다. 현재에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미치는 영향력과 그 현상에 대해 집중하고 계십니다. 특히, 작년 말부터 진행되었던 <포킹룸 리서치랩>과 올해 3월 전시로 완결되었던 <포킹룸: 부재하는 데이터셋>을 통해 작가님들의 현재 관심사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컴퓨터 비전과 시각 데이터, 데이터셋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희는 기술적인 현상을 전위에서 이렇게 파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에요. 저희가 파악하는 기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서 혹은 사회에서 드러난 것들이에요. 어떤 분들한테는 굉장히 선진적인 기술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미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죠.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고, ‘그렇게 보이게 된 이 기술이 왜 먼저 보이게 되었는가’ 라고 생각을 해보면 사실 인간의 감각 기관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인간의 감각 기관을 이를테면 오감이라고 한다면 거의 80% 이상의 정보가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것처럼 기술도 이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이라는 것이 인간의 흉내, 모방이라고 한다면 당연한 순서일 것 같아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이런 것들이 통합적으로 발전을 하기보다는 각각 연구되다가 최근에서야 조금씩 겹쳐지면서 합칠 수 있다는 것을 아마 보시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가장 먼저 드러난 기술적 현상이었기 때문에 비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컴퓨터 비전 기술이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시작을 했어요. 파고들다 보니 이것이 어떤 컴퓨터 비전 기술이고 거기에 연결된 기술들 혹은 토대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어떤 기술 자체 관심보다는 기술이 사회에서 드러나는 현상에서 출발을 했던 게 정확한 저희의 순서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아무래도 시각 작업을 하다 보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사운드 작업을 했다면 사운드에 먼저 관심을 갖지 않았을까 싶네요(웃음)

 

Q11.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겠습니다. <시시포스 데이터셋>(2020)은 인간중심의 시시포스신화를 인간이 아닌 돌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인간이 아닌 돌의 관점에서 이런 서사를 차용하게 된 이유와 그 의미를 들려주세요.

A. 돌이 눈에 들어온 순간, 돌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시작은 작년 초에 남산에 다니면서 부터에요.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소위 멘붕이 오고 이 상황에 대해 서로 물으면서 남산에 가게 되었는데, 길 옆으로 난 개울에 강의 중류나 하류 정도에 있을 법한, 마모되어 둥근 돌들이 이상하게 눈에 보이는 거에요. ‘이 돌은 대체 어디에서 왔길래 이렇게 둥글지만 깨어져서 여기에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하나 둘 씩 주워 왔어요. 이후, 필드 리서치를 나가면 둥근데 깨진 돌들이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거에요.(웃음) 그렇게 시작했던 작업이고 이후로는 저희의 이전 작업들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저희가 부서진 돌들을 발견하면서 가졌던 ‘이 돌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질문들을 추적하고 연결하다 보니 4대강과 관련된 여주의 모래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10년 전,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여주의 거대한 모래산(모래둑골)과 같은 공사 현장들을 다니면서 인간의 힘에 의해 자연의 모습이 엇비슷해지는 현상들을 목격하였는데, 저희가 보았던 이런 현상들을 ‘일반자연’이라는 용어로 정리를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직도 존재하고, 사회에 실재한 우리의 시간, 역사, 과거에서 만들어진 산, 그리고 그 산에서 당연하게도 많은 돌들을 발견한 거예요. 강바닥을 긁고 올려 옮기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부서진 그 돌들 말이에요. 그런 상황들을 알레고리로 만들어냈던 것이고, 그 알레고리는 한국사의 지난 과거에 있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문화에서 굉장히 많이 언급되는 서사이기도 한 시시포스 신화를 같이 차용이 된 것이고요. 시시포스 신화라는 것을 가지고 온 건 미셸 세르라는 기술 철학자의 언급이 굉장히 큰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가 시시포스가 아닌 시시포스의 돌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미셸 세르의 언급이 저희에게는 하나의 알레고리로 작용한 것이죠. 그러면서 시시포스 데이터셋이라던가, 유토피아적 추출이라는 작업이 얼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작업은 예정에는 없었어요.(웃음) 전혀 다른 컴퓨터 비전 작업을 할 계획이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여러 장소들을 다니면서 서사를 쌓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남산, 채석장 그리고 여주의 모래산에서 온 돌들이 모여 하나의 데이터 셋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저희는 이것을 시시포스 데이터셋이라고 이름 붙이게 된 것이고요. 이는 저희가 그 당시 컴퓨터 비전을 통해 작업하며 데이터 셋에 대한 개념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유토피아적 추출 | 도큐멘팅 비디오, 퍼포먼스 영상, 34분, 2020
신선한 돌 | 돌, 학습된 객체인식 AI, 웹캠, 실시간 영상, 2020

 

Q12. <시시포스 데이터셋>(2020)의 구축 과정과 어떠한 방식으로 돌들이 레이블링 되었는지, 레이블링 된 이미지를 통해 완성이라고 할까요? 구축된 데이터셋이 관객들에게, 혹은 구축된 데이터셋을 통해 작가님들께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데이터 셋을 보완을 한다면, 더 할 수도 있겠죠.(웃음) 시시포스 데이터셋은 저희가 모은 돌 뿐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인터넷에서 크롤링한 이미지 그리고 다른 이미지들을 함께 학습시킨 것입니다. 돌을 포함해 도넛과 핫도그 등의 5가지 레이블이 가능하도록 학습을 시켰고, 돌이 아닌 돌의 표면 데이터 또한 투입되었습니다. 컴퓨터 비전을 통해 디텍팅(detecting)하게 되면 분류가 되는데, 상상이 가시겠지만 다섯 가지 요소가 비슷해지는, 겹쳐지는 패턴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가짓수에 따라 인식률의 높낮이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의도한 결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내부적인 제안을 기반으로 한 여러 실험이 진행되었고, 이를 통해 일종의 인식의 오류가 발생한 것이었죠. 렉처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1차적으로는 마무리가 되었지만, 많은 수로 데이터셋을 구성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다른 시도(실험)를 한다면 더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시시포스 데이터셋 | 증폭된 돌 이미지 1만장으로 이루어진 영상, 15분, 2020

한 번 인간에 의해 옮겨져 부서진 돌돌이 또 어딘가에 사용되기 위해,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어떤 장소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본 거잖아요. 이런 것들이 저희에게는 인간이 자연 혹은 어떤 자연물들을 계속 추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상황으로 읽혔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돌들을 돌로 읽는 것이 아니라 계속 쓸 수 있는 어떠한 것으로 읽게 하고 싶었는데, 그게 음식이 된 것이죠. 사람들이 음식이라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도 있었지만, 사실 테스트를 하다 보니 컴퓨터 비전이 사물을 음식으로 잘못 인식을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는데, 저희는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굉장히 풍성한 음식 데이터들이 입력되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짐작을 하고 있어요. 계속 그 돌이 사람들에게 먹음직한, 계속 추출할 수 있는 어떠한 대상으로 느껴지는 상황을 전달하고 싶어 돌 위에 케첩을 뿌린다거나, 설탕을 뿌려 핫도그나 도넛으로 인식되는 방식으로 학습시킨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렉처 퍼포먼스를 보지 않으셨다면 약간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웃음)

생태계 | 이미지 분석 인공지능 API, 얼룩말 패턴 천, 실시간 퍼포먼스 영상, 10분, 2020
생태계 | 이미지 분석 인공지능 API, 얼룩말 패턴 천, 실시간 퍼포먼스 영상, 10분, 2020

 

Q13. 2020년 전시 《파괴진보적 Mid-tech》에서 보여주셨던 작업 <해산하십시오>(2020)의 흩날리는 깃발 영상과 ‘해산하십시오’라는 제목은 어떠한 서사를 유추하게 됩니다. 그리고 구동 중인 컴퓨터 비전 API는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의 이미지를 깃발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자연어 생성 API에 ‘깃발은 텅 비었다’와 ‘이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이 두 문장을 투입해서 얻고자 했던(예측했던) 결과는 무엇이었나요?

A. 이 작업도 앞서 저희가 말했던 저희가 가지고 있는 어떤 답답함의 연결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인식의 틀, 상징의 틀과 같은 것들이 지금 시대에 굉장히 많이 달라지고, 그것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만을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깃발이라는 것도 우리가 분명히 가지고 있는 깃발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진취적이거나 새로운 탈출, 해방 이런 의미 말이에요. 컴퓨터 비전을 통해 깃발의 이미지를 보았을 때 물론 깃발로 인식할 때도 있었지만, 바람에 의해 요동치며 변화되다보니 사물의 외관이라던가, 형상에 따라서 매칭을 하는 컴퓨터 비전이 깃발을 전혀 다른 사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런 결과들을 통해서 이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질서, 의미라는 것들이 이제 달라지는 시대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해산하십시오’ 라는 제목은 기술이 지금 우리한테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질서 이런 것들이 다 해체되는 것처럼요. 기술이 그 해체를 주도하면서 ‘해산해라’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의미들을 넣었고요. 그래서 ‘깃발은 텅 비었다’, ‘이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이 두 문장도 그런 의미에서 주어진 문장이었어요. 이때까지의 깃발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면, ‘기표와 기의가 없어진 깃발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이 문장을 넣었을 때, 저희가 예측했던 결과는 없었어요. 다만 그런 문장들이 나와서 좀 놀랐고요. 저희가 내레이션으로 만든 것도 몇 가지 결과들이 조합이 되기는 했지만, 저희가 이 작업을 위해서 생각했던 것들과 다르지 않은 문장들을 만들어내는 결과들을 보게 되었죠. 그래서 예측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어떤 한 시대의 끝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연결하는 듯한 문장이 나와서 굉장히 좀 흥미로웠고요. 사실 올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자연어 생성과 관련된 작업이어서 자연어 생성이 관계하는 데이터셋이 만들어내는 문장들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보는 중입니다.

해산하십시오 | 컴퓨터비전 API, 자연어 생성 AI, 깃발, 이미지 및 영상, 2020
해산하십시오 | 컴퓨터비전 API, 자연어 생성 AI, 깃발, 이미지 및 영상, 2020

Q14. 기술적 변화와 유행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을텐데 작가님들께서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A. 기술적 변화로 인해 사회는 집약되고 자동화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우리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었죠. 전문적으로 잘 알고, 잘 이해하고 이런 게 아니라, 좋은 이용자가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소비하는 행위는 쉽고 편하지만, 좋은 이용자가 되려면 어떠한 태도도 필요하고, 그것을 보는 관점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것을 이해하는 인식도 필요할 것이고요. 기술로 인해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그것들이 내 삶과 주변에 미치는 영향 속에서 소비자가 아닌 좋은 이용자가 되는 것, 좋은 이용자로 살기 위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이제 다 소비자에요.(웃음) 제작자까진 못 되겠지만 좋은 이용자가 되는 거잖아요.

 

Q15. 구글 ‘신’ 으로까지 묘사되는 구글 검색엔진의 검색 결과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지나, 레이블링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날이 우리에게 올까요?

A. 없어지고 평평해지는 것만큼, 어느 차원은 또 열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의 새로운 기술이 레이블링 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인코딩 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납작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곳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것들이 탄생하고 있으니까 그것은 어떤 운동이라고 봐야 될까 이런 생각도 하는데요. 분명히 우리가 알던 세계, 인식하던 세계와는 분명히 달라질 것 같아요. 아마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들이 생길 것 같은데, 이미 기계가 교환하는 정보가 인간이 검색하거나 교환하는 정보의 총량을 넘어서면서 기계만 이해할 수 있는 포맷에 대한 기술적인 화두가 논의되고 있어요. 이제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데이터의 형태로 교환되겠죠. 이렇게 되면 우리가 알던 세계는 분명히 다르게 인식될 것 같아요. 구글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서 그런 현상들이 일어날 것 같은데요.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존재하지만 가려지는 존재들이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믿고요. 그리고 분명히 들여다보려고 하는 시선도 늘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레이블링 되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계속 얘기를 할 것 같아요. 어떤 것이 강해질수록 그 안에서 미약해지는 것에 대한 관심과 질문은 계속 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Q16. 21년의 5월이 벌써 지나고 있습니다. 질문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남은 한 해 계획하고 계신 바가 있을까요?

A. 저희가 작년에 했던 그 유토피아적 추출이나 시시포스 데이터셋 이후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컴퓨터 비전이나 데이터 셋에 대한 고민들은 계속 하고 있고, 이제 다음 단계로서 시시포스의 변수라는 과제로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앞서 이야기했던 지금의 모든 현상들, 모든 것들을 변수적으로 다시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 혹은 시대적 관점에서 시시포스 신화를 인간 중심적인 신화로 보고 돌의 관점으로 옮겨보는 것을 제안하는 것까지가 이전의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정말로 옮겨서 어떤 변수가 가능할지 우화적인 방식을 통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게 올해 지금 하고 있는 작업입니다. 우화의 형식을 위해서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어요. 사실 인간이 생각하는 중심적 관점이 인공지능에게는 상관없는 것이고, 그 안에서는 모든 것들이 평등한 하나의 객체이고 변수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통해 변수를 엉뚱하게 조정함으로써 인간이 생각하는 사고의 틀을 건드리는 지점을 포착한 것입니다. 그런 지점에서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이 시시포스 신화에 대해 다른 문장들을 생성해내는 것을 시도 중입니다.

시시포스의 변수 전시 장면, 2021
시시포스의 변수 | 자연어생성AI(GPT-3), 모션 트래킹, 가상인간, 게임엔진, 16분, 4K, 2021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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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언메이크랩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조성현 |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