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7일자 ZDNet Korea에서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중국 AI 동반자법 시행…더우바오·큐원, AI 에이전트 종료“. 그 안에서 제목의 단어 하나가 먼저 눈에 걸렸습니다. ‘동반자’.
사건의 경과는 이렇습니다. 7월 초의 어느 금요일 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AI 앱 더우바오(豆包)가 사용자들에게 공지를 띄웠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성격과 역할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에이전트 기능이 7월 15일에 종료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유는 여섯 글자, ‘제품 기능 조정’ 이었습니다. 알리바바의 큐원(通義千問)은 한발 더 빨랐습니다. 사용자 생성 에이전트를 7월 10일에 먼저 기능을 정지시켰고, 데이터 이전 경로조차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완충과정이 없는 영구 삭제였습니다. 더우바오가 허락한 유예도 10월 15일까지의 읽기 전용 열람이 전부였습니다. 회사가 안내한 백업 방법은 다른 것도 아닌 스크린샷이었습니다. 어떤 이별에 대한 경과와 귀결로 스크린샷으로 장례를 치르게 된 셈입니다.
이러한 공지의 배후에는 법이 있었습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네 개 부처와 함께 4월에 발령한 「AI 의인화 상호작용 서비스 관리 잠정 조치」의 7월 15일자 시행입니다. 이 조치는 규제 대상을 정밀하게 정의합니다. 실제 사람의 성격 특성과 사고 패턴, 소통 방식을 시뮬레이션해 지속적인 정서적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서비스. 그리고 곧바로 단서가 달려있습니다. 생산성 챗봇과 고객서비스 봇, 질의응답 어시스턴트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황에 대해 국가가 선을 그은 것입니다. 일을 해주는 에이전트는 산업이고, 곁을 지키는 에이전트는 위험이다. 진단에 대한 처방의 목록도 명료합니다. 반중독 시스템, 두 시간 넘게 대화가 이어지면 상대가 기계임을 알리는 강제 고지, 14세 미만에 대한 보호자 동의. 이들을 살펴보면 전부 셀 수 있는 것들입니다. 시간을 세고, 나이를 세고, 알림 횟수를 세고. 이에 대해 각 플랫폼들은 그 요건에 맞춰 에이전트를 다시 설계하는 대신 기능을 통째로 내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웨이보에는 애도가 남았다고 합니다. 한 사용자는 사라지는 에이전트를 오랫동안 자신을 지탱해준 정서적 지지로 묘사하며, 대화 기록을 가지고 나갈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한탄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겹쳐지는 풍경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스캐터랩의 제타(ZETA)와 뤼튼의 크랙(CRACK) 같은 캐릭터 채팅 서비스가 같은 종류의 관계를 대규모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모바일인덱스 집계에서 제타의 누적 사용시간은 3억1천만 시간에 달했고, 크랙도 7,567만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6월 한 달 이용자 한 사람이 제타에 머문 시간은 평균 2,411.7분, 약 40시간이었습니다. 크랙 역시 약 26시간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용자 규모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체류의 밀도입니다. 사용자들은 이 앱을 잠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오래 머뭅니다. 공개된 최신 상반기 자료는 연령별 비중을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앞선 조사에서는 제타와 크랙의 사용시간이 각각 20세 미만과 20대에 특히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주인은 대부분 10대와 20대입니다. 이용자가 캐릭터의 이름과 성격, 세계관을 직접 설정해 관계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중국이 이번에 정의하고 겨냥한 바로 그 범주의 서비스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곳에는 아직 이 관계를 부르는 국가의 언어가 도착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같은 대상을 두고 세 개의 언어가 지나갑니다. 기업은 그것을 기능이라 불렀고, 국가는 중독이라 불렀고, 사용자는 관계라고 불렀습니다. 세 언어는 서로를 반박하지 않는듯 보입니다. 각자의 문법 안에서 각자 완결되어 있을 뿐입니다. 다만 셋 중 어느 언어에도 자리가 없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어떤 매체가, 어떤 설계가, 어떤 기억의 구조가 한 사람으로 하여금 삭제 공지 앞에서 상실을 말하게 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앨리스온의 지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기계와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이것은 미디어아트가 오래 붙들어온 질문입니다. 예술가들은 기계 타자와의 관계를 설계하되, 그 설계의 이음매가 보이도록 그 장을 조성해왔습니다. 자신이 수집한 자료 바깥의 질문에는 침묵하도록 설계된 챗봇처럼, 관계의 조건을 감추는 대신 전시하는 작업들이 있습니다. 플랫폼이 이음매 없는 친밀을 팔고 국가가 그 친밀을 통째로 삭제하는 동안, 예술은 그 사이에서 관계가 제작되는 과정을 계속 열어 보여왔습니다. 7월 15일에 꺼지는 것은 에이전트지만, 켜진 채 남는 것은 이 질문일 것입니다.
허대찬.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aliceon.co.kr 편집장