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보이지 않는 환경은 어떻게 몸 안으로 들어오는가 | 전혜주 개인전 《엔도스코페이아》 | 송은

전혜주, 〈망상된 풍요〉, 2025/2026, 거울, 금속 주조, 식물 도금, 52 × 60 × 92.5cm. 사진: 김재범. 이미지 제공: 송은문화재단 및 작가.

제22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전혜주의 개인전 《엔도스코페이아(Endoskopeia)》이 송은에서 2026년 6월 19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상과 설치, 사운드, 사진 등 총 10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공기 중의 미세 입자와 파동, 습기와 곰팡이처럼 쉽게 감지되지 않는 존재들이 인간의 신체와 건축, 사회의 내부로 스며드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앨리스온은 지난해 수림큐브에서 열린 전혜주의 개인전 《망상 – 사라진 생명과 마주하는 법》에서 비평을 통해 작가의 작업을 가까이 살펴본 바 있습니다. 당시 전시가 복제와 선택, 표준화를 통해 생명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기이한 포스트자연의 풍경으로 펼쳐 보였다면, 이번 《엔도스코페이아》에서 시선은 이미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있는 환경을 향합니다. 생명을 바깥에 놓인 대상으로 다루던 문제에서, 인간 역시 미세한 물질과 생명의 순환 안에 놓여 있다는 문제로 이동하는 셈입니다.

전시 제목 ‘엔도스코페이아’는 내부를 뜻하는 그리스어 ‘endo’와 관찰한다는 뜻의 ‘skopein’에서 출발합니다. 작가는 송은의 전시 공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관(管)이자 신체로 설정합니다. 관람객은 지층에서 생장으로, 다시 대기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 이동하며 내부와 외부, 자연과 인공, 신체와 환경을 구분해온 경계가 실제로는 끊임없는 침투와 교환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마주하게 됩니다.

전혜주, 〈엔도스코프〉, 202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2분 46초. 사진: 김재범. 이미지 제공: 송은문화재단 및 작가.

신작 〈엔도스코프〉는 내시경의 시선을 빌려 송은 건물의 통로와 공조실을 탐색합니다. 카메라가 도달하는 공조실은 건물의 온도와 습기, 공기 순환을 조절하는 장치인 동시에 폐나 심장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기관으로 읽힙니다. 건축은 인간의 신체와 분리된 외부가 아니라, 공기와 입자를 들이고 내보내며 함께 호흡하는 또 하나의 몸이 됩니다.

2층 유리 표면에 설치된 〈레퓨지아〉는 꽃가루를 섞은 안료로 균사망과 먼지, 미세 입자의 이동을 그려냅니다. 여기서 유리는 안과 밖을 분리하는 투명한 벽이 아니라, 물질이 통과하고 흔적을 남기는 피부에 가깝습니다. 3층의 〈대기, 장소〉에서는 초지향성 스피커와 점멸하는 조명, 공기와 습기가 전시장 안에 보이지 않는 기류와 진동을 형성합니다. 관람객은 작품을 눈으로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고, 그 흐름을 통과하며 자신의 몸으로 감지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과 함께 〈망상 – 사라진 생명과 마주하는 법〉, 〈All-Over〉, 〈드러난 땅은 기억이 없다〉 등 기존 작업도 소개됩니다. 산내 골령골의 토양과 꽃가루, 유기물 화석에서 역사적 기억을 추적했던 작업부터 생명을 선택하고 재생산하려는 기술적 욕망을 다룬 작업까지, 서로 다른 시기의 작품은 지층과 식물, 대기와 신체를 잇는 하나의 흐름 안에 놓입니다. 장소의 기억과 생명의 통제, 미세 입자의 순환은 별개의 주제가 아니라 인간이 환경과 관계 맺는 방식을 드러내는 서로 다른 층위가 됩니다.

지난 수림큐브 전시가 인간이 만들어낸 통제된 생명의 풍경을 보여주었다면, 《엔도스코페이아》는 그 풍경을 만들어낸 인간의 몸과 건축 내부까지 들어갑니다. 보이지 않는 입자와 생명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낯선 존재가 아니라 이미 우리와 호흡하고, 신체와 공간을 함께 구성하는 조건입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보다, 이미 몸 안에 들어와 있는 환경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송은 1층 LED, 2026. 사진: 김재범. 이미지 제공: 송은문화재단 및 작가.

전시 개요
· 전시명: 《엔도스코페이아 Endoskopeia》
· 참여작가: 전혜주 https://hyejoojun.com/
· 기간: 2026년 6월 19일(금) — 8월 1일(토)
· 시간: 월요일–토요일 11:00–18:30
· 휴관일: 일요일, 공휴일
· 관람 안내: 6월 19일은 15:00부터 관람 가능
· 장소: 송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 출품작: 영상, 설치, 사운드, 사진 등 10점
· 아티스트 토크: 2026년 7월 4일(토) 15:00, 이한범 비평가와의 대담
· 관람 방식: 도슨트 투어와 자율 관람 모두 네이버 사전 예약
· 도슨트 투어: 13:00, 16:00
· 주최: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 후원: 출품작 〈대기, 장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6년 다원예술 창작산실 지원을 받았습니다.
· 관람료: 무료
· 주차: 불가, 교통약자 제외
· 문의: 02-3448-0100 / info@songeun.or.kr
· 링크: 송은 공식 전시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