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_TAG 15. 상상만개, SF와 함께 한 여행 1, 우주굴기를 향한 욕망 : 영화 유랑지구 The Wandering Earth 리뷰

free image from http://www.picswalls.com/

상상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영역은 각자가 지금까지 쌓아 온 지식이나 경험, 타고난 감각이나 생활권의 전통과 문화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여러 상상을 유형화하고 가공하여 공감을 얻어내는 방법 중 상당히 강력하고 설득력있는 방법이자 영역이 있다. 바로 과학과 기술이며 이를 통해 발현된 창작 장르가 SF(Science Fiction)이다.

과학과 기술은 우리 문명을 쌓아올린 토대이며 우리 사고와 행동, 그리고 삶에 가장 밀접하게 영향을 끼친 인자중 하나이다. 그만큼 이를 토대로 한 SF 소설이나 영화는 우리에게 강한 자극과 동인을 제공한다. 명료하고 긴밀한 인과를 구성할 수 있는 과학과 기술에 근거한 SF장르는 그 설득력을 기반으로 행복하거나 때로는 섬뜩한 현실과 미래의 시간을 그려낸다.

이번 기획은 이렇게 우리를 자극하는 과학과 기술적 논리와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상을 구현한 SF장르의 창작물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과학은 앎과 이해를 통해 세상과 접하는 접점을 넓혀 우리를 더욱 자유롭게 한다. 동시에 앎과 이해는 우리가 닿을 수 있는 접점을 좁혀 차별과 불통으로 우리를 조인다. 양 방향의 미래는 상상으로 밝혀졌고 반복되어 우리에게 상영된다. 희망과 절망의 여행, 자극적이고 또한 되새길 수 있는 여행, 비웃거나 공감할 수 있는 여정. 여러 에디터가 선정한 다종다감한 갈래길을 소개한다.

코로나-19라는 유래를 찾기 어려운 독특하면서 강력한 질병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이 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우리이지만, 여전히 여러 활동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 상황이 우리가 이룩한 과학과 기술에 기반한 문명에 의해 더욱 강하게 파급력을 가졌으며 동시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다시한번 이 현실을 생각해보는 한편, 갑갑한 현실에서 소개될 흥미로운 콘텐츠와 함께 이 시국을 버텨 넘길 수 있는 또 한 가닥의 에너지 제공 통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허대찬 | 앨리스온 편집장

 

What Jeff Bezos Floating Space Colonies Will Look Like, Business Insider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이며 우주탐사기업블루오리진 소유한 제프 베조스는인류가 다른 행성이 아닌거대한 인공 우주 군집(giant space colonies)’ 건설해 정착할 으로 전망하고 2024년까지 착륙을 목표로 하겠다는 포부를 전달했다. 2013 개봉한 데이먼 주연의 SF 영화 <엘리시움> 연상된다. <엘리시움>에서는 지구 궤도 상에 위치한 거대한 우주 거주 시설이 등장한다.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거의 쓰레기장이 되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많은 세계 상위 1% 부자들은 질병과 가난이 없는 우주정거장엘리시움으로 이주한다. 영화의 배경은 앞으로 134 후인 2154년이다.

 우주개발 업체스페이스X’ 창업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화성 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구인 100명을 우주선에 태워 보내고, 앞으로 50~150 안에 최소 100 명을 수용하는 자급자족 도시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2033년을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작품 <마스> 데이먼 주연의 <마션> 떠오른다. 화성을 식민지화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마스> 모습과 닮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성에 낙오된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마션> 설정 자체는 아직은 허구이다. 유인 우주선이 화성 땅을 밟은 적은 없다. 2018년에는 화성의 바람 소리를 나사가 쏘아 올린 무인 화성 탐사선인사이트 잡아내 우리에게 들려줬다. 지구로부터 거리는 결코 가깝지 않은 4 8천만 . 화성의 바람 소리조차 신기하게 다가오는 지금, 화성 도시 건설은 상상에 가까워 보이지만 스페이스X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 서로를 언급하며 자신들의 계획이 우월함을 주장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들의스타워즈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2019년은 아폴로 착륙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러나 중국은 우주 굴기를 목표로 달의 뒷면에 최초로 착륙하는데 성공하며 이에 찬물을 끼얹었다. 50 만에 스푸트니크 모멘트가 재현된 셈이다. 이에 미국은 나사 예산을 대폭 높였고 대부분의 우주 프로젝트 일정을 앞당겼다. 1 세계 우주 전쟁이 러시아와 미국의 대결이었다면 2 세계 우주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것이고 본인은 그것을 영화 유랑지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유랑지구, 궈판, 2019
Beijing Jingxi Culture & Tourism Co.,Ltd., Guofan Media (Beijing) Co.,Ltd
류츠신 – 소설 《유랑지구》 원작

<유랑지구>는 중국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중국 내에서만 무려 7000 원의 수입을 올린 영화이다. 더불어 최근 넷플릭스에서 세계 방영권을 획득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유랑지구는 원작이 있는 영화이다. SF 장르의 팬이라면 모를 없는 휴고상을 아시아 작가 최초로 수상한 류치신 작가의 동명의 소설이 바로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미래는 제목에서도 말해주듯떠도는(wandering) 지구 모습이다. 그동안 할리우드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가 대형 우주선을 만들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식의 전개와 같이 미국을 중심으로 외부로부터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외부로 확장함으로써 인류를 지키려 했다면, <유랑지구> 내부/외부, 중심/주변의 틀을 벗어난다.

 태양이 급격히 노화되어 팽창함에 따라 태양계의 균형이 무너져 100 지구가 통째로 집어삼켜질 위기에 처하자, 이상 태양을 중심으로 없게 인류가 기존의 질서인 태양계에서 지구를 분리시켜 4.2광년 떨어져 있지만 태양과 같은 주계열성인 센타우리(Alpha Centauri) 새로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유랑지구 프로젝트 실행한다. 결과, <유랑지구> 지구는 광활한 우주를 떠돌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합정부(United Earh Goverment) 결성하여 지구 곳곳에 1 여개의행성 엔진 건설해 지구를 현재의 공전궤도에서 탈출시킨다.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우주선이 셈이다. 태양계가 폭발을 앞둔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떠올릴 있는 생각이란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를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영화 속에서 우주를 떠도는 것은 우주선이었다.

 그런데 <유랑지구> 지구를 움직임으로써 우주선을 선택할 경우 발생할 있는 문제들을 뛰어넘은 곧바로 새로운 생존 환경에 처한 지구 인류의 삶으로 관객의 시선을 이끈다. 인류는 행성 추진기 아래 지하 도시를 건설하여 지구공전궤도를 이탈함으로 인해 10 세계 해수면의 300m 상승과 같은 재앙으로부터 피신해 삶을 이어간다. 와중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는데 태양계를 벗어나기 위해 나아가던 목성의 중력에 지구가 빨려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유랑지구> 목성과의 충돌이라는 위기에서 인류의 지속적 생존이라는 가치 묶인 가족 연합정부군과 협력해 지구의 인류 공동체를 구해낸다는 장대한 스케일의 재난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으로 돌려 어린 나이에 지하 도시에서 살게 이후 번도 바깥 세상으로 나가본 없는 주인공 류치는 만들어진 영상에 불과한 햇빛과 밖의 자연 풍경에 지쳐 여동생을 데리고 불법 방호 슈트와 위조 신분증을 이용하여 바깥으로 나가려 한다. 무사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5000m 이상을 올라간 끝에 눈으로 보게 것은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진짜 햇빛과 진짜 세상의 모습. 그러나 처참한 모습이었다. 문이 열리자 거센 눈보라와 함께 온도는 3 만에 영하 80도까지 떨어진다. 류치는 연합 정부 트럭 기사인 할아버지의 신분증을 이용해서 트럭을 몰고 나가는데 운전이 처음이었던 탓에 얼마 가지 못해 붙잡히고 만다. 한편, 류치의 아버지 류페이창은 이런 사실도 모른 지구로 돌아가 아들과 만날 내일 만을 고대하고 있다. 항해하는 지구의 선두에 위치해 항로 안내 위성 역할을 하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17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드디어 내일 고향으로 복귀하게 것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지구의 우주항해를 관리하는 슈퍼컴퓨터 모스에 의해서 지구와 목성의 가능성이 분석된다. 목성의 인력이 급격히 강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전세계 4700여개의 행성 엔진 작동이 중지되어버리고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지구의 진행 궤도가 완전히 꺾여버리고 37시간 목성과 충돌하는 것이었다. 시간 부로 연합정부 최우선 목표는 지구 엔진 재가동으로 전환된다. 류치의 일행도 구조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동원되고 만다. 이들의 목표는 지구 엔진의 연료를 수송해서 () 항저우의 지구엔진을 재가동 시키는 . 하지만 목성의 중력 급증으로 지속되는 강진으로 인해 목숨도 부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갖은 고생을 겪고 항저우의 지하 도시에 도착했지만 이미 마그마가 가득 차버린 상태. 목표를 바꿔 적도부근의 지구 엔진으로 향한다. 무전으로 들려오는 희망적인 소식들, 류치의 일행 또한 적도 부근에 도착해서 하나의 지구 엔진 재가동에 성공하고 세계의 수많은 구조팀들도 비슷한 시각에 엔진 재가동에 성공한다. 그동안의 고생과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모두가 기뻐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미 목성의 중력을 이길 없을 정도로 가까워진 탓에 목성과의 거리는 전혀 벌려지지 않았다.

 지구의 위기가 고조되는 찰나, 류치는 행성엔진의 출력을 목성의 대기으로 쏘아 목성 대기의 수소를 폭발시켜 폭발의 충격파를 타고 지구를 목성의 인력으로부터 튕겨 나가게 방법을 생각해낸다. 갖은 고난 끝에 목성의 대기으로 행성엔진의 출력을 집중시키지만 출력이 아주 조금 부족할 , 우주정거장에 있던 류치의 아버지 류페이창은 우주정거장의 통제 센터를 목성의 핵으로 돌진시키면서 우주정거장에 남아있는 30 톤의 연료를 폭발시켜 행성엔진의 출력에 힘을 더한다. 아버지의 희생을 통해 아들의 계획, 지구를 구하는 계획을 완성한다.

지구를 가속하기 위해 극지대에 설치된 엔진

 SF 기본적으로과학적 개연성을 가진 있을 법한 이야기.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별은 수명을 다하기 수축했다가 다시 핵융합을 일으키며 부풀어 오른다. 이른바적색거성이다. 이렇게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결국 백색왜성의 형태로 수명을 다한다. 적색거성 단계에 이르면 원래 크기의 300 이상 커져 태양이 지구를 넘어 화성 궤도까지 번지게 된다. <유랑 지구> 태양의 일생 적색거성 부문을 소재로 풀어냈다. 영화<유랑 지구> 원작인 동명의 단편소설 <유랑 지구> 짧지만 크게 보면 하드(hard)SF 속한다. SF 장르에서도 하드SF 스토리텔링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이론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창작자에게도 독자/관객에게도 난이도가 높은 장르에 속하며, 따라서 장르는 대중적이기보다는 소수의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영화 <유랑 지구> 본격 하드SF 표방하고실현하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화 <유랑 지구>에서 목성의 인력과의 일전이 펼쳐지는 동안 스크린에는 지하도시의 붕괴, 광활한 빙원의 균열, 거대한 행성 추진기의 오작동 붕괴, 지구를 지키는 우주 정거장의 최첨단 장비, 목성으로 끌려 들어가는 지구의 모습 관객에게 시각적 쾌감을 주는 화려한 스펙터클이 연이어 투사된다. 하지만,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와 이론에는 관심을 두지 않거나 배경으로만 활용하고, 오히려 우주적 재난의 위기에서 지구를 구한다는 비교적 단순한 할리우드식 영웅 서사에 치중하고 있다. 물론 성공적인 SF영화는 영화적 요소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설정과 구상을 구현할 있는 CG 기술 등이 관건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자본과 기술력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장르이며, 따라서 할리우드 전담 장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랑 지구> 미국이 배제된 세계관과 같은 정치색, 제목을 들으면 대부분 알만한 SF 영화들 미장센의 모방 차치하고서라도 본질을 뒤로한 허풍을 키우고 포장하는 비주얼에만 주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것이다. 결국 <유랑 지구> 핵심은 하드 SF 표방하지만 단지 그것의 껍데기만을 가져간 블록버스터급의 특수효과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있는가족애’, ‘인류애 기반한 영웅 이야기가 결합된 혼종이라 말할 있다.

[참고]
 ‘굴기(崛起)’라는 단어를 바탕으로 하여, ‘굴기 외교(崛起外交)’(중국이 2003 말부터 채택한 외교 노선.) ‘화평굴기(和平崛起)’(중국의 주석 후진타오가 추진하는 평화적 부상 전략.)등의 표현들이 쓰이고 있다.굴기 어원과 관련하여서 어휘 자료들을 찾아보았으나, ‘굴기 중국에서부터 쓰인 말인지 일본에서부터 쓰인 말인지 파악하는 도움이 만한 정보를 찾지 못하였다.(다만, 중국어사전과 일본어사전에崛起 실려 있다.)
하지만굴기(崛起)’,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대로, “ 따위가 불쑥 솟음./벌떡 일어섬./기울어 가는 집안에 훌륭한 인물이 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이라는 뜻을 나타내므로, 이러한 뜻에 맞게굴기 있을 것이다

글. 조성현 ㅣ 앨리스온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