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진짜 나 좋아해?, 뇌파 폭발하는 뚜두뚜두 게임, 2020
“너 진짜 나 좋아해?”, “이 중에 관심 있는 사람 있어?”,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결혼할 거예요?” 무언가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반응하여 머리에 쓴 고양이 귀가 움직이는 모습에서 모두가 폭소를 터뜨리는 장면이 아마도 익숙할 것이다. 런닝맨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한 고양이 귀가 달린 헤드셋(Nekomimi, Brainwave Cat Ears, Neurosky, 2014)은 그것을 착용한 사람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그 사람의 뇌파를 잡아 특정 패턴에 반응하여 고양이 귀를 움직이는 일종의 ‘뇌파 측정기’이다. 어떤 반응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게 폭발적이었던 것은 예능의 극적인 장면 설정도 있겠지만 말이나 표정에서 숨길 수 있는 답을 뇌파라는 낯설고 비가시적 현상을 이용해 드러내었다는 지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뇌파(Electroencephalogram, EEG)는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 전류 신호를 잡아내어 기록한 것을 말한다. 뇌라는 신체 기관은 우리의 생각, 판단, 인식, 기억과 같은 정신적 활동과 감각, 반응, 조종 및 조정과 같은 신체 활동 전반을 다루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며 동시에 의학 영역 중 가장 발전이 미흡한 곳이기도 하다. 근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뇌와 뇌의 구조, 작동 프로세스와 의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 뇌가 우리가 생각하고 감각하며 말하고 느낄 때 어떤 모습으로 어떤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어떻게 신호를 보내고 받는지. 이러한 모습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현상이자 데이터가 뇌 안에서 발생하는 전류와 그 흐름의 종류와 세기, 모습이 바로 뇌파이다.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하지만 여전히 미지이며 앞으로 우리에게 미칠 영향력이 지대하기에 관심이 쏠린다.
당연하게도 의학 분야와 보다 직관적이고 강력한 연결을 꿈꾸는 컴퓨터 분야에서 이러한 뇌파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 예술의 분야에서도 이 뇌파가 여러 방법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크게 보았을 때 BCI(Brain-Computer Interface) 또는 BMI(Brain-Machine Interface)와 같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와 연결에 대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데이터시각화(Data Visualization)와 청각화(Sonification)와 같은 뇌파를 데이터로서 다루며 이에 대한 변환 및 번역에 대한 영역이 그것이다. 전자는 인간의 뇌 활동을 측정하여 생각과 의도, 감정을 분석하고 이 정보를 변환해 컴퓨터와 외부기기를 제어하거나 그의 의사와 의도를 외부에 전달하는 기술과 과정이다. 후자는 뇌파에서 취득한 데이터를 또 다른 감각을 자극하는 결과물로 표현하기 위한 변환과 해석 과정에 대한 기술 및 과정이다. 뇌파를 다루는 예술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거나 그 구조와 논리에 개입하여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여 활용함을 시도하고 있다.
조디 씨옹(Jody Xiong)은 뇌파와 행위의 연결 지점과 뇌파를 통해 단절에 대한 극복 시도를 선보였다. 그가 2014년 선보인 <마인드 아트(Mind Art)>는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뇌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16인의 장애인을 초청하여 그들이 미리 선택한 색상의 풍선에 물감을 채웠다. 그리고 그들은 뇌파 측정기를 착용하고 정신을 집중했고 그 집중도에 따라 풍선이 터져 주변 4개 면의 캔버스에 그림이 그려졌다. 각자 자유롭지 못한 손과 발 대신 뇌파를 이용해 그림이 그려지는 결과에 닿게 한 프로젝트로서 제안된 시도였다.
리사 박(Lisa Park)은 2013년 이후 인간에서 비롯되는 생체 데이터에 기반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그중 뇌파를 활용한 작업으로 <유노이아 I, II(Eunoia I, II, 2013, 2014)>,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2015)>, <Data-Driven Vlog 시리즈(2020-2021)> 등이 있다. 작가는 뇌파 검출기와 이에 대한 뇌파해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이를 착용한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음악을 출력하며 피에조 센서를 연결하여 물을 진동시켜 수면에 파형을 그려내었다. <유노이아>와 <에우다이모니아>는 뇌파를 읽어내어 그것을 감정으로 해석하고 수면의 파형이라는 물리적 현상으로 표현해내는 작품이다. <Data-Driven Vlog 시리즈>는 뇌파와 맥박이라는 신체 데이터와 요리, 업무, 식사, 명상 등의 일상 활동간의 관계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뇌파라는 신호 또는 데이터가 감지되고 그에 대한 의미가 또 다른 현상으로 재현되었을 때 다가오는 의미는 예술이 가진 강점인 환기의 역할을 잘 드러낸다.
레픽 아나돌(Refik Aladol)의 <Melting Memories(2018)>은 뇌파, 즉 EEG를 데이터로서 다루고 접근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다양한 데이터 시각화 작업을 통해 전 세계에 활동을 알리고 있는 그는 참여자에게 특정 주제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도록 주문하고 그 상황에서의 뇌파를 수집했다. 이후 이 데이터를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알고리즘을 거쳐 입자의 움직임으로 재구성해냈다. 그 과정은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대학교(UCLA) 소속 뉴로스케이프(neroscape) 센터 신경과학연구소와 협조하여 이루어졌다. 그 결과는 뇌파라는 무형의 데이터가 마치 눈 앞에서 공기중으로 풀어지며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 촉각적인 이미지로 번역되었다.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과 토바이아스 클라인(Tobias Klein), 니콜라스 멘도자(Nicholas Mendoza)는 2019년 제 25회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 2019)에서 <가치의 가치(Value of Value)>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뇌파 헤드셋을 착용하고 작품의 화면에서 제시하는 자유, 평화, 사랑, 화폐 등의 문구에 대해 상상하면 그에 대한 뇌파가 측정되어 3D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 이미지는 곧 작품의 알고리즘에 의해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에 등록된다. 작품의 참여자는 작품체험의 말미에 이 이미지에 대한 QR코드를 받는다. 주어진 화두에 대한 참여자의 뇌파가 이미지로 표현되고 네트워크상의 블록체인에 등록되는 일련의 시스템은 뇌파 데이터가 의미를 가진 시각적 결과물로의 변환이며 이 과정에 참가한 관객은 작품의 체험자이고 그 결과물의 생산자이자 이를 소유한 콜렉터, 그리고 잠재적 딜러가 된다.
Monkey MindPong, Neural Link, 2021
최근 뇌파와 관련하여 가장 강렬한 시도를 꼽자면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뉴럴링크(Neural Link)가 될 것이다. 이 기술은 별도의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뇌파 신호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피질 직결 인터페이스(Direct Cortical Interface)라고 불리는 기술은 두뇌에 직접 기기를 설치하고 뇌파를 읽어 해석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생각만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것을 넘어 그 생각을 컴퓨터에 업로드 및 다운로드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간과 컴퓨터 연결에 대한 시도이다. 그는 2021년 4월, 그는 뉴럴링크 기기를 직접 원숭이의 대뇌피질에 설치하고 진행한 실험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Monkey MindPong>이라 소개된 실험에서는 참여한 원숭이의 뇌 표면에 2000개의 미세전극을 가진 마이크로칩을 설치해 뇌파를 수집했다. 그간 많은 뇌파 데이터를 수집, 학습하여 형성한 알고리즘은 그 상황에서의 뇌파가 가진 의미를 해석하여 컴퓨터에 전달한다. 그 결과가 트위터 영상에서 선보인 뇌 활동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원숭이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의학과 컴퓨터 분야에서의 기술 접근과 발전 방향은 인간에 대한 이해,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속도차이를 극복하며 더욱 긴밀한 연결 추구, 이를 통해 맞이할 또 다른 인간상과 세계에 대한 시도이다.
예술계에서 접근하는 뇌파와 뇌파에 대한 활동은 앞에서 언급한 전문분야만큼 드라마틱하거나 전문적이고 엄밀하지는 못하다. 사용하는 기기와 방식, 수집 환경과 상황의 한계로 명료한 데이터를 취득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수집한 데이터에 포함된 노이즈에 대한 처리와 해석에 대해서도 근본적 전문분야에 비해 취약하다. 중요한 것은 뇌파를 다룬다는 사실이나 정밀함이 아닐 것이다. 뇌파라는 데이터 또는 뇌파라는 매개체와 뇌파 측정기를 통해 무엇을 밝히고 전달하며 탐색하려고 하는가 라는 시도와 그에 대한 의미일 것이다. 뇌파는 다루고 생각할 무언가 또는 탐구대상으로서의 소재로, 그리고 그러한 탐구 중 집중하고 파고들 제재로서, 또한 어떤 의미나 가치를 세우고 그 핵심이 되는 축인 주제로서 동작할 수 있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상상하던 것들이 빠르게 현실에 펼쳐지고 있다. 예술이 이러한 기술 진보와 실현에 맞물려 어떤 또 다른 변주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허대찬 (aliceon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