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비평』이라는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2006년입니다. 그로부터 20년차가 되는 되는 2026년 8월 21일, 이 책의 저자 이영준 교수의 정년퇴임을 맞아 그가 시작한 ‘기계비평’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음 시간을 이야기하는 학술포럼 ‘더, 다시, 계속, 기계비평!’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열립니다.
이영준을 소개하는 가장 익숙한 이름은 ‘기계비평가’입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식물학을 전공한 뒤 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빙햄턴에서 사진이론을 연구해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초기에는 사진과 이미지 비평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사진, 이상한 예술』, 『이미지비평』 등을 펴냈고, 《사진은 우리를 바라본다》(1999)를 비롯해 사진과 도시, 시각문화에 관한 여러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2006년 출간된 『기계비평: 한 인문학자의 기계문명 산책』은 그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는 KTX, 디젤기관차, 선박, 항공기, 항만과 같은 거대한 기계와 시스템을 직접 찾아가 보고 타고 움직이며 그것의 구조와 속도, 그리고 이미지와 인간의 관계를 비평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기계를 단순히 잘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것도, 기술을 사회의 외부에서 추상적으로 논하는 것도 아닌, 기계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것이 인간의 감각과 노동, 욕망과 사회를 어떻게 조직하는지 읽어내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축적되고 영향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영준 개인의 이름에 가까웠던 ‘기계비평’이라는 말은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2015년에는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에 대학 정규 교과목으로는 처음 ‘기계비평’ 강좌가 개설되었습니다. 바로 그 한양대라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공학과 기술의 언어가 익숙한 대학 안에, 기계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계를 읽는’ 수업이 들어온 셈이니까요. 이후 오영진을 비롯해 임태훈, 강부원 등 후속 연구자들이 참여하며 10년 이상 이어지는 장기 강좌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9년 『기계비평』이 다시 출간될 때에는 여러 연구자가 참여한 『기계비평들』이 함께 출판되었습니다. 워크룸프레스가 당시 이 흐름을 “놀이터에서 운동장을 넘어, 광장으로”라고 표현했던 것은 상당히 정확해 보입니다. 한 사람이 기계에 대한 자신의 호기심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방법이 다른 연구자와 비평가가 각자의 기계를 읽는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영준의 관심은 책 안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사진과 이미지에서 출발한 그의 전시 기획은 도시와 산업, 과학기술과 거대한 기계 시스템으로 이동했습니다. 2015년 일민미술관에서 진행된 《우주생활(SPACE LIFE)》에서는 NASA의 기록 이미지와 현대미술 작업을 함께 놓고, 우주개발이라는 거대한 과학기술의 현실이 이미지와 지식, 상상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과학을 신비화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은 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려는 이 전시의 태도는 기계비평의 방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후 《기업보고서: 대우 1967-1999》에서는 산업기술과 기업의 역사를 분석했고, 발전소를 다룬 《전기우주》, 조선 산업을 다룬 《첫 번째 파도》와 《두 번째 파도》 등으로 그 관심을 확장했습니다. 최근에도 사진가 조춘만과 함께 『선박미학』을 펴내며 거대한 선박이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풍경을 기술과 노동, 조형과 감각의 문제로 계속 읽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을 반갑게 기록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을 단순히 새로운 도구나 기능의 목록으로 보는 대신, 그것이 우리의 감각과 인식, 노동과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묻는 일은 저희가 오랫동안 다뤄온 기술문화 비평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AI와 로봇, 자율 시스템이 빠르게 일상으로 들어오는 지금, 기계에 매혹되면서도 그것의 작동과 사회적 의미를 끈질기게 들여다보자는 기계비평의 태도는 지금 더 많은 대상과 질문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 역시 회고보다는 그 이후를 향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다시, 계속, 기계비평!」이라는 제목처럼 여섯 명의 발표자는 이영준의 작업을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각자의 문제적 기계를 가져옵니다. 김현호는 오디오와 카메라라는 ‘과거를 동결하는 기계’를, 안준형은 1999년부터 2026년까지 이어진 이영준의 전시 기획을 살펴봅니다. 최형섭은 노후 인프라와 싱크홀을, 강미량은 인간의 확장과 보철을 이야기하며, 임태훈은 인공지능 시대의 교실과 문해력을 기계비평의 관점에서 질문합니다. 오영진은 프로젝트 사이버신(Project Cybersyn)과 리버티 머신(Liberty Machine)을 통해 다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묻습니다.
마지막 한 시간은 ‘기계비평가 이영준과의 종합 토론’으로 마련됩니다. 포럼을 기획한 이들은 이 하루를 “다음 스무 해의 첫날”이라고 적었습니다. 정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한 사람의 업적을 정리하는 결산이 아니라, 그가 만든 비평의 언어를 다시 각자의 문제로 가져가는 출발점으로 설정한 것입니다. 2006년에는 낯설었던 ‘기계비평’이라는 말은 이제 여러 연구자와 창작자에게 공유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스무 해 동안 우리가 비평해야 할 기계는 무엇이 될까요. 인간과 기계의 경계마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는 지금, 기계를 비평한다는 것은 다시 무엇을 의미하게 될까요. 「더, 다시, 계속, 기계비평!」은 이영준의 정년을 기념하면서 동시에 그 질문을 다시 열어두는 자리일 것입니다.
행사 정보
· 행사명: 이영준 교수 정년퇴임 기념 학술포럼 「더, 다시, 계속, 기계비평!」
· 일시: 2026년 8월 21일(금) 13:00-18:00
· 장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서관 ST아트홀
· 사회: 강부원(성균관대학교)
· 발표: 김현호(보스토크 프레스), 안준형(서울과학기술대학교), 최형섭(서울과학기술대학교), 강미량(KAIST), 임태훈(성균관대학교), 오영진(서울과학기술대학교)
· 종합 토론: 이영준(기계비평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주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서관, 융합교양학부, 성균관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 참가비: 무료
· 참여 방법: 사전 온라인 신청 필수
· 신청: https://forms.gle/ZkGp75pbpEoHpxvJ7
프로그램
· 13:00-13:30 김현호 | 과거를 동결하는 기계에 대하여: 오디오와 카메라를 중심으로
· 13:30-14:00 안준형 | 기계비평과 미술전시, 이영준의 전시 기획: 1999-2026
· 14:10-14:40 최형섭 | 노후 인프라스트럭처의 붕괴, 싱크홀
· 14:40-15:10 강미량 | 인간의 확장 또는 보철의 반격
· 15:35-16:05 임태훈 | ‘타임머신 교실’이라는 대안, 기계비평이 인공지능 시대의 문해력 저하를 막을 수 있을까?
· 16:05-16:35 오영진 | 프로젝트 사이버신에 대하여, 리버티 머신의 이념과 전개
· 16:45-17:45 기계비평가 이영준과의 종합 토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