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제호 작가는 오랜 기간 레이저와 사운드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적인 미감과 공간적 경험을 제시해왔다. 특히 《1=0》, 《Missing Tomorrow 失明日 실명일》 등 다양한 전시 및 퍼포먼스에서 레이저 빔과 반거울(half mirror) 큐브, 사운드, 퍼포먼스가 뒤섞이며 ‘고정되지 않은 세계’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전시 《이원공명》 역시 이 같은 실험적 기조를 확장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디지털과 물리,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복합적 환경에 직접 몸을 두게 한다.
그의 작업은 ‘현실-가상’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하고, 레이저, 사운드 등 디지털 신호로 구현되는 ‘비물질적’ 매체가 오히려 물리적 존재감으로 우리의 감각을 에워싼다는 사실이다. 흔히 테크놀로지라 하면 화면 속 디지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우나, 작가는 빛과 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람자의 신체가 이 세계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이때 “현실과 가상을 나누는 경계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자연스럽게 대두된다. 눈으로는 잡히지 않는 빛과 귀에 스치는 소리가 공간 전체를 강렬히 채우면서, 기존에 당연하게 여겼던 물리-비물리의 구분이 다시금 해체되는 순간을 체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기술과 신체,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상상이 교차하는 ‘중첩 세계(복수의 실재)’를 시각화해왔으며, 그 경험을 관람자가 능동적으로 형성하도록 초대해왔다.
더 나아가 작가는 이 복합적 환경을 통해 관람자가 여러 세계를 연결하고 재해석하는 능동적 행위자임을 환기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가상 세계와 물리 세계가 겹치고 확장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그는 이 점에 착안해, 기술과 신체가 충돌하고 교차하는 지점을 작품의 주요 무대로 삼는다. 디지털·AI 기술로 구현된 ‘비물질성’과 관람자가 직접 몸으로 느끼는 ‘물리적 접촉’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작가의 전시는 결과적으로 ‘중첩된 실재’라는 복합적 경험 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 《이원공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한층 확장한다. 레트로 퓨처리즘(Retro-Futurism)적 상상력이 디지털·AI 기술에 대한 동시대적 비판과 낭만을 가로지르며, 레이저와 사운드가 빚어내는 공간은 과거와 미래가 선형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중첩되는 시간임을 체감하게 한다. 작가는 과거가 단순히 과거로만 남아 있지 않고, 미래가 예측 가능한 종착역에 머무르지도 않음을 작품 속에서 시사한다. 레이저가 반사되는 경로, 그리고 공간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의 잔향 안에서, 과거와 미래는 하나의 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겹치고 충돌하는 ‘시간의 겹’으로 표현된다. 관람자는 그 경계선을 능동적으로 넘나들며 일상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강조하는 유동적 정체성의 탐색으로 연결되며 관람자의 감각과 사유를 다시금 환기시키는 매개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처럼 관람자가 작품을 ‘단순히 관람’하기보다 스스로 탐색하고 몰입하게끔 만드는 방식은 윤제호 작업의 핵심이다. 전시 제목인 《이원공명》은 가시성과 비가시성이, 물질과 비물질이, 과거와 미래가 서로 공명하며 만들어내는 진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술과 매체가 뒤로 물러나기보다 오히려 앞에 드러나면서, 관람자에게 이 경계를 재확인하거나 해체할 ‘선택지’를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는 관람자로 하여금 “어느 세계에 속해 있으며,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좌표와 관계망 속에서 무엇을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작품 속 빛과 소리는 우리가 흔히 당연시하던 실재와 감각을 다시금 되살린다. 이는 결국 완결된 답변이 아니라, ‘지금, 여기’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의 중요한 가치를 체감하게 한다. 윤제호의 《이원공명》은 그렇게 다층적인 세계에 놓인 우리에게 기존의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흔들어 볼 수 있는 한 편의 예술적 지도와도 같다. 빛의 잔향과 소리의 흔적 속에서, 관람자 모두가 또 한 번 ‘불시착한 존재’가 되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길.
허대찬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편집장)
프로그램 개요
전시제목: 《이원공명 Resonance of Reality and Virtuality》
참여작가: 윤제호, @jeho_yun
진행장소: DDP 디자인랩 3층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81, 동대문디자인플라자 3층 디자인랩
진행기간: 2025. 4.25.금 ~ 7.31. 목
관람시간: 월~금 10:00-20:00, 휴관일 없음
문의: 02-2153-0086, hyev801@seouldesign.or.kr
주최/주관: 서울특별시·서울디자인재단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오뉴월
협력기획 : 허대찬
미디어 제작 및 설치 : RGB La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